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통’인 그의 강원도 사랑…그리고 유치까지

[소비자경제=김정훈 기자] <1편 보기> 김진선 조직위원장은 지방과 중앙행정을 두루 거친 정통관료 출신이다. 1998년 강원도지사에 당선된 뒤 내리 3선에 성공했다. 철저한 원칙주의자로 2008년 김문수 경기도지사와의 논쟁은 그의 원칙주의를 보여주는 좋은 일화다. 당시 정부의 수도권 규제 완화와 고성 국회연수원 부지 문제 등 현안에 대해 김 위원장은 “수도권은 기업으로 치면 독과점 기업이라며, 이에 대한 규제는 당연한 것”이라고 강조하며, “정부의 선 지방발전, 후 수도권 규제 합리화라는 정부 정책은 결코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일침을 놓았다. 그런 그의 소신과 원칙을 박근혜 대통령도 높게 평가해 제18대 대통령 취임준비위원장에 임명하기도 했다. 그는 강원도 동해 출신으로 동해 북평고와 동국대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동국대에 입학하기 전까지 강원도를 벗어난 적이 없었다는 그는 1974년 행정고시에 합격 후 강원도 홍천군 수습행정관이라는 명패를 달고 강원도로 돌아왔다. 이 후 영월군수, 강릉시장, 강원도 행정부지사를 거치며 근 30년간 강원도의 행정공무원으로서 지역발전을 위해 노력했다. 이쯤 되면 그를 ‘강원도 통’이라고 불러도 될 것 같다.

▲ 김진선 위원장이 구닐라 린드버그 IOC 조정위원회 위원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그런 그의 강원도 사랑은 결국 국제대회 유치 신청으로 이어졌다. 그는 “과연 한국이 동계 올림픽을 유치할 수 있는지, 더군다나 강원도가 그것을 할 수 있겠냐는 정말 최악의 분위기였다”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김 위원장은 강원도가 발전하려면 강원도적 사고를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눈높이를 전국적으로, 세계적으로 높여야 강원도가 살 길이 열린다고 봤다. 그는 “1999년 강원도 국제 관광 엑스포도 제가 강원도 부지사 시절 아이디어를 낸 것”이라며, “엑스포를 계기로 강원도를 세계가 주목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후 동계올림픽유치를 본격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한 그는 강원도 행정부지사를 재임하던 당시 나가노 동계아시안게임이 열리는 일본에 직접 가서 점검을 하고 내부 검토를 하며 대회유치를 꿈꾸기 시작했다.

이 대목에서 김 위원장이 평생 좌우명처럼 삼아 왔다는 글귀가 상기된다. ‘심지기위의(心之起爲意)’가 그것이다. 즉 ‘마음이 일어나면 뜻이 된다’는 의미이다. 그는 “처음에는 막연하기만 했던 꿈을 꾸기 시작하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다보니 도민에게 전파되고 나중에는 국민전체의 꿈이 됐다”며, “혼자 꾸는 꿈은 실현되기 어렵지만 여럿이 함께 꾸면 위대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평창올림픽유치는 전국적으로 아니, 강원도민조차도 관심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이야 피겨스케이팅계의 슈퍼스타 김연아와 스피드스케이트, 쇼트트랙 종목에 세계적 수준향상으로 일부 동계종목이 어느 정도 활성화되긴 했지만 당시에는 쇼트트랙을 제외하곤 국민적으로 관심을 끌만한 종목도 인물도 없었다. 더군다나 사계절을 갖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동계올림픽유치는 당연히 공허한 목소리로 들렸을 것이다. 당연히 중앙정부의 지원도 부족했다. 김 위원장의 도전은 어쩌면 절대로 이룰 수 없는 혼자만의 꿈이었을지도 모른다.

2011년 7월 7일, 결국 결전의 날은 다가왔고, 평창은 해냈다. 두 번의 좌절 끝에 강원도 평창이 마침내 꿈에 그리던 2018년 동계올림픽을 가슴에 품게 된 것이다. 김진선 위원장은 첫 번째와 두 번째 도전 실패가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우리가 처음 유치를 신청할 때는 세계무대에서 한국이 동계 스포츠를 하는 나라인지조차 모를 정도였습니다. 그런데도 그 결과는 잘 알다시피 전 국민을 놀라게 했고, 세계 지도에 강원도와 평창을 새로 그려 넣은 셈입니다. 당시 사실상 승리자는 평창이었다는 것이 세계 언론의 평가였습니다” 두 번째 유치신청실패 당시 김진선 위원장은 발표장인 레알 인터콘티넨탈 호텔을 빠져 나오면서 눈시울을 적신 채 “지금으로서는 아무 말도 못하겠다. 죄송하고 면목이 없다”며 고개를 떨궜던 그가 4년만에, 아니 처음 유치를 생각한 1996년 이후 15년 만에 웃은 것이다.

▲ (왼쪽부터) 문동후 평창동계올림픽 사무총장, 길버트 펠리 IOC 수석국장, 구닐라 린드버그 IOC 조정위원장, 김진선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장, 김정행 대한체육회 회장.
김진선 조직위원장은 이제 ‘올림픽대회 유치’라는 험난한 산을 넘어 어쩌면 더 험난한 산일지도 모를 ‘성공적 개최’를 바라고 있다. 그는 “올림픽 자체가 기본적으로 스포츠대회인 만큼 ‘최상의 조건에서 최고의 기록’을 내는 것이 대회의 본질입니다. 이에 따라 역사상 가장 컴팩트한 경기장을 건설, 선수들이 경기를 치르는 최상의 조건을 조성한다는 방침입니다”라고 설명한다. “평창올림픽에선 지금보다 월등히 앞선 스마트 세계를 선보일 것입니다. 현재의 4세대 이동통신 서비스보다 1000배 빠른 5세대 이동통신 서비스를 전 세계 최초로 제공할 예정입니다. 이런 첨단 인프라를 기반으로 3D 중계방송과 자동 통·번역기 등으로 경기와 교통, 관광, 생활 등 모든 분야에서 스마트 혁명을 선도하는 대회가 될 것입니다”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 밖에도 평창대회에선 지능형 교통시스템 ITS(Intelligent Transport System)이 선보일 예정이다. 교통수단 및 교통시설에 전자 제어 및 통신 등 첨단 기술을 접목, 과학적인 교통정보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ITS 구축은 IOC에 약속한 ‘녹색 교통 시스템’의 일환이며 선수 및 임원, 올림픽 패밀리, 미디어 관계자들에게 안전하고 편리한 수송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시설인프라의 구축과 첨단 IT는 많은 글로벌 가족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중 대회를 보기 위해 찾아올 외국인 관광객과 그 파급효과는 얼마나 될까. 세 번의 도전 끝에 얻은 유치 탓인지 김진선 위원장은 그동안 연구 의뢰한 자료를 토대로 조목조목 설명한다. 80여 개국의 선수·임원, IOC 패밀리, 보도진 등 약 2만 6천명의 실무자와 외국인 관광객 20여만 명이 찾을 것으로 예상되며 티켓판매(약 1704천장)에 따른 관람객 등이 강원도를 방문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산업연구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총생산 유발액이 20조 4973억 원에 이르고 부가가치유발액은 8조 7546억 원, 고용유발 효과 약 23만 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올림픽을 통해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는 것은 물론, 국민들이 하나로 통합되고 자긍심을 갖기에 충분한 계기가 될 것입니다”라고 예상을 했다. 대회가 열리는 강원도는 일대 변혁이 생기는 시점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동안 강원도가 국민의 머리를 식혀주고 가슴을 트이게 해주는 전국 휴양지의 역할을 했다면 강원도의 터닝포인트가 될 평창동계올림픽대회는 실질적으로 강원도민의 풍요로운 삶에 크게 이바지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위원장은 “고속철도, 제 2영동고속도로 등 사회간접자본 확충 및 지역균형 발전으로 지역경제가 부흥할 수 있으며 관련 인프라 확충을 통한 민간 투자유치 및 연관산업 발전 촉진, 관광 파급 효과 등 엄청난 경제적 파급효과를 유발할 것이 확실해 보이고 이 효과는 대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강원도 전역에 지속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줘 강원도민의 풍요로운 삶에 도움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며 올림픽을 개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올림픽 이후 어떤 유산을 창출할 것인가도 매우 중요함을 강조한다.

김 위원장은 마지막으로 “우리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는 앞으로 문화와 교육 프로그램, 그리고 마케팅 강화를 통해 더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이러한 점들은 지역 주민 및 해외로부터 2018평창올림픽 참여를 크게 북돋게 할 것이고, 멀리서 지켜보는 이들에게도 우리 조직위원회의 활동이 훨씬 가깝게 느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작은 꿈에서 시작해 모두가 꾸는 꿈으로 탈바꿈된 그의 꿈, 한 사람의 꿈이 모든 사람의 가슴에 새로운 희망을 선사하는 가치 있는 꿈으로 성장해가길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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