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경제=김정훈 기자] 우리나라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을 최종 결정했다. 당초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와 함께 이번 AIIB 가입여부는 한국이 중·미 고래싸움에서 새우 등이 터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하지만 커져가는 중국의 세계경제 영향력을 애써 외면할 수 만은 없었다. 이미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주요국가들이 가입의사를 밝혔고 한국 역시 AIIB 회원국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한국의 AIIB가입은 중국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국은 AIIB를 일본이 주도하고 있는 아시아개발은행(ADB)보다 더 큰모의 투자은행으로 성장시킬 계획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일본이 사실상 AIIB 가입거절의사를 밝힌 현 시점에서 아시아에서 돈 좀 만진다는 한국 마저 가입하지 않으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이라는 이름이 무색해질 판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중국이 AIIB를 만든 근본적인 이유는 아시아 낙후국가의 건설, 문화 인프라를 발전시키기 위함도 있지만 세계경제의 절대적인 권력을 갖고 있는 미국과 서구열강들 사이에서 경제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한 토대를 만들기 위해서라고 보는 시각이 맞다. 그러기 위해서 중국은 AIIB 창립회원들을 열심히 끌어모았으며(혹은 그들 국가 스스로 가입) 아시아의 막강 영향력인 한국 가입은 중국 입장에서 필수요소였던 것이다.
 
여러 정치적인 이해관계가 얽혀 있지만 실질적으로 한국의 AIIB가입은 해 될 것이 없다. 국내 기업들의 아시아 개도국 인프라사업 투자 참여는 국내경제 활성화의 도움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AIIB 가입은 우리나라 최대 무역국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과의 경제협력 관계를 강화할 수 있다. 이미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 개설에 이어 한·중 경제장관회의를 통해 양국의 구체적인 경제협력 방안이 논의되고 있어 AIIB 가입은 양국의 경제 협력 관계를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사실 이번 AIIB 가입에 대해 국내에서는 찬반 논쟁이 심했다. 국내 한 정치인은 “진정한 주권국가라고 자부하기 부끄럽다”며 외교적인 상황에 따라 가입여부 조차 스스로 결정할 수 없는 국내 현실을 지탄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AIIB 가입이 결론적으로 아무런 소득 없는 밑진 장사를 한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AIIB 가입으로 중국과 우호적 관계는 유지하게 됐지만 대신 사드를 배치할 수밖에 없어 중국이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에 더욱 경제적 압박을 가할 것이라는 것.

하지만, AIIB가입은 현실적으로 피할 수 없었던 세계경제의 흐름이었다. 만약 우리나라가 가입을 거절했다면 미국과의 관계는 좋아졌겠지만 중국과의 경제협력관계가 틀어져 국내경제는 심각한 부진에 빠졌을 것이다. AIIB는 변화하는 세계경제 흐름의 상징과도 같다. 이미 가입을 확정한 만큼 우리에게 남은 경제적인 과제는 얼마만큼 중국이란 거대국가를 경제적으로 잘 이용하는 지가 핵심이 될 것이다. 더이상 걱정만 하지말자. 시간이 없다.

김정훈 기자 npce@dailycnc.com

저작권자 © 소비자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