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큅 하외구 대표

 

 

[소비자경제=김정훈 기자] 리큅은 전형적인 작지만 강한기업이다. 해독주스, 건강주스 등을 만드는 블렌더로 국내 시장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이 회사에서 홈쇼핑을 통해 출시하는 제품마다 수 시간 만에 마감되는 진기록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02년 사업을 시작한 리큅은 블렌더, 와플메이커 등으로 지난해 37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올해는 500억원을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회사는 향후 1~2년 내 기업공개(IPO)를 계획이다.

 

지난 5일 영등포 당산동 리큅센터에서 이 회사 하외구 대표를 단독으로 만나 성공스토리를 들어봤다.

 

Q.리큅이 올해 매출 500억원을 무난하게 달성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토록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비결은 무엇인가?

 

정확하게는 잘 모르겠다. 워낙 규모 자체가 작기 때문에 경기불황 속 조그만 틈새시장을 공략해 경기영향을 덜 받은 부분이 있다.

 

어떤 제품을 만들겠다고 생각했을 때 저는 '인간에게 가장 좋은 제품을 만들자'라는 철학이 있다. 물론 20년 전에 외쳤다면 실패했을 것이다. 지금 하는 소형가전 사업이 1인가구의 폭발적 증가와 맞물려 시기적으로 맞아 떨어진 것 같다.

 

많은 분들이 리큅을 최근의 매출 급상승으로 인해 생긴지 2-3년 정도 된 회사인줄로 생각하다. 사실 식품건조기 사업을 지난 2002년에 처음 시작했다. 그런데 2002년부터 2010년까지는 사실 그냥 ‘존재’만 해왔다고 표현하는 게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우리 자체적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인 시기다. 2011년부터 매출이 급상승한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가 서둘지 않았기 때문에 노력의 결실이 찾아왔다고 생각한다. 또 꾸준히 노력한 것이 지금 어려운 시기에 성공한 요인이 아닌가 생각한다.

 

Q.원래 직장생활을 하다가 IMF시절 사업을 결심한 계기가 있나?

 

1997년도 내 급여가 150~170만원 이었다. 완전히 적자 인생이었다. 가족들에게도 너무 미안하고 이렇게 계속 살다가는 희망이 없겠다고 판단해 사업을 해보자고 결심하게 됐다. (당시35살)

 

1997년 8월 10일 회사를 그만두고 자동차부품을 만드는 사업을 시작했다. 첫 사업 시작할 당시 그냥 내가 받는 월급만큼만 집에 가져다 줘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2달후 IMF가 왔다. 막막했다. 돈 빌리면 이자 20%이상 붙었다. 심지어 서울역에 나가서 드러누워야하나 생각하니 앞이 깜깜했다. 며칠 밤잠을 못 잤다. 당시 직원이 한명이었는데 그 직원에게 해고 통보할 때의 심정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정말 안되는 구나...' 낙담하고 있을 때 해외업체에서 80만원치의 자동차 부품 주문이 들어왔다. 직원 둘이 열심히 만들어 물건을 보냈는데 업체로부터 부품이 불량이라는 전화를 받았다. 결국 80만원치의 부품을 다시 만들어 비행기로 보내줬다 .

 

당시 비행기운송료가 220만원 정도였다. 80만원 팔고 220만원이 날아간 것이다. 그런데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그 업체에서 불량 부품을 다시 해서 비행기로 운송해주니 '이놈 봐라 보통 아니네'라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결국 그 업체와의 계약을 통해 새로운 제품주문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사업을 접지 않고 계속 끌고갈 수 있는 큰 원동력이 됐다.

 

후에 직원이 5~6명 됐을 때 10억을 모아보자고 생각했다. 막연하게 그렇게 하다가 일이라는 게 '개인적인 성취' 뭐 이런 이상적인 것들만 쫒아서 가게 되니 힘이 들더라. 하지만 사업 년수가 쌓이다 보니 점점 다른 측면도 보게 됐다. 지금 하고 있는 식품건조기 사업을 제대로 펼쳐야겠다는 생각은 사업시작 후 10년 후에나 생각하게 됐다.

 

IPO(기업공개)를 준비하는 CEO들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한분은 1300만원, 다른 한분은 800만원을 갖고 사업을 시작하셨다. 나는 1500만원을 갖고 사업을 시작했다. 지금 두 사람은 리큅보다 더 큰 규모의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그들의 공통점은 지금의 대형회사를 만들어 내겠다고 생각한 게 아닐 것이다. 이는 우리 회사의 정체성과 연관이 있다. 쉽게 말해 '스텝바이스텝' 정신이다. 한 단계 한 단계 밟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Q.모뉴엘 사태를 보면서 오너의 정직성이 회사의 흥망과도 영향이 직결 돼 있다.

 

나는 머리가 좀 나쁘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사람들을 이해 못한다. 그냥 1더하기 1은 2 라고 생각한다. 원칙만 잘 지켜도 경쟁력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그 단순한 원칙을 지키나가기가 세상에서 제일 힘들다. 회사를 운영하다보니 양심을 속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오기도 한다.

 

아래 직원한테 비양심적인 종류의 오더를 내릴 때는 사실 창피하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중요한 것은 말한 것은 지키고 될 수 있으면 꼼수를 부리지 않고 원칙을 가고 가야 된다고 생각한다.

 

주변에서는 내가 돈이 굉장히 많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가진 게 별로 없다. 회사의 부는 회사의 부다. 나의 부가 아니다.

 

Q.직원복지에 많은 신경을 쓴다고 들었다.

 

올해 100명 가까운 직원과 함께 파타야를 다녀왔다. 내년 4월 30일부터 5월 5일까지 전 직원 120명과 함께 미국 그랜드캐니언에 갈 계획이다. 당연히 그 기간에는 회사 문을 닫는다. 그런데 4월 30일 저녁에 출발해 5월 1일은 노동절, 2~3일은 토/일요일인 휴일이며, 5일은 어린이날이다. 결국 4일 하루만 문 닫는 것이다.(웃음)

 

이런 여행문화는 예전 소규모로 사업을 운영하던 시절, 아주머니 직원 분들과 함께 1박2일로 강원도를 다녀온 적이 있다. 그런데 이아주머니 직원 대부분이 결혼하고 집을 떠나본 적이 없는 분들이셨다. 결혼 후 거의 아이들과 남편을 위해서 집에 있어야 하는 존재였던 것이다. 1박2일 여행기간 동안 너무 좋아하시던 아주머니 직원분들을 보면서 나중에 회사가 더 커지면 반드시 이런 여행문화를 꼭 실행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이번 여행 때문에 일을 더 열심히 시킬 생각은 없다. 왜냐하면 계속 이런 이벤트를 준비해야 직원들의 만족을 채워줄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가 직원들에게 ‘이렇게 해주니깐 이것만큼 열심히 해’라는 느낌을 주는 순간 서로가 불편해진다.

 

Q.회사를 운영하는데 있어서 특별한 비전이나 꿈이 있나?

 

좋은 회사를 만드는 것이 꿈이다. 여기서 좋은 회사란 매우 특별한 의미를 지닌 ‘좋은회사’가 아니라 보통명사로서의 ‘좋은회사’를 말한다.

 

Q.보다 구체적으로 얘기해 달라. 어떤 의미의 좋은 회사인가?

 

먼저 직원들이 내가 현재 다니고 있는 ‘리큅’이란 회사를 좋은 회사라고 느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물론 고객도 소중하지만 나에게는 현재 나와 함께 일을 하고 있는 직원들도 매우 중요한 존재다.

 

또한 늘 사회에 기여해야한다는 의무감을 갖고 있다. 리큅은 그냥 열심히 해서 만들어진 회사가아니라 대한민국이란 국가가 없었다면 있을 수 없었다. 국가와 사회, 더 나아가 고객들에게 받은 사랑을 돌려줘야한다고 생각해 사회환원이란 측면에 관심이 많다. 사람들이 신경 쓰지 않는 곳에 좀 더 시선을 두려고 노력하고 있다. 할 수 있는 선에서 많은 도움을 드릴 생각이다.

 

Q.청년창업을 준비 중인 예비창업자들을 위한 조언을 해준다면?

 

너무너무 해줄 이야기가 많다. 밤새서 소주라도 마시면서 해야 할 것 같다.(웃음) 저 같은 경우 처음 창업을 결심하게 된 것은 돈 때문이었다. 물론 지금 사업하시는 분들은 IMF 당시와 차이가 있다. 마켓에 대한 정보를 너무나 쉽게 얻을 수 있는 시대다. 예전에는 정보가 돈이지만 이제는 아니다 .

 

또한 요즘 청년창업이 너무 상업적으로 진행되는 것 같아 아쉽다. 그때 그 젊은 청년시절에 할 수 있는 열정과 창의적인 정신이 좀 더 창업에 투영됐으면 좋겠다.

 

아울러 사회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시작했으면 좋겠다. 그럼 사업이 더욱 신중해진다. 자신에 대한 프라이드를 높이고 내가 어떻게 하면 사회에 구성원으로서 도움이 될까라는 생각으로 시작했으면 한다.

 

Q.끝으로 인생의 좌우명은 ?

 

두 가지다. 첫 번째는 ‘기브 앤 테이크’다. 아이들에게 부모가 해주는 것이 매우 많다. 교육, 음식, 집 등. 대신 부모들도 아이들에게서 아이들이 주는 활력, 웃음, 즐거움 등을 받는다.

 

후배들을 만나면 거의 제가 술을 사는 편이다. 후배들은 술을 나에게 사주지 않는 대신 선배대우를 해준다 그런 것들을 주고 받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든지 한쪽으로 너무 치우지지 말자는 것이 좌우명이다.

 

두 번째는 새옹지마다. 사업이 잘 될 때 어려울 때를 대비해야한다. 지금 잘되고 있다는 건 미래에 다가올 위협이라고 생각한다. 새옹지마는 우리 회사를 유지시켜줄 말이기도 하다.

 

매해 위기라고 생각한다. 오직 미래를 위해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대담=윤대우 편집국장

정리=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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