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경제=백연식 기자] 지난 9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이동통신시장 경쟁촉진 및 규제합리화를 위한 통신정책 방안’ 공청회에서는 정부와 통신 3사의 제4이동통신에 대한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미래창조과학부는 통신 요금인하가 가능하다며 프랑스를 예로 들었다. 프랑스는 제4이동통신 사업자로 ‘프리모바일’이 진입하면서 요금인하 효과가 나타났다. 하지만 이동통신 3사는 같은 사례를 산업 전반적으로 구조조정을 불러일으킨 실패한 정책이었다며 반박하고 나섰다.

이상헌 SK텔레콤 상무는 “프랑스의 경우 요금인하 측면에서는 성공했지만 산업적 측면에서는 실패했다고 보고 있다”며 “통신 산업에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신중한 검토와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충성 KT 상무는 “제4이동통신이 시장을 왜곡시키고 기존 사업자의 자생력 확보를 어렵게 할 수 있다”며 “오히려 기존 시장경쟁력을 개선할 수 있는 정책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밝혔다.

박형일 LG유플러스 상무는 “일본은 실패했다”며 “일본은 우리와 같은 사업자 중심의 시장이란 점에서 종합적으로 비교해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반면, 정부는 제4이동통신을 강하게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경만 미래창조과학부 통신경쟁정책과장은 “이동통신시장 경쟁촉진 방안이 서로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 구조 개편 속에서 함께 다뤄질 문제”라며 “경쟁촉진방안을 준비하면서 현재 시장 구조는 어떻게 이뤄져 있고, 소매 시장 인가제 폐지를 두고 누가 지배력을 가지고 있냐는 고민에서 모든 것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정부와 통신사업자가 서로 엇박자를 내는 이유는 통신비 인하 효과에 대한 다른 인식 때문이다. 정부는 제4이통을 출범시키는 가장 큰 목적은 요금경쟁에 따른 통신비 인하 효과로 보고 있다.

그러나 GSMA 인텔리전스(Intelligence) 자료에 따르면, 이동통신사의 수가 3개에서 4개로 늘어나더라도 요금지수에 큰 차이가 없다고 한다. 이동통신사는 이를 근거로 정부의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또한, 새로운 통신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망 구축과 주파수 이용대가, 유통망, 마케팅 비용 등 사업 추진에 필요한 대규모의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현재 제4이동통신 사업에 관심을 보이는 사업자 중에 대규모 투자를 감당할 수 있는 대기업은 없는 상황이다. 참여할 것이라는 소문이 났던 대기업 관계자는 “우리는 현재 전혀 관심이 없는 상태”라며 “제4이동통신에 참여하는 대신 다른 곳에 투자하는 것이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동통신 망을 빌려 써 상대적으로 투자 부담이 낮은 알뜰폰도 지금까지 적자를 면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제4이동통신의 전망을 어둡게 한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영세한 알뜰폰 사업자들의 경우 손익계산을 해보지 않고 ‘묻지마’식으로 달려들어 대부분 적자를 보고 있다”며 “제4이동통신이 성공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전했다.

현재 통신시장은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기존의 이동통신 3사도 사물인터넷 등 새로운 ‘미래 먹거리’ 발굴에 적극 나서고 있다.

휴대전화 요금만으로는 더 이상 살아남기 힘들다는 판단 때문이다. 많은 준비 없이 무조건 밀어붙이는 정부의 행태는 문제가 있어 보인다. 제4이동통신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백연식 기자 npce@daily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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