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경제 칼럼] IMF를 계기로 국내 금융의 개편 방향으로 제시된 것은 금융지주사 체제였다. 선진국에서 시행되는 금융지주사 체제를 도입함으로서 안정적인 금융시장 구조를 구축하고 선진금융 산업으로 개편하겠다는 것이 정책시행의 이유라 할 수 있다. 그 당시에는 국내 금융시장의 규모로 보아 4개 내외의 금융지주사로 발전되어 갈 것이라는것이 일반적 판단이었다.

금융계열사를 두고도 금융권역별 개별 경영을 추구해 오던 것을 지주사 체제로 금융그룹적 통합 시너지를 창출하여 은행 중심의 금융 계열사 구조를 변화시킨다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금융계열사들이 은행 중심으로 수익을 내는 구조에서 탈피하여 은행 이외의 증권, 카드, 보험 등의 비은행 부문 권역을 강화하여,금융지주사 체제를 정착시키고 금융시장과 산업의 경쟁력을 제고시킬 것이라고 기대했던 것이다. IMF라는 국가 경제의 실패에서 절실하게 깨달은 금융산업의 취약성을 극복하는 정책 대안으로 금융지주사라는 제도를 도입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금융지주사 출범은 긍정적인 면도 없진 않았으나 기대만큼의 성공은 이루었다고 볼 수 없다. 현재 금융지주사는 당초 예상보다 2배수 이상의 금융지주사가 출현하였고, 당초 취지대로 비은행권의 시너지 창출보다는 부실 금융사 위주의 인수로 몸집 불리기 중심의 모양으로 나타나고 있다. 반면 기존의 금융전문 금융사들의 생존은 갈수록 어려워지면서 은행 중심의 금융지주사만 늘어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금융지주사 CEO들의 단견과 금융당국의 좁은 금융정책적 시야가 가장 큰 원인의 하나가 아닌가 싶다.

금융지주사 회장의 문제는 하나, KB국민, 우리, 신한, 산업 등 어느 곳 하나 예외가 아니었다고 할 수 있다. 왜 이렇게 한결 같이 금융지주의 CEO가 문제의 핵심이었는가 하는 점이다. 우선 이런 문제의 근원은 지주사 회장의 기본적 경영 철학의 부재가 원인이라 할 수 있고, 다음으로는 권력과 유착관계에서 그 근본 원인을 찾아 볼 수 있다. 금융지주사 회장들이 자신들의 금융 철학을 실천해 보려는 경영의지 보다 권력 주변에 관심을 갖고 자리에 오르거나 권력에 의지하며 자리를 유지하려 해왔다. 그러는 가운데 예외 없이 조직과 시장을 향하여 전혀 예상치 않은 문제와 실망을 안겨 주었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전 하나금융지주 김승유 회장의 경우도 이러한 유형의 대표적인 경우가 아닌가 한다. 지금도 일부 문제가 노출되고 있지만 말이다. 자리를 퇴임하고도 영향력이 있느니 없느니 하는 문제나 재임시 ‘하나고’라는 공익재단을 만들고 하나고에 대한 불법적인 지원을 했다고 하는 가운데서도 퇴임 후에는 학교 법인 이사장 자리에 앉아 있으면서 은행 마인드로 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듯한 행태도 보이고 있다. 또한 과거 설립한 고급 요양원에 다음에는 가려 한다는 의혹을 받는 것 자체도 금융지주 CEO의 행태로는 결코 옳다고 볼 수 없을 것이다.

금융지주사 CEO들의 비정상적 행태나 지배구조의 비민주성, 권력을 앞세운 자리 차지 등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금융위 등이 묵인하는 한다면 금융 개혁을 외치고, 금융산업의 발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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