[소비자경제=강연주 기자] ‘내수경기 활성화’라는 타이틀을 갖고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에 이어 ‘K-세일데이’가 한 달 만에 급조됐다. 오랜 시간 준비 없이 수시로 만들어지는 대규모 할인 행사의 효과가 얼마나 갈 수 있을지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1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K-세일데이 성공 추진을 위한 협력 양해각서’가 체결됐다. 이날 양해각서 체결을 위해 유통산업연합회, 한국섬유산업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들이 모였다.

K-세일데이는 국내에서 올해로 두 번째 맞는 대규모 할인 행사로 이달 20일부터 내달 15일까지 진행된다. 이번 할인에는 유통업계뿐만 아니라 제조업체까지 참여해 할인 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기대가 일고 있다.

첫 번째는 지난 달 1일부터 2주간 진행됐던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였다. 낮은 할인율로 우려와 함께 시작됐던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는 예상외의 실적을 거두고 막을 내렸다.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에 참여한 업체의 행사 기간 동안 매출 성장률이 상당한 것이다.

참여한 유통업체의 행사 기간 매출은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약 7194억원 늘어나 20.7% 성장했다. 더욱이 올 한 해 메르스 사태를 비롯해 수년간 실적 둔화를 면치 못했던 백화점마저 매출이 24%나 증가했다. 3.6% 성장한 대형마트를 제외하고는 대체적으로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다.

업계와 정부는 대규모 할인으로 침체됐던 내수경기가 회복됐다고 했다. 이번 K-세일도 내수경기 회복의 일환이라고 정부는 설명했다.

국내 경기가 어려워진지는 꽤 오래됐다. 1997년 외환위기가 발생한 후로는 그 이전의 성장 속도를 따라간 적이 없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올해도 3%대 이상의 성장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한 바 있다.

한 달 전 했던 대규모 할인에 이어 또 세일데이라니 20년 가까이 지속되는 경기침체에 해결책이 판매자의 이익 줄이는 할인밖에 못 찾은 것인지 의문이다. ‘대규모 할인’이라는 말에 그저 소비자를 현혹시키기만 하는 것은 아닌지도 의심이 생긴다.

미국은 추수감사절 다음날인 11월 마지막 주부터 크리스마스 무렵까지 블랙프라이데이 행사가 열린다. 이 행사의 취지는 국민들의 지갑을 열게 하기 위함도 있으나 창고에 쌓여가는 업체의 재고 처리를 위해서기도 하다. 판매자는 창고료만 축내는 재고를 처리할 수 있어 좋고, 소비자는 싼 값에 필요한 물건을 살 수 있어 좋다.

빼빼로데이로 바빴던 11일에는 중국에서 ‘광군제’가 열렸다. 1111이 혼자 있는 젊은이와 닮았다해 ‘솔로데이’라고도 불린다. 중국은 2009년부터 매년 광군제에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라 불리는 대규모 할인전을 펼쳐왔다. 광군제 역시 유통 및 제조업계가 자발적으로 참여한다. 이랜드는 광군제에 317억 매출을 올리며 그 덕을 똑똑히 보기도 했다.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와 중국의 광군제는 소비자와 판매자가 서로 기다리는 축제로 자리 잡았다. 강요가 아닌 자발적 참여로 판매자와 소비자가 상생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내수경기 활성화 같은 국가적 목적이나 핑계는 들어있지 않다.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를 비롯해 K-세일데이가 문화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오직 행사에만 목적을 둬야한다. 내수경기 회복은 정부가 나서서 해결할 과제지 국민이 주도할 일이 아니다.

한 달 간격으로 급조된 할인행사는 단기적으로는 소비자의 지갑을 여는 데 어느 정도 성공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그렇지 않다. 정말 내수경기가 걱정된다면 시간을 두고 하나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강연주 기자 npce@daily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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