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경제=강연주 기자] 요즘은 달콤함이 대세다. 허니버터칩 이후 온갖 달콤 과자가 쏟아져 나왔고, 이번엔 순하리 이후 달콤 소주가 쏟아져 나온다. 매번 뭐 하나가 히트치면 줄줄이 그 뒤를 따른다.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은 지난해 8월 출시된 이후 아직까지 과자계의 독보적인 판매 1위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허니버터칩은 출시 100일도 안 되서 50억이 넘는 매출을 기록하고, 한동안 편의점과 마트에서는 허니버터칩 대란이 일었다. 어떤 편의점에서는 사재기를 막기 위해 한 명 당 허니버터칩 한 봉지를 원칙으로 내건 곳도 있었다.


허니버터칩의 선풍적인 인기 이후 온갖 과자업계는 허니 과자 출시에 열을 올렸다. 수미칩 허니머스터드, 스윙칩 허니밀크, 고래밥 허니밀크, 오감자 허니밀크, 꼬깔콘 허니버터맛, 포카칩 스윗치즈, 허니버터 아몬드, 자가비 허니버터, 허니버터 우유 등 모두 허니 열풍으로 만들어진 간식들이다. 과자업계의 허니열풍에도 여전히 허니버터칩을 따라잡을 자는 없다.


이제는 달콤 소주가 인기다. 달콤하고 새콤한 과일향을 넣어 소주 특유의 쓰고 역한 맛을 잡아 여성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 롯데주류의 순하리는 지난달 27일 출시 100일을 맞아 누적 판매 4000만 병을 돌파했다. 순하리 덕분에 지난 100일 동안 일반 소주 시장도 활기를 되찾았다.

2011년 이후 쭉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던 소주가 순하리 이후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섰고 하이트진로 일품진로는 25도로 독한 소주임에도 판매가 지난해 대비160% 증가했다.

순하리 열풍 이후에도 허니버터칩 때와 마찬가지로 온갖 주류업계는 제2순하리 만들기에 주력했다. 무학에서는 좋은데이 컬러 시리즈(블루베리, 석류, 자몽, 유자)를 출시했고, 하이트진로도 지난달 19일 자몽에 이슬을 내보이며 맛있는 소주 대열에 합류했다.

지난 2월 국순당에서 출시했으나 별 반응을 얻지 못한 콤주도 뒤늦게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하이트진로는 늦은 자몽에 이슬 출시로 과일 소주에 가장 늦은 것 같지만 사실 3년 전 참이슬 애플을 출시한 바 있었다. 3년 전엔 아무도 관심 갖지 않던 과일 소주에 갑자기 대중들의 관심이 몰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순하리를 주류계의 허니버터칩이라고 부른다. 허니버터칩만큼 단기간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동일 업종에서 이후 제2 시리즈를 줄줄이 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한국은 과자업계고 주류업계고 누가 뭐 하나 해서 인기 있다고 하면 따라하기 바쁘다. 제2의 허니버터칩들과 제2의 순하리처럼 말이다. 3년 전 참이슬 애플 때는 관심도 없던 과일 소주였지만 순하리가 잘 팔린다고 하니 너도 나도 더 다양한 과일 소주를 만들어 내는 데 집중한다.

해태제과 신정훈 사장은 "허니버터칩을 만들어내기까지 얼마나 많은 감자칩을 먹었는지 체중까지 늘었다"고 답했다. 실제로 허니버터칩을 만들기 위해 해태제과는 200여 종이 넘는 감자칩을 분석하고 1년 9개월의 연구 기간을 거쳐야 했다. 그 결과 감자칩계의 새바람을 일으킬 수 있었던 것이다.

허니버터칩 이후 온갖 달콤 과자들은 체중까지 늘려가며 분석하고 연구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손 안대고 코만 풀려고 든다.

순하리가 만들어지기까지에도 2년여의 시간이 걸렸다. 2년 동안 시장조사, 상품계획, 분석, 연구를 거쳐 맛있는 소주 시장을 개척했다. 그리고 주류업계는 이 분위기에 맞춰 너도 나도 대세에 따라만 간다.

지난해와 올해는 세월호, 메르스 등 큼직한 사건사고가 많았다. 사건사고들은 소비자들의 소비위축으로 이어졌고 유통계 및 한국의 전반적인 경기침체를 초래했다. 그러나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허니버터칩 대란과 순하리 열풍은 식을 줄 몰랐다.

어려울수록 곰이 부리는 재주로 돈 먹는 왕서방식 마케팅이 아니라 소비자와 시장이 원하는 것에 대한 연구로 신선함을 어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획기적인 것이 '팡' 터지기만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우리 회사만의 아이디어'가 필요한 때인 것이다.

 

강연주 기자 npce@daily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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