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경제 이성우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이르면 오는 5월 25일 석가탄신일에 특별사면이나 가석방으로 풀려나올 것이란 전망이 나왔습니다.

최근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한 관계자는 “뚜껑은 열어봐야 알겠지만 경제 살리기 측면과 SK그룹 경영실적 부진 등을 종합적으로 미뤄 5월 사면이 가능할 것으로 조심스럽게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최 회장은 2013년 1월 횡령혐의로 기소돼 징역 4년형이 확정된 후 2년 3개월째 수감 생활 중입니다. 그는 국내 재벌가운데 가장 오랫동안 형기를 모범적으로 채우고 있다는 것이 교도소 측의 설명입니다.

지난해 광복절과 성탄절에도 최 회장 사면이야기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대한항공 사태로 재벌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면서 물 건너갔다는 시각이 팽배합니다.

만약 최 회장이 향후 가석방이나 특별사면이 없으면 앞으로 2017년 1월까지 의정부 교도소 에서 복역해야 합니다.

일각에서는 SK그룹 사회공헌재단인 SK행복나눔재단이 최근 들어 사회공헌 등에 적극적인 이유가 최태원 회장 가석방을 염두한 것 아니냐는 의심쩍은 시각도 있습니다.

SK행복나눔재단은 지난달 30일 한국사회투자와 업무협약을 맺고 유망 사회적기업·소셜벤처 등 혁신기업의 성장 지원에 나선데 이어 1일에는 사회적기업의 성과에 따라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보상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최 회장이 사재 100억원을 털어 만든 카이스트 청년창업투자지주가 사회적기업가 5명을 첫 투자 대상자로 선정한 것도 ‘조기 석방’을 위한 행보 아니냐는 것입니다.

이와관련 SK측은 "수년간 지속해왔던 사회공헌활동일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합니다. 말도 안된다는 뜻이죠.

굳이 이러한 삐딱한 시선으로 최 회장과 SK그룹을 볼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구속된 재벌 총수가 자신의 회사가 사회봉사 잘 했다고 ‘가석방’된 사례는 없으니까요. 이런저런 활동이 없어도 6개월 내 구속된 후 출소한 재벌이 국내에는 수두룩합니다.

사회봉사 활동과 총수 조기석방은 비례관계가 아니란 뜻입니다.

우리나라는 이처럼 재벌총수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유독 심합니다. 재벌에 대한 비판적 시선이 사방좌우로 펼쳐져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돈 있는자, 권력 있는 자들이 모범을 보이지 못했기 때문이죠.

조선시대부터 아니 그 이전부터 탐관오리 등 부정적 관료들이 힘없는 백성을 갈취하고 힘들게 했다는 인식이 수백년간 이어져왔습니다.

더욱이 일제시대, 6.25, 4.19혁명, 권위주의 시대 등을 거치면서 있는 재벌이 정치권과 결탁하여 수많은 특혜를 받고 국민과 소비자를 위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이 큰 원인 일 수 있습니다.

한국 재벌에 대한 평가는 국내외에서 크게 상반됩니다. 해외에서는 경제 기적의 주역으로서 재벌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많지만 국내에서는 개혁되어야 할 대상이라는 부정적 시각이 우세하죠.

하지만 전문가들은 재벌에 대한 편견이 지나치다는 견해가 있습니다. 흔히 얘기되는 '선단식 경영' 혹은 '내부 거래' 문제를 보면 전 세계에서 내부 거래 자체를 공정거래법으로 규제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합니다.

내부 거래를 통해 계열사들이 경영 자원을 공유하면 사업 확장이 여러모로 쉬워집니다. 미국, 일본. 인도, 중국. 이탈리아 등 많은 나라에서도 주요 기업들은 대부분 내부거래를 하고 있습니다.

'족벌경영' ‘가족경영’에 대해서도 해외 시각과 우리 시선은 매우 다릅니다. 오히려 글로벌 기업가운데도 가족경영이 보편적입니다. 미국의 경우에도 5만 여개 상장기업 가운데 60%가 가족기업이라는 통계가 있습니다.

싱가포르 국립대학교 통계에 따르면 1990년대 미국 800대 기업 중 가족경영 기업들이 산업 평균보다 수익성이 33% 더 높았고 15% 더 빨리 성장했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80년대 영국의 325대 기업에 대한 조사에서도 가족경영 기업들이 비가족경영 기업들보다 이익률, 매출 증가율, 자산 증가율에서 모두 앞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외국은 이런데 우리는 왜 이러냐고 재벌을 편드려는 것은 아닙니다. 국내 재벌이 앞서 말했듯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을 부인할 사람은 없습니다. 특히 회사 차원이 아닌 오너 개인적 측면의 나눔과 베품에 대해 유독 인색하기 짝이 없습니다.

미국의 경우 재벌을 보는 시각은 국내와 사믓 다릅니다. 그 이유는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창업자인 폴 엘런은 지난해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하고 있는 에볼라 퇴치를 위해 사비 1억달러(약 1060억원)를 내놓았습니다. 무엇보다 개인 돈입니다.

폴 엘런의 친구이자 MS 창업자인 빌 게이츠 역시 기부하면 결코 뒤지지 않습니다.

빌 게이츠는 그의 부인 멀린다 게이츠와 함께 2년 연속 ‘미국 기부왕’으로 선정됐습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미국 고액 기부자 50명’ 가운데 빌 게이츠 부부는 지난해 총 26억5000만 달러(약 2조8100억원)를 질병예방 및 퇴치, 교육 개선 사업 등에 기부해 기부순위 1위를 차지했습니다. 이는 2012년 기부금(19억 달러)보다 7억 5000만 달러 증가한 것입니다. 날이 갈수록 돈을 더 내놓고 있다는 것이죠.

그 뒤를 이어 워렌 버핏이 26억3000만 달러를 기부했습니다. 지금까지 그가 기부한 총액은 119억 달러(약 12조5902억원)에 이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떨까요? 사실 국내경제계 인물 가운데 빌게이츠, 주커버그 같은 기부왕이 여전히 나오고 있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과거 국내재벌 총수들이 검찰조사에 앞서 사회 환원 하겠다고 약속한 금액들이 현재 실행되고 있는지 의문을 갖고 있습니다. 돈 역시 사재를 턴 것인지, 회사나 재단 이름으로 한 것 인지도 헷갈립니다.

물론 회사 차원에서는 많은 돈을 기부하고 있지만 개인이 직접 내는 돈과는 분명 구별 되어야 한다는 시각이 큽니다.

앞으로는 변했으면 합니다. 우리 국민 모두가 최태원 회장 5월 가석방 혹은 사면에 대해 찬성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리저리 눈치 안보고 경제살리기 위해 국민적 서명 운동도 일어나고 말입니다. 이를 위해선 평소 재벌이 어려운 이웃을 위해 마음을 담아 감동을 주는 일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최태원 회장에게만 해당되는 말은 아닙니다.

 

취재부장 npce@daily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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