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경제=정명섭 기자] 증권선물위원회 자문기구인 감리위원회가 지난 11일 수천억원대 분식회계를 일삼은 대우건설에 과징금 20억원을 부과했다. 이는 과징금 규모 중 역대 최대 중징계에 해당한다.

대우건설의 외부 감사를 맡은 삼일회계법인에도 10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2013년 12월 금융감독원이 대우건설 감사에 돌입한 지 20개월 만에 나온 결정이다. 대우건설 관련 임직원에 대한 고발 여부는 추후 논의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은 업종 특성상 완공까지 수년이 걸려 수주 금액을 공사 기간으로 나눠 매출과 비용을 책정한다.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비용이 늘어나는 경우, 공사손실충당금을 당기 실적에 미리 반영해야 한다.

하지만 대우건설은 금융당국으로부터 손실 가능성이 있는 것을 인식하고도 이를 회계에 반영하지 않았다는 처분을 받았다. 대우건설이 국내 10여개 사업장에서 5000억원 규모의 손실 충당금을 재무제표에 제대로 기입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업계는 대우건설에 대한 징계가 건설업 전체로 퍼질까 노심초사 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대우건설과 같은 잣대로 모든 건설사를 평가하면 분식회계 논란에서 자유로운 업체는 없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번 결정을 두고 건설업계가 “수주 사업의 특성을 이해해줘야 한다”, “미래 손실을 어떻게 예상하고 반영하느냐”고 반발하고 있는 이유다.

건설업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관행이라는 이름하에 되풀이되는 분식회계 논란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피해가 고스란히 개인 투자자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최근 대우조선해양도 2조원대 적자를 숨겨 소액 주주들에게 엄청난 손실을 입혔다. 투자자는 스스로 조심하는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또한 건설사의 외부 감사를 맡은 회계법인도 피해를 보고 있다. 회사에서 주는 회계자료를 바탕으로 감사를 진행하기 때문에 만약 작정하고 속인 자료를 받으면 회계법인도 속수무책이다.

이런 고질적 문제가 계속 발생하자 이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금융당국이 총공사예정원가 내역을 자세히 공시하거나 미청구공사(발주처에 청구하지도 못한 공사미수금)의 변동내역에 대해 자세히 공시해 부실을 미리 파악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건설업 전반에 대한 특별감리를 실시해 시장의 우려를 해소할 것을 촉구했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대형 수주산업의 회계·공시 제도를 검토하는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해 문제점에 대한 개선사항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방위적인 감시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논쟁이 되고 있는 미래 손실에 대한 추정 시기도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기회를 통해 건설·조선 등 대형 프로젝트 산업의 회계 기준이 재정립 되는 계기가 돼야 한다. 갑작스럽게 부실을 털어내는 행위를 차단하는 제도적 보안을 통해 개인 투자자와 정보 이용자가 충분히 권익을 보호받을 수 있어야 한다.

 

정명섭 기자 npce@daily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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