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금융권은 자고나면 새로운 사건·사고가 터져 나오고 있다. 워낙 금융사고들의 규모가 블록버스터(?)급이다 보니 이제 한 은행 여직원의 단순 횡령 사건은 명함도 못 내밀 정도다. 지난해 전 국민을 분노케 한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금융당국 간부가 연루된 사상 최대 규모의 대출 사기사건, 또한 국민은행 도쿄지점 불법대출까지, 한시도 조용할 날이 없었던 금융권. 소비자경제는 지난 19일 여의도 금융소비자원을 방문해 이러한 금융사고와 관련, 조남희 원장(사진)과 함께 이야기를 나눠봤다.


▲지난해부터 금융권이 유독 시끄럽다. 신용카드 대란, 론스타 사건, 저축은행 사태, 키코 사태, 동양사태와 금융권 정보유출 사건 등 그동안 곪았던 사고들이 한 번에 터지는 느낌이다.

-이러한 금융사태들은 결국 우리나라의 대표적 금융지주사의 허술한 구조와 경영진의 한계를 보여준 사고들이라 생각한다. 또한 감독당국의 무책임한 감독관리와 땜빵식 처벌이 이 모든 사고를 일으킨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카드사 정보유출 때도 금융당국은 대책을 제시하는 시늉만을 일삼았다. 당국은 과거 사고 발생 때 했던 시나리오 그대로 '검사 후 종합 대책', 'TF팀 구성', '금융관계자 혼내기'로 자신들의 책임회피와 여론 진화에만 관심을 두고 있다. 이번에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금융당국은 모든 책임을 금융사로 돌리며 자신들의 책임 면피에 집중하면서 금융소비자를 달래려 하고 있다. 이러한 책임자들의 책임 면피식 행동으로 금융사고들은 앞으로도 악순환 될 가능성이 높다. 

▲금소원은 이러한 사고와 관련해 해당 금융사나 책임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을 꾸준히 지적해왔다. 이러한 솜방망이 처벌은 징계를 관장하는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가 사실상 금융관계기관과 단체 등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경력자들이기 때문에 학연, 인맥 등에 의해 로비가 쉽게 가능하다는 지적이 있다. 

-기본적으로 제재심의위원회의 구성이 어용이나 관변인사 위주로 구성되다보니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행태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 감독기간이나 금융사들은 인사에 대한 투명성이 있어야한다. 이러한 투명성을 바탕으로 제재도 투명하게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러한 기본적인 원칙조차 지켜지지 않는 제재위원회를 구성 유지해오고 있다.

예를 들어 하나금융지주가 자사설립고인 하나고등학교에 337억 원의 불법출연을 한 사례도 김승유 전 회장은 관련 은행법 개정으로 처벌을 면했다. 

당시 시행령 개정에 대해 검찰은 "공익적 목적의 기부도 처벌하도록 한 기본 규정은 잘못됐다"고 판단 내렸다. 누가 봐도 이 사례는 명백한 범죄였음에도 불구하고 멀쩡하던 시행령이 개정되어 김 승유 전회장이 처벌을 면하게 된 것이다. 전형적인 금융사와 관치, 권력과의 밀착의 결과를 보여주는 사례인 것이다. 

▲개선의 방법이 없나?

-계속되는 솜방망이 제재로 인해 제기될 수 있는 금감원과 금융사의 유착 의혹을 벗게 하려면 금감원의 제재 및 심의 제도를 외부기관에 맡기는 금융기관 제재 방안의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 투명성 있는 인사와 납득할 수 있을만한 전문성을 갖춘 제재심의위원회를 구성해 처벌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이러한 실질적인 제재를 통해 금융사 스스로 고객정보 보호를 자발적이고도 선제적으로 준비하도록 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 생각한다.

"당국, 관료중심의 기구 만드는 데만 혈안...진정한 소비자보호는 뒷전인 상태"

▲최근 금융소비자보호기구 설립 안을 두고 금융위, 여야 간의 대립이 치열하다. 금융위와 여당 측은 소비자보호기구의 예산권, 인사권 등 모든 권한을 금융위에 예속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고, 야당 측은 보호기구를 독립된 지배구조로 분리시켜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조남희 원장은 연일 터지고 있는 금융사고에 대해 "기본적으로 당국의 관료중심적인 인사나 금융사와의 불법유착 등이 개선되지 못하면 금융소비자들이 피해를 입는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소비자보호기구 출범과 관련해 가장 큰 문제는 금융당국이 관련 보호기구를 통해 금융소비자인 '국민을 어떻게 보호할 것이냐'에 초점을 둬야하는데 사실상 당국이 그런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오직 '누가 보호기구를 관리할 것인가', '누가 인사권을 행사할 것'인가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금융소비자보호법안을 뜯어보면 오로지 지배구조만 존재한다. 소비자를 실질적으로 보호할 만한 콘텐츠는 전무한 상태인 것이다. 이런 것들은 근본적으로 금융당국이 관료에 기반해 지배기구증설에만 힘을 쏟았기 때문이다. 

또한 모든 금융관료가 금융사태가 터지면 관료중심의 기구 만드는 데만 혈안이 되어있다. 진정한 소비자보호는 어디에 있는가? 이러한 금융당국의 관료중심행정은 악순환만 키울 뿐이다. 

▲일각에서는 금융소비자보호기구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 때문에 여야가 합의해 관련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형식적인 보여주기 출범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관료에 기반 한 지배기구 자체가 문제다. 중요한 것은 지금의 문제를 지금의 기관들이 어떻게 개선할 것이며, 어떠한 효율적인 제도로 운영해야하는가를 고민해야하는데, 금융당국은 문제가 터지면 무조건 지금 있는 것은 다 없애고 자기들 산하에 새로운 기구를 만드는 것만 집중한다. 이러한 정부 관료의 구태의연하고 한심한 작태에 답답할 뿐이다. 이런 태생적인 한계를 갖고 있는 보호기구가 제 역할을 할리 만무하다.

"동양사태 소송, 현실의 벽 느껴...빈번한 금융사고 속, 금융소비자들 역할도 중요"

▲현재 금소원은 지난해 터진 동양사태와 관련, 피해자들과 함께 동양그룹 현재현 회장과 전 현직 CEO, 동양증권을 상대로 공동소송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대기업을 상대로 한 이런 피해자들의 공동소송은 국내에서 크게 성공한 전례가 없다. 어떻게 생각하나?

-소송 진행 시 현실적인 한계를 많이 느꼈다. 금융당국, 검찰, 사법부 등 모든 기관이 금융사 편향적인 사고를 갖고 있다. 보통 이러한 대기업을 상대로 한 소송은 공동이 아닌 단독 심으로 가면 몇몇 젊은 판사들의 영향으로 30%정도는 지방법원에서 승소를 얻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고등법원으로 가면 100% 다 진다. 사법부와 정부의 금융사 감싸기 식 행태로 인해 승소를 얻는 것이 굉장히 어려운 일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이러한 대기업들은 ‘김 앤 장’ 등 대형로펌에게 관련 업무를 맡기다보니 승소가능성은 더욱 줄어들게 마련이다.

또한 관련 소송에 필요한 입증책임을 모두 소비자들이 하게 되어있는 입증책임법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 피해를 입은 자가 입증을 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를 입힌 자가 입증을 해야 하는 것이 맞다. 아울러 당국의 비협조로 인해 피해자들은 입증자료를 수집하는 것조차 어렵다. 법원의 정보공개청구 승인, 입증책임의 전환 등 소비자권익을 위한 실질적 조치가 필요하다.

▲연이어 터진 각종 금융사고와 관련해 이제는 금융소비자들의 자세나 역할도 중요해질 것 같다. 현명한 금융소비자가 되는 법을 조언한다면?

-물론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각종정보유출과 금융사태들은 사고와 관련된 사람들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제는 소비자들도 이러한 금융사태의 피해자가 되지 않으려면 현명한 자세로 금융상품을 가입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앞으로도 금융사들은 금융상품들을 너무 어렵고 복잡하게 만들어 출시할 것이다. 왜냐하면 금융사들은 정기예금이나 고정이율 가지고는 이익이 별로 남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상품 가입 시 낮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가입하다보니 불만률은 점점 높아질 수밖에 없다. 가입 후 낭패를 본 다음에야 그 상품에 대해 자세히 알 수밖에 없는 금융소비자상품시장구조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금융소비자들은 금융상품 가입 시 정확한 약관의 이해를 바탕으로 가입을 진행해야 한다. 또한 주변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은 후에 상품에 가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김정훈 기자 npce@daily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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