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경제 고유진 기자] ‘갑질 논란’에 휘말렸던 소셜커머스 업체 위메프 사태가 박은상 대표의 사과로 일단 진정국면에 접어들었다.

박 대표는 고용노동부가 “위메프의 근로감독 검사 결과, 채용 과정상 ‘불법 해고’는 없었다”고 최종 판단을 내린 후 기자회견을 통해 지원자 11명의 2주간의 근무는 정규직 채용을 위한 3차 실무 테스트 과정이었다고 설명하고 사과했다.

테스트에 임했던 11명 지원자 또한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었으며, 수습 직원이 아니었기 때문에 ‘해고했다’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다소 뒤 늦은 사과였지만 박 대표의 진심어린 사과가 악화된 여론을 잠잠하게 하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위메프는 ‘갑질 논란’사건 보도 후 “진심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해명했지만 여론의 반응은 싸늘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위메프는 논란 이후 ‘채용 갑질’, ‘부당 해고’ 등 800여건의 비판기사가 나오며 ‘방문자수’ 업계 꼴찌를 기록했다.

현재 지원자 11명 중 10명은 위메프의 정식 입사를 거쳐 업무를 시작했으며, 나머지 1명은 개인적인 사유로 입사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원자 10명의 정식채용과 고용노동부 발표로 인해 위메프의 ‘불법 해고’ 논란이 단순 ‘논란’에 불구하다는 사실이 밝혀졌으나, 여론은 되려 잠잠하다.

방문자수가 일주일 만에 6% 감소한 것도 소비자 또한 위메프를 외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신뢰를 잃은 기업으로부터 소비자들의 이러한 반응이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일각에서는 여론 반응에만 치중한 언더도그마 현상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언더도그마 현상이란 맹목적으로 약자를 선으로 보고, 강자를 악으로 보는 이분법적 생각을 말한다.

이러한 언더도그마 현상은 주로 정치, 경제 등에서 뚜렷한 영향을 나타낸다.

구글이나 애플 등이 자기 회사가 작은 차고에서 시작했다고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며,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미생’ 또한 언더도그마의 대표적인 사례다.

CJ E&M이 제작해 장안의 화제를 일으켰던 드라마 ‘미생’은 직장인들의 애환을 그리고 있어 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미생 주인공 ‘원인터내셔널 영업3팀 오상식 차장과 계약직 사원 장그래는 직장생활이 얼마나 고달프고 힘든 곳인지, 하지만 견뎌야 할 전쟁터인지를 새삼 깨닫게 했다.

동시에 약자인 오상식 차장과 장그래를 선으로 만드는 언더도그마 현상을 느끼게 했다.

외국의 경우 영국 ‘브리튼스 갓 탤런트’에 출연한 수잔 보일은 ‘우승을 하지 못한’ 덕분에 데뷔 앨범이 300만 장이나 팔렸으며, 국내 프로야구에서도 수년째 가을에 야구를 못한 롯데 자이언츠는 열광적인 팬을 몰고 다니는 반면, 만년 강자로 보이는 삼성 라이온즈는 큰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다.

언더도그마는 이러한 약자에 대한 ‘무조건적인 연민’을 뜻한다.

그러나 기업이 언더도그마의 비난을 피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폭스바겐은 1959년 ‘작게 생각하라(THINK SMALL)’라는 광고로 비틀 차를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차로 만들었다. 언더도그마를 거꾸로 활용한 것이다.

이 광고는 광고잡지 애드버타이징 에이지가 순위를 매긴 세기의 광고 100개 중 1위를 차지했다.

세계 1위 자동차 업체를 다투는 도요타도 기업의 목표는 세계 시장 장악이 아니라 소비자에게 최고 품질의 자동차를 생산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위메프의 논란 속 쟁점도 이러한 위기를 기회로 만들 ‘부위정경’에 있다.

고용노동부의 공론화된 발표로 인해 일각에서는 위메프가 억울한 마녀사냥을 당했다는 의견도 분분하다.

이번 사건이 마녀사냥이든 언더도그마 현상의 일환이든 현재 위메프가 힘겨운 줄타기를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채용논란에 대한 진정한 갑질 여부는 고용부 발표로 공론화 됐지만 사건을 통한 소비자들의 마음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위메프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깨끗한 재 출발선에서 ‘진실’을 ‘진심’으로 만들어 갈 수 있을지 앞으로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고유진 기자 npce@daily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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