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경제=김정훈 기자] 학자금대출이 부실운영으로 논란을 낳고 있다. 최근 한 금융연구단체의 연구위원은 정부가 무분별하게 학자금대출을 시행하는 바람에 재정적 부담이 심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출자들의 상환률이 저조해 갈수록 늘어가는 대출액을 정부가 향후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이다.

또 이 연구원은 부실대학에 대출지원을 제한하고 학업성취도가 떨어지는 학생에게도 학자금지원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구원의 취지를 비난하고픈 생각은 없다. 그는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정부 재정을 해결하고자 하나의 대안을 제시한 것뿐이다.

하지만 그 대안이 너무 잔인했다. 무작정 ‘공부 못하는’ 학생들에게 대출을 제한한다는 것은 또 다른 의미의 ‘사회폭력’이 될 수 있다. 그는 학업성취도가 떨어지는 학생들이 대학을 졸업해봤자 취업이 어렵고 대출 부실증가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너무도 무책임하고 잔인한 발상이다. 잘난 놈은 이끌어주고 못난 놈은 버리겠다는 약육강식의 논리를 어떻게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정부정책에 반영시킬 수 있나? 학자금 대출의 기본 취지는 배우고 싶으나 사정이 여의치 않은 학생들을 돕고자 하는 것이다. 취업이 될 만한 자들을 걸러 선별해서 돕는다는 방식은 기본 취지에서 벗어나도 한참 벗어난 몰상식한 발상이다.

물론 학업은 뒤로한 채 놀기에만 열중하는 일부 학생들을 두둔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들은 좁은 대한민국 취업시장에서 대학 4년제 졸업장이 최소한의 ‘자격증’임을 알기에 울며 겨자먹기로 입학원서를 썼을 것이다.

그러나 ‘일부’의 이러한 행동을 ‘다수’로 확산시키는 것은 무리가 있다. 지금도 수많은 대학 도서관에는 밤을 새워 공부하는 학생들로 넘쳐나고 있다. 그들에게 학자금대출은 미래를 위한 희망과도 같다.

취업난은 갈수록 심해지고 물가는 상승한다. 월셋값이 없어 밖으로 내몰리고 있는 청년들이 아르바이트와 학업을 병행하는 것은 몇몇 부유층 자제를 제외하곤 필수가 된 것이 현실이다.

현재 정부의 학자금대출로 인한 재정부담은 기본적으로 상환을 못하고 있는 청년들의 탓이 아니라 상환을 못하게 만든 정부 측에 있다.

‘취업 후 상환’이라는 달콤한 말을 던져놓고 재정부담이 심해지니 공부 못하는 학생은 대출제한을 둔다는 것은 학자금대출이 갖고 있는 기본적인 취지마저 역행하는 처사다.

국내에서 대학을 나온 졸업자 중 학자금대출은 누구나 한번 정도는 이용했을 국민대출상품이다. 가난했지만 열정은 넘쳤던 대학시절, 등록금 부담에도 꿈은 포기할 수 없었기에 우리는 정부의 돈을 빌려 책을 사고 수업도 받았다.

이 연구원의 대안은 더 실질적이고 현실적이어야 했다. 학자금대출은 가난한 학생들에게 ‘아무나 빌릴 수 없는 돈’이 아닌 ‘누구나 빌릴 수 있는 돈’이 돼야 한다. 뒤떨어진 자의 손을 놓고 앞서가는 사람만 끌어주는 국가엔 미래가 없다.  

 


김정훈 기자 npce@daily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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