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 때문에 될 일도 안되는 두 회사

[소비자경제=백연식 기자] 다음달 1일 LG전자 MC사업본부 조준호 사장의 전략적 판단이 담긴 ‘슈퍼 프리미엄 폰’이 공개된다. ‘G4’의 부진으로 MC사업본부의 2분기 영업이익이 2억원에 그친 상황에서 LG전자는 새 전략 스마트폰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

업계는 ‘슈퍼 프리미엄 폰’에 대해 4기가바이트 램과 퀄컴의 스냅드래곤 808 프로세서, 1600만 화소 후면 카메라, 전면에 듀얼카메라를 갖출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LG전자는 무엇보다 AP에 단점을 가지고 있다. 퀄컴의 최신 프로세서 스냅드래곤 810이 발열논란이 생기자 LG는 ‘G4’에 그보다 아래급인 스냅드래곤 808을 담았다.

경쟁사인 삼성의 ‘갤럭시S6’나 애플의 ‘아이폰6’에 비해 AP의 성능이 객관적으로 떨어진다. LG전자는 성능의 수치보다 ‘기기의 최적화’가 중요하다고 주장했지만 프리미엄 폰 시장 경쟁에서 소비자들은 무엇보다 최고의 성능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

‘G4’가 부진했던 이유도 AP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이유로 분석된다. LG의 ‘슈퍼 프리미엄 폰’의 AP가 스냅드래곤 808이라면 전망이 밝아 보이지는 않는 것이 사실이다.

삼성은 자사의 엑시노스와 퀄컴의 스냅드래곤을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을 사용하다가 스냅드래곤 810이 발열논란이 생기자 엑시노스로 단일화 했다. 자사의 AP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삼성에도 단점이 있다. 바로 화질이다. ‘G4’ 기자간담회에서 LG는 ‘G4’와 ‘아이폰’ ‘갤럭시S6’를 비교 체험하도록 했다. 세가지 휴대폰을 화질만으로 비교해볼 때 ‘G4’와 ‘아이폰’이 상대적으로 뛰어나고 삼성의 ‘갤럭시S6’가 쳐지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LG디스플레이의 ‘IPS’가 삼성의 ‘아몰레드’를 압도하기 때문이다. 즉 삼성은 AP에, LG는 디스플레이에 각각의 장점이 있다.

애플은 어떨까. 애플은 자사의 AP와 소프트웨어를 사용한다. 램 등 스펙은 삼성 갤럭시보다 떨어지지만 소프트웨어의 최적화로 이를 무력화 시킨다.

디스플레이와 카메라 역시 손색이 없다.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이 자사의 부품을 애플에 공급하기 때문이다.

만약 LG가 이번에 출시되는 ‘슈퍼 프리미엄 폰’에 삼성의 엑시노스를 품는다면 어떨까. LG전자가 갖고 있는 고민인 AP 문제가 바로 해결된다.

삼성 역시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의 부품을 사용한다면 화질이 보다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

전자 업계 관계자는 “삼성과 LG의 자존심 싸움은 상상 그 이상”이라며 “경쟁사의 제품에 부품을 공급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의 부품이 애플에게는 공급되고 삼성에게는 제공 안되는 이유가 자존심 때문이라면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삼성과 LG의 협력은 애플과 중국 업체의 아성을 무너뜨리는 분명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정답은 멀리 있지 않다.

언론도 축구 경기중계 하듯 삼성과 LG의 자존심 싸움을 부추기는 것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 둘중 어느 한 곳만 살아남아서는 안된다. 모두 승자가 돼야 한다.    

 

백연식 기자 npce@daily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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