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력 집중 알면서도 눈 감는 현실

[소비자경제=강연주 기자] 롯데그룹은 지난달 28일 롯데 신격호 총괄회장의 해임으로 불거진 롯데가(家) 형제의 막장극으로 온 국민의 비난을 받고 있다. 껌 하나로 성공한 신격호 총괄회장의 성공 스토리로 국가적 관심이 상대적으로 더욱 뜨겁지만 국내의 재벌가 경영권 분쟁은 재계의 풀리지 않는 숙원이었다.

전문가들은 계속되는 형제의 난을 비롯한 재벌가 경영권 분쟁으로 재벌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한국 경제에 막대한 손실을 미칠 수 있음을 지적한다. 더욱이 롯데를 포함한 여러 대기업이 경영권 분쟁이후 심각한 경영난과 혼란에 시달리고 있어 잘못된 재벌문화에 대한 시급한 시정이 요구되고 있다.

◆롯데 비롯해 끊이지 않는 재벌2세, 3세들의 자리싸움

▲ 왼쪽부터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출처=롯데)

재벌닷컴이 지난 2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40대 재벌그룹 중 롯데를 포함해 18곳이 형제간의 경영권 분쟁을 겪었다고 한다. 절반 가까이가 회사 경영으로 가족끼리 물고 뜯고를 반복한 것이다.

지난달 28일 롯데 신격호 총괄회장은 전날 차남 신동빈 회장을 비롯한 이사진 6명을 부당 해임했다는 이유로 강제 사퇴했다. 그리고 30일 장남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한국에서 동생 신동빈 회장이 독주를 하고 있으며 아버지의 결정은 정당하다는 기자 인터뷰를 했다. 현재 롯데가(家)에서 반(反)신동빈이 늘어나고 있으나 아직까지 ‘형제의 난’은 예측 불가능으로 진행 중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롯데의 경영권 분쟁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지나친 욕심 때문이다’ 또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건강악화로 촉발된 형제간 싸움이다’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 최근까지 롯데 전반을 경영해오던 신격호 총괄회장은 올해 94세이며, 롯데의 결제구조는 신격호와 신동빈 2중 결제 체제였다.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61세이며, 신동빈 회장은 60세다. 60이 넘도록 제 뜻대로 하지 못하고 90 넘은 아버지 눈치를 봐야 했던 것.

신동빈 롯데 회장이 3일 오후 한국에 귀국하면서 “형과 아버지를 가까운 시일 내에 만날 것이다. 롯데 매출의 95%가 한국에서 발생한다. 롯데는 일본이 아닌 한국 기업이다. 신속하게 경영이 정상화되도록 힘쓸 것이다”라고 말하면서도 “해임지시는 법적 효력이 없는 소리다”라며 이번 형제의 난(亂)이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임을 예고 했다.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재벌家 왕자의 亂

▲ (출처=현대, 두산, 효성, 금호아시아나)

이번 롯데그룹 경영 분쟁 사태에 대해 일각에서는 15년 전 있었던 현대그룹의 경영권 논란과 비교하고 있다. 아버지의 빈자리로 형제간 측근을 해임시키고 무효화하고 결국 동생이 경영권을 차지했다는 점에서다.

현대그룹의 형제의 난은 2000년 3월에 발생했다. 당시 86세 나이로 건강이 악화된 창업주 정주영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자 차남 정몽구와 5남 故 정몽헌의 경영권 싸움이 불거졌다.

정몽구 회장과 故 정몽헌 회장은 경영자협의회 공동의장을 지내며 경쟁했었다. 이후 정몽구 회장이 故 정몽헌 측 인사였던 이익치 현대증권 회장을 해임시키자 정몽헌은 정주영을 찾아가 인사조치를 무효화하고 정몽구 회장을 회장직에서 물러나게 했다. 형제간의 경영권 분쟁이었다는 점과 창업주인 아버지를 앞세웠다는 것이 롯데와 비슷하다.

이 사건으로 정몽구 회장은 현대자동차 등 10개 사를 이끌고 현대그룹에서 독립하고 경영권은 5남인 정몽헌이 쥐게 됐다.

최근에는 효성그룹의 ‘조현문의 난’이 이슈가 됐었다. 지난해 10월 조현문 전 부사장이 형 조현준 사장과 동생 조현상 부사장이 대주주로 있는 계열사를 배임,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것. 효성가(家)의 둘째인 조현문 변호사 겸 전 부사장은 2011년 회사지분을 모두 매각하고 회사를 떠났다. 이 사건은 아직 조사 중이다.

두산그룹도 2세들의 경영권 쟁취 싸움이 있었다. 두산의 형제의 난은 창업주 故 박두병 초대회장의 차남 故 박용오 전 성지건설 회장이 두산그룹 총수까지 올랐으나 2005년 가족회의에서 3남인 박용성 전 회장에게 경영권이 돌아가면서 발발했다.

故 박용오 전 회장은 자신을 회장직에서 내린 것이 형 박용곤과 현 두산그룹 회장인 동생 박용만의 계획으로 보고 비자금 폭로전을 펼쳤다. 그 결과 故 박용오 전 회장과 박용성 전 회장은 실형을 받았고 故 박용오 전 회장은 두산 내 지위를 잃은 것은 물론 가문에서 제적당하기까지 했다.

이외에도 2011년에 있던 금호그룹 형인 박삼구 회장과 아우 금호석유회장의 싸움도 있었고, 한진그룹, 한라그룹 등에서도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있었다. 심지어 동아제약은 이복형제간 자리싸움에서 부모자식간의 싸움으로 확대된 일도 있었다. 녹십자는 모자(母子)의 난(亂)이 일어나 재계 및 여론의 비난 대상이 되기도 했다.

◆재벌 경영권 싸움 그 이후, 그리고 해결책은?

롯데그룹의 형제간 경영권 싸움이 심화되면서 그룹 주가도 연일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3일 24만4000원으로 마감하면서 전날 대비 8000원(-3.17%) 하락했다. 롯데칠성은 전일대비 15만4000원(-6.85%) 내린 209만4000원에 마감했다. 롯데케미칼도 전날보다 13.63%, 3만5000원 감소한 22만5000원에 종료했다.

특히 롯데쇼핑은 신동주 전 부회장의 인터뷰가 있던 지난달 30일 이후 롯데에 대한 여론의 반감이 커지면서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다. 이밖에 많은 계열사들이 지난달 30일 전후로 주가가 하락세를 치고 있다. 재벌의 경영권 분쟁으로 인한 여론의 반감 및 불신이 기업의 주가와 경영난에 영향을 준 것이다.

두산의 故 박용오 전 성지건설 회장은 계속된 경영난으로 2009년 11월 4일 자살로 생을 마감하기도 했다. 경영 분쟁 이후 현대는 현재 비교적 극복했으나 현대의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은 아직까지 경영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9월 현대상선의 부채비율은 806%나 됐다. 한진도 경영권 분쟁과 경기불황 등의 원인으로 경영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금호그룹도 마찬가지다.

국내 기업의 경영권 분쟁은 해외 투자자에게도 영향을 준다. 계속된 싸움과 불투명한 경영 구조, 계속된 주식시장 불안정은 해외 투자자로 하여금 신뢰도를 떨어트리고 투자 철회 또는 투자 절감을 가져올 수 있는 것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회(경실련) 경제팀 권오인 팀장은 “국내 기업이 계속해서 경영권 분쟁에 휘말리는 것은 세습적 지배구조 때문이다. 또한 1인 체제의 경영권 세습은 총수일가에게 경제력 집중을 심화시킨다. 해외는 경제력 집중에 대한 경계와 엄격한 제도를 갖추고 있다"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어 그는 "정부는 재벌들의 경제력 집중의 문제점을 알고 있으나 정치권과 재벌들의 면밀한 관계로 인해 바뀌지 않고 있다. 따라서 언론·재벌·정치의 제도 실천 및 개선에 대한 제대로된 언급도 없는 현실”이라며 해외와 같은 투명한 경제구조 실현을 촉구했다.

 

강연주 기자 npce@daily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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