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경제=김정훈 기자] 대한민국은 올해 자동차 2000만대 시대를 맞았다. 국민 2.5명당 1대꼴로 차를 갖고 있는 셈이며, 한 가구의 평균인원이 2.5~3인이라고 봤을때 거의 모든 가정에서 차를 한대씩은 갖고 있는 셈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제품인 만큼 불만의 소리도 다양하다. 그 중에서도 자동차 환불 및 교환 문제는 수년간 이어져온 제조사 측의 가장 악질적인 소비자 무시행위 중 하나다.

새로 구입한 자동차가 자주 고장이 발생하는데다, 정비센터를 들락날락 하는 것이 구매자로서는 영 꺼림칙하다. 이 경우 새로운 자동차로 교환하거나 환불해줬으면 하는 것이 모든 사람들의 바람일 것이다.

본지에는 소비자제보 게시판이 따로 운영되고 있다. 자연스레 기자는 자동차 관련 제보들을 수없이 처리하고 있다. 물론 대다수는 자동차 결함으로 인한 환불, 교환 요청이다. 이들은 제조사들이 현행 소비자 분쟁해결기준을 들먹이며 자신들에게 유리한 서비스를 행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자동차의 환불 교환 조건을 업체들은 운행에 장애를 주는 중대결함 4회로 못박고 있다. 중대결함이 아닐 경우 수십번이 고장나도 수리만 가능할 뿐이다.

차값의 최소가격은 못해도 1000만원 이상이다. 제조사 측 관계자에게 되묻고 싶다. 본인이나 지인, 가족 중 누군가가 1000만원대 제품을 구입 후 결함 등으로 인해 교환조차 받지 못한다면 얼마나 화가 날지.

현대기아차를 필두로 한국지엠, 쌍용차, 르노삼성까지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서로 약속이나 한 듯 자동차 교환 및 환불 문제에 인색하다. 물론 이러한 정책 바탕에는 국내소비자들이 차량 구입 시 별다른 선택권이 없어 자사차량을 구입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생각도 숨어있음이 분명하다.

특히 국내 자동차 점유율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현기차의 행태는 실망스럽다. 이들은 국내 리더업체답게 모범적인 소비자보호시스템을 확충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현기차는 급발진 원인마저 소비자에게 입증하라 떠넘기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75년부터 레몬법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레몬법에 따르면 자동차 구입 후 1만8000마일 이내 또는 18개월 이내 동일 고장이 4회 이상 발생해 고장 수리를 받았거나, 받으려고 시도한 경우에는 교환이나 환불을 받을 수 있다. 또한 보증수리기간 내에 총 수리기간이 30일이 넘은 경우에도 교환이나 환불이 가능하다. 우리처럼 운행에 지장을 줄만큼의 중대한 결함이 아니어도 구제받을 수 있는 소비자보호법을 마련해논 것이다. 심지어 우리보다 소비자 보호제도가 약한 나라로 여겨지고 있는 중국에서도 2013년부터 레몬법과 유사한 삼포법이 시행 중에 있다.

이와 관련 최근 국내에서도 한국형 레몬법을 제정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결함입증책임을 소비자가 아닌 제조사가 져야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다양한 대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제조사들의 의지다. 기업은 소비자가 있어야 존재한다. 과거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무시했다가 쇠락의 길을 걸은 글로벌 기업들의 사례를 국내 제조사들은 간과해선 안된다.

일본 자동차회사 미쓰비시는 지난 2000년 과거 30년간 소비자 리콜(결함제품의 회수, 시정제도)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불법 은폐해 온 사실이 발각됐었다. 이 일로 미쓰비시에 대한 일본소비자들의 신뢰는 바닥으로 추락했다. 최근 배기가스 조작 사태를 일으킨 폭스바겐의 주가도 연일 하락하고 있다. 이제 폭스바겐은 소비자들과의 소송을 시작한다. 소비자들의 냉험한 심판대에 올려진 것이다.

미국에서 시행 중인 '레몬'법의 의미는 겉과 속이 다르다는 뜻이다. 레몬은 겉보기엔 맛있어 보이지만 막상 먹어보면 신맛 때문에 과일로 먹기는 힘들다. 이런 점때문에 미국에서 레몬은 대체로 '매력없는', '결함'이라는 의미로 사용된다고 한다.

기업의 경영은 투명해야 한다. 특히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이윤을 창출하는 기업들은 겉과 속이 같아야 한다. 겉만 번지르르한 제품이 아닌 속도 알찬 제품을 만들어야 시시각각 변화하는 소비자들의 기호를 맞출 수 있다. 국내 제조사들이 '레몬'기업으로 성장하지 않길 빌어본다. 이미 폭스바겐에 대한 소비자들의 심판은 시작됐다.


김정훈 기자 npce@daily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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