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경제=김정훈 기자] 최근 옐로우캡택배와 합병, 업계 6위로 올라선 동부택배의 서비스불만에 대한 소비자들의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다. 택배서비스의 핵심인 기사친절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것.

경기도 안성에 사는 심모(여·30대)씨는 지난 5월 30일 동부택배를 이용하던 중 차마 납득할 수 없는 일을 당했다.

주문한 상품(고기)이 집으로 배송 온다고 연락을 받은 심씨는 집에 있는 어머니에게 상품을 수령해달라고 부탁했다. 문제는 조금은 찾기 어려운 집 위치로 인해 택배기사의 감정이 짜증과 불만으로 가득 찬 상태였던 것.

택배기사는 심씨의 어머니에게 갖은 짜증과 화를 섞으며 상품을 전달했다. “왜 이렇게 불친절하냐”는 심씨 어머니의 말에 택배기사는 “X소리 하고 있네” 라며 욕설을 시작했다. 옆에서 이 광경을 목격한 심씨의 작은 아버지는 “지금 뭐라고 하셨냐”고 택배기사에게 따지자 그는 “잘X먹어라! 이개X끼야”라고 욕설을 하며 자리를 떴다.

심씨는 “어머니에게 이 일을 전해 듣고 두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며 “약간의 불친절은 이해할 수 있다 쳐도 어떻게 고객에게 욕설을 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문제는 이후에도 발생했다. 동부택배 고객센터에 항의한 심씨는 CS담당자로부터 지사장님이 직접 방문해 사과를 드릴 것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이에 지사장 방문날짜에 맞춰 집에서 기다린 심씨는 지사장은 커녕 동부택배 직원의 그림자도 볼 수 없었다. 방문할 것이라고 했던 지사장이 아무런 연락도 없이 방문하지 않은 것.

더욱 황당한 것은 지사장의 뻔뻔한 태도였다. 심씨는 지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왜 오시지않냐고 묻자 ‘깜빡했다’라는 답변만을 들을 수 있었다.

이와 관련 동부택배 인수사 KG로지스 CS팀 관계자는 이번 욕설사태에 대해서 “해당 택배기사에게 진위여부를 문의한 결과, 배송과정에서 고객 측과 문제가 있었던 것을 확인했다”며 “당시 옐로우캡과 합병을 진행 중이라 고객응대에 있어서 미흡한 점이 있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군포지사장님이 직접 고객님께 다시 전화해 사과의 말씀을 드렸다”며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심씨는 “이럴거면 왜 처음부터 방문사과를 한다고 했는지...”라며 “내가 꼭 지사장의 사과를 받고 싶었겠나. 동부택배 어떤 직원이든 한명이라도 찾아왔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 포털사이트에서 검색되는 동부택배 관련 불만글.

◇동부택배불친절 사례도 다양해

현재 동부택배의 불만사례는 인터넷에서 손쉽게 찾을 수 있을 정도로 실로 다양하다. 아무 말 없이 택배 상품을 집 앞에 두고 간 것은 물론, 택배 물을 옆집에 잘못 전달해 놓고는 아무런 연락도 없는 경우 등이다.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 글을 올린 동부택배 이용자 A씨는 “문자로 물건이 오후 2시쯤 배송온다고 해 1시 반쯤 기사에게 전화를 걸었다”며 “택배기사는 ‘제때 방문할테니 전화 좀 하지말라’며 짜증을 내더라. 고객입장에서 기사에게 전화를 할 수도 있는 부분인데 기분이 매우 나빴다”고 밝혔다.

아버지가 아파트 경비원 일을 하는 B양도 동부택배에 대한 불만사례를 커뮤니티 사이트에 게시했다.

B양은 “원칙적으로 택배물 보관을 하지않는 경비실인데 택배기사가 보관을 요구해왔다”며 “아버지가 거부하자 택배기사는 차마 입에 담기도 힘든 욕설을 하면서 택배물을 던져놓고 그냥 가버렸다”고 동부택배 기사의 행동을 질타했다.

또 다른 네티즌 D씨는 “동부택배가 옐로우캡과 합병하면서 사업을 확장한다고 들었다”며 “이렇게 불친절한데 몸집만 불리면 뭐하나. 택배업계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고 들었는데 고객에게 불친절한 회사가 살아남을리 만무하다”고 꼬집었다.

◇계속되는 택배기사 불친절대책없나?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택배서비스 이용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 중 33.7%가 ‘배송사고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즉 10명 중 3명은 배송사고로 인해 불편을 겪었다는 이야기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택배업의 경우 사람과 사람이 물건을 주문하고 받는 업무이다 보니 아무래도 진행상황에 따라 서로 감정이 섞일 수 있어 갈등이 잦다”며 “택배회사들은 기사별 철저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현장에서 직접 체감하는 소비자들의 반응은 다른 편”이라고 밝혔다.

C 택배회사 관계자는 “택배민원의 30% 정도는 택배기사의 불친절에 의한 고객항의”라며 “회사입장에서도 모든 택배기사들의 친절도까지 일일이 체크할 수 없어 힘든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택배기사들의 지속된 불친절은 결국 그들의 처우나 택배업계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기인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택배회사들이 지속적으로 기사들을 대상으로 서비스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곤 하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이라며 “그들이 왜 고객에게 불친절해지고 작은 일에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더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배송 건당 수수료를 챙겨가는 택배기사들에게 시간 내 배송물량 끌어올리기는 필수”라며 “한건이라도 더 배송하려다 보니 마음이 초조해지고 결국 고객에 불친절로 대하게 된다. 정책적으로 기사들의 처우를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을 검토해보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훈 기자 npce@daily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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