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경제=이남경 기자] 한류바람을 탄 한국제품들이 세계 곳곳에 진출한 가운데 한국만의 개성있는 색깔은 찾아볼 수 없어 요우커를 비롯한 외국인들의 발길을 얼마나 더 끌 수 있을 지 의문이다.

현재 한국 브랜드 상품 시장은 말 그대로 ‘활황’이다.

소상공인 상권정보시스템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명동 상권 화장품 판매점의 월 평균 매출액은 2억 7787만원으로 5개월 전인 6월 1억9106만원보다 45.4% 성장했다. 당분간 중국인 관광객을 칭하는 ‘유커’는 점차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외국인들에게 한국을 알릴 기회가 확대됐음을 의미하지만, 정작 외국인들의 발길이 잦은 지역들은 한국의 색을 잃은 지 오래다.

중국인 유학생 양 모씨는 처음 명동을 찾았던 날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양씨는 중국인이 너무 많고 중국어 간판들도 넘쳐나 한국에 온 곳 같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또 다른 중국인 유학생 진 모씨도 명동에서는 쇼핑만 실컷 하다 간 것 같다고 말했다.

명동은 이미 ‘한국이 궁금해서 찾는 곳’이 아닌 단순한 ‘쇼핑거리’로 전락했다. 유커 매출 비중이 70~80%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한국을 알릴 기회는 많아졌지만, 이를 잘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화장품 업계에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다.

정부가 지난 4월 아랍에미리트연합과 할랄식품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1조 규모의 할랄시장은 급물살을 탔다. 기업들은 ‘제 2의 유커’로 불리는 무슬림관광객 유치를 위해 재빨리 할랄산업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섰다. 그러나 이러한 국내 할랄인증 식품에서도 한국의 색깔은 찾아볼 수 없다. 단순히 이슬람에서 금지되는 재료를 제거한 수준이다.

현재 일부 스낵과 라면 등이 할랄인증을 받고 중동과 아세안 지역에 수출되고 있으나 이 제품들이 한국적인 색깔을 낸다고 볼 수는 없다. 우리만의 강점을 지닌 한국형 할랄 식품개발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한국형 색깔 내기’를 기업에만 바라는 것은 무리다. 기업이 질 좋은 상품으로 한국에 대한 신뢰도를 높인다면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한국을 더 널리 알릴 수 있도록 서포트해야 한다.

오래 전 외국에 다녀온 친구는 한국 사람이 너무 많아서 외국같지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이후 친구는 해당 지역을 찾지 않았다. 세계를 향한 한국 상품은 이미 폭넓게 소비되고 있다. 지속적인 소비 창출이 가능한 시장을 만들기 위해 이젠 ‘색깔’을 입혀야 할 때다.

 

이남경 기자 npce@daily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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