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경제=강연주 기자] 홈플러스 인수 계약이 완료되면서 노조와 회사를 인수한 사모펀드 MBK와의 관계개선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홈플러스의 주인이 영국 테스코에서 한국계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로 바뀌었다. MBK파트너스는 홍콩에서 테스코와 홈플러스 지분 100%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고 7일 밝혔다. 매각 가격은 역대 국내 M&A 최고치인 7조2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MBK는 향후 2년간 홈플러스에 1조원을 투자하겠다고도 전했다.

홈플러스 인수의 우선협상대상자가 발표된 이후 세간에서는 홈플러스의 운명에 대한 온갖 추측이 떠돌았다. 홈플러스 노조의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 MBK가 위로금을 어떻게 지급할 것인가에 대한 추측도 그 중 하나였다.

그러나 이날 체결된 인수 계약서에는 합병에 따른 직원들의 위로금 지급 여부가 포함되지 않았다. 따라서 위로금 지급은 홈플러스 경영진의 결정에 달려있게 됐다.

MBK파트너스 김광일 대표는 “홈플러스 직원의 현재 고용 조건과 단체 교섭 동의를 존중한다. 또한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을 예정이고 이해관계자들과 생산적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경영진과 긴밀하게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같은 날 홈플러스 노조는 “홈플러스 경영진은 매각 과정에서 보여준 악행에 대해 책임지고 홈플러스를 떠나라. 노동조합은 8일 오후 1시까지 대화와 협상에 대한 MBK의 답변을 기다릴 것이고 그들이 진정성 있는 의지로 대화에 나선다면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매각 확정 전까지는 영국 테스코와 홈플러스 경영진의 비밀매각 추진 규탄과 함께 사모펀드로의 홈플러스 인수를 절대 반대하던 노조가 테스코를 쫓아내고 MBK는 노조와 대화 의지를 보이면 인정하는 모습으로 방향을 전환한 것이다. 어찌됐든 새 주인이 결정됐고 이렇게 된 이상 노조는 협상을 통해 그들의 밥그릇을 빼앗기면 안 되기 때문이다.

노조는 성명서에서 “MBK가 노동조합과의 대화에 나선다면 비밀 먹튀 매각으로 빚어진 홈플러스의 실추된 기업 이미지를 회복하고 노사 간의 불신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며 "홈플러스 경영진은 테스코와 같은 최악의 먹튀 기업이 다시는 한국에 발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밝혀 이전과는 노조의 입장이 다소 변화됐음을 알 수 있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큰 사건이 있을 때마다 노동조합과의 마찰은 매번 겪었다. 쌍용자동차는 상하이자동차로의 인수합병 때 대규모 구조조정과 먹튀 가능성을 이야기하며 노동자의 반발이 거셌다.

또한 대우인터네셔널은 지난 2013년 포스코의 대우그룹 부산 섬유공장 매각과 올해 대우인터의 사명을 포스코대우로 바꾸려는 시도에 노조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결국 사명 변경은 무산된 바 있다.

반면 노조와의 통합을 통한 잘 된 인수합병도 존재한다. 2006년에 있던 신한은행과 조흥은행의 합병은 ‘정서적 통합’을 강조하며 성공적 통합의 대표적인 예로 평가받고 있다. 이들의 인수합병 사례는 미국 하버드대에 소개되기도 했다.

최근 하나금융과 외환은행도 합병에 오랜 시간이 걸렸으나 나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합병 진행 초창기 외환은행 노조의 반발이 있었으나 지속적인 대화로 1일 ‘KEB하나은행’이 출범하게 됐다.

홈플러스 노조가 원하는 것은 대화다. 약 3달 전 영국 테스코가 홈플러스 매각을 알렸을 때 홈플러스 노조는 노동자와 이해관계자를 배제한 매각을 반대하고 나섰다. 현재도 MBK에 진정성 있는 대화를 요구하고 있는 점에서 홈플러스 노조가 원하는 것은 경영진과만의 합의가 아닌 노동자와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들어달라는 것으로 보인다.

MBK는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며 이해관계자들과 생산적 관계를 유지하도록 노력하겠다고는 했으나 경영진과 긴밀하게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홈플러스가 최악의 매각에서 상생의 매각이 되기 위해 MBK는 경영진뿐만 아니라 노동조합의 목소리도 들어야 한다.

 

강연주 기자 npce@dailycnc.com

저작권자 © 소비자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