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돌격전차 게임 스크린샷.

[소비자경제=김정훈 기자] 최근 모바일 액션 RPG(역할수행게임) ‘영웅 for Kakao’ 를 런칭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게임업체 네시삼십삼분(대표 장원상·소태환, 이하 4:33)이 개발용 테스트용 계정을 실제 게임 상에 투입해 유저들 사이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4:33이 서비스하고 있는 게임 ‘돌격전차’를 즐겨하고 있다는 K씨는 본지 제보를 통해 4:33이 테스트용 계정아이디를 경품추첨 당첨자에 포함시키는 등 불합리한 일들을 자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K씨는 지난 16일 게임 패치 이후 ‘지갑전사’라는 계정을 가진 캐릭터가 게임모드 상에서 맹활약을 펼치는 등 두드러진 성과를 보이자 이상한 점을 느끼고 캐릭터를 관찰했다. K씨는 ‘지갑전사’라는 계정은 현재 존재할 수 없는 캐릭터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발견했으며, 유저조회에서도 검색되지 않는 계정임을 확인했다.

▲ 돌격전차 공식카페에 올라온 경품 당첨자 명단. 네시삼십삼분이 투입한 개발용 테스트용 계정 지갑전사의 아이디가 보인다.

K씨는 “지갑전사가 보유한 캐릭터들은 일반유저들이 접근할 수도 없는 것 들이었다”며 “4:33에 문의한 결과, 지갑전사 캐릭터가 개발진의 테스트용 계정임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지갑전사’ 테스트용 계정이 4:33이 진행하고 있는 경품 추첨 아이디 목록에도 포함돼 있던 것. K씨는 “당첨자 수를 줄여 경품을 덜 주겠다는 의도 아니냐”며 “이는 유저들을 상대로 한 명백한 사기행위”라고 주장했다.

현재 4:33공식 카페에는 K씨를 제외하고도 많은 유저들이 테스트용 계정 사례를 놓고 게시글을 올리는 등 불만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페유저 J씨는 “일반 유저들이 하는 게임 상에서 굳이 테스트용 계정을 실험했어야 했는지 의문”이라며 “이는 마치 자동차회사가 개발 중인 자동차를 도로에 주행시키는 것과 다를 바 없는 행위”라고 질타했다.

한편 K씨는 테스트용 계정인 ‘지갑전사’라는 아이디 자체도 기존 유저들을 호갱(어수룩하여 이용하기 좋은 손님을 지칭하는 단어)으로 보고 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지갑전사’는 모바일 게임업계에서 흔히 돈으로 승부를 보려는 유저를 은근히 비하하는 의미의 은어다.

그는 “개발용 테스트용 계정이면 어떤 유저든 캐릭터를 보고 개발용인 것을 알아챌 수 있게 아이디를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굳이 ‘지갑전사’란 용어를 썼다는 점도 기존 유저들을 매출 호구로만 본다는 생각에 치가 떨린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 돌격전차 공식 카페에 올라온 '지갑전사' 계정 투입 공식 사과공지 글.

◇ ‘지갑전사’, 수시로 투입...알바 고용해 불만글 ‘밀어내기’ 의혹도


취재결과 4:33은 수시로 패치 버전 업데이트 후 ‘지갑전사’를 테스트용으로 투입시켜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K씨는 또한 이번 테스트용 계정 논란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4:33측은 카페에 단순사과공지글과 함께 아이템을 더 드리겠다는 유저농락형 회유책을 쓰고 있다고 질타했다. 또한 오히려 알바들을 고용해 카페 불만글을 속칭 ‘밀어내기’ 하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표적인 게시글 조작증거로는 동일한 아이디가 시간 간격을 두고 글을 두 번 작성한 흔적이 있다”며 “심지어 그 아이디를 쓴 유저는 기존 카페회원들에게 알바로 의심되자 닉네임을 수정해 다시 글을 올리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4:33 측은 공식카페에 사과공지를 게시했다. 4:33 관계자는 “지갑전사는 테스트용으로 게임에 투입시킨 것뿐이지 유저들에게 불편함을 드리고자 했던 의도는 전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경품추첨에 ‘지갑전사’ 계정이 포함돼 있는 것에 대해서는 “게임 내에서 모든 계정을 랜덤추첨기로 돌리다보니 테스트용 계정도 포함돼 버린 것 같다”고 밝혔다.

4:33측의 해명과 사과에도 이번 돌격전차 지갑전사에 대한 논란은 쉽게 가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돌격전차 유저들이 집단 환불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4:33 공식카페 회원 L씨는 “돌격전차는 워낙 난이도가 높은 게임이라 스테이지를 돌파할수록 현금결제를 하지 않으면 클리어하기 어려운 게임”이라며 “그간 100만원 이상 돌격전차에 결제를 했는데, 유저들을 단순히 돈으로만 보고 있었다는 생각에 실망스럽다. 회원 대부분 환불을 공식적으로 요청한다는 움직임이 있어 동참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이번 사례의 경우 게임사의 도덕적인 문제를 지적할 순 있지만 법적으로 제재를 가할 명분은 없는 경우”라며 “하지만 유저들이 집단으로 게임을 탈퇴한다던지 커뮤니티 사이트를 축으로 악의적인 여론몰이에 나서 4:33이 서비스하고 있는 다른 게임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어 유저들에 대한 적당한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김정훈 기자 npce@daily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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