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LG 구광모 상무, GS 칼텍스 허준홍 본부장

[소비자경제 백연식 기자] 지난 1947년 ‘락희화학공업사’를 공동 창업한 이래 67년간 동업을 이어온 LG-GS그룹이 각각 4세대 30대 차기 오너들을 내부 승진시키면서 향후 구씨-허씨家 경영권 승계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지 재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LG그룹은 지난달 27일 구본무 회장의 장남 구광모(36) 부장을 상무로 승진시켰고, GS그룹은 18일 허준홍(39) 상무를 전무급인 LPG 사업본부장에 임명했다.

재계에서는 이들의 승진을 놓고 본격적인 대권승계가 시작됐다는 분석과 자연스런 흐름이라는 차분한 시작이 엇갈리고 있다.

이는 재계서열 1, 2위를 다투고 있는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 40대 중반 오너들이 실질적으로 그룹을 이끌면서 LG와 GS도 이러한 대세의 흐름에 따라 다소 서둘러 오너 승계 작업에 돌입했다는 시각이다.

반면 당연한 수순이란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34세 때인 1979년 LG화학 수출관리 부장에서 같은 회사 유지총괄본부 본부장에 임명됐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36세 때 LG상사 홍콩지사 선임부장에서 같은 곳 이사로 승진됐다.

구광모 상무와 허준홍 사업본부장의 30대 임원 승진이 결코 빠른 게 아니란 것이다.

구 상무는 2006년 LG전자 재경부문 금융팀 대리로 입사해 2010년 11월 재경부문 금융팀 과장으로 근무했다. 이후 약 4개월 만에 LG전자 HE(홈엔터테인먼트)사업 부장으로 승진했고 한달만에 다시 LG 시너지팀 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LG 시너지팀은 계열사들의 역량을 집결, 개별 전략 등 그룹의 시너지를 발휘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다. 그룹 전체를 한눈에 들여다보기 쉬운 곳이다.

LG그룹 관계자는 “시너지 팀은 그룹 계열사 간의 협력을 이끌어내 최대한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도록 하는 팀”이라며 “구광모 상무가 경영 수업을 받고 있는 것은 맞다”라고 말했다.

GS그룹 장손인 허준홍 GS칼텍스 상무도 해외근무를 마치고 LPG 사업본부를 맡게 됐다.

허 본부장은 2006년 GS칼텍스에 입사해 2012년부터 싱가포르법인 상무로 근무하면서 원유트레이딩 업무를 맡았다.

그는 허정구 GS그룹 창업주의 장손이자 허남각 삼양통상 회장의 장남이다. 허창수 현 GS회장의 5촌 조카다.

허 본부장이 맡은 GS칼텍스 LPG사업부는 전국 400여 곳의 LPG충전소를 관리하는 업무를 총괄하는 그룹의 핵심 사업부다.

GS칼텍스 관계자는 “평사원들도 여러 근무지를 돌며 순환근무를 하는 것처럼 허준홍 상무도 여러 일을 맡는 것”이라며 “경영수업이나 승계를 받는다는 평가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재계에서는 허 본부장이 최근 고전하고 있는 GS칼텍스 LPG 사업부를 일으킬 수 있을 것인지, 그의 경영능력을 검증할 기회로 판단하고 있다.

이밖에도 범 LG家로 분류되고 있는 LS니꼬동제련 故 구자명 회장의 아들인 구본혁 상무가 전무로 승진했다. 또 LS전선 구자엽 회장의 아들인 구본규 이사는 LS산전에 상무가 됐다.


고 구자명 회장은 ‘한국의 구리왕’으로 불릴 정도로 LS니꼬동제련의 성장에 큰 기여를 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대기업의 차세대 오너가 다양한 사업을 경험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면서 “다만 본인이 추진하는 사업이 실패하면 그 부담감이 아버지 세대들이 젊었을 때 보다 큰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백연식 기자 npce@daily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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