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투명성과 책임성 제고

▲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최근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인 박경서 교수를 신임원장으로 임명했다.

[소비자경제=박우현 기자] 기업의 지속가능성장을 연구하고 평가하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신임원장으로 박경서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가 임명되었다. 기업지배구조와 재무 분야 권위자인 박 원장의 취임으로 기업지배구조원의 전문성과 영향력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2002년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지원센터를 확대·개편하며 설립된 비영리 사단법인이다. 국내 상장기업의 지배구조와 사회적책임(CSR)에 대한 평가와 조사·연구를 통해 기업의 지속가능발전 방안을 제시하며, 기업의 주총안건을 분석해 주주들이 바른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6월 취임한 박경서 신임 한국지배구조원장은 국내 재무/지배구조 분야의 권위자로 정평이 나 있다.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및 연구위원장, 한국거래소 상장공시위원회 위원장, 지수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하였으며 지난 6년간 기업지배구조원 연구위원장직을 수행해온 그의 이력만 보더라도 이만한 적임자는 없을 것 같다.

최근 기업의 지속가능발전과 사회적 책임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 지면서 기업지배구조원의 역할과 위상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기업의 바른 경영의 길잡이라는 막중한 책임을 부여받은 박경서 원장에게 포부와 비전을 물어보았다.

 

취임 소감과 포부를 말씀해 주십시오.

학자로서 평소 공부하고 연구했던 분야를 실제로 사회적 제도로서 집행해나가고 실행해 나갈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커다란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기업지배구조와 관련해서 제가 바라던 여러 일들을 조금 더 소명의식을 갖고 추진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감개무량합니다.

 

기업지배구조원은 어떤 기관입니까?

기업지배구조원이 하는 일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우리나라 상장기업들의 지배구조 수준을 평가?발표하고 이를 통해서 투자자들이 주식투자를 할 때 판단근거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고요, 두 번째로 기업들의 주총안건들을 분석해서 권고사항을 제시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주총안건에 대한 찬성반대여부가 사실은 기업이라는 주식회사제도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입니다. 주주총회를 통해 기업의 주요한 의사결정이 진행되지만 지금까지 투자자들은 주총의 안건에 대한 분석력이 크게 떨어져 경영자나 지배주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만 진행되어 왔습니다. 대표적으로 기관투자자들의 경우 큰 금액을 기업에 투자하다보니 기업 경영이 좋은 방향으로 가도록 경영진 선임이나 주총 안건을 만들고 싶은 의지가 있지만 안건을 분석할 내부 역량이나 인력자원이 부족했던 것이 현실입니다. 따라서 저희들은 기업의 주총안건에 대한 상세한 분석보고서를 제시해 주고 투자자들이 안건에 대한 적절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기업지배구조원의 주총안건분석수준은 어느정도로 평가하시는지요? 그리고 실제 투자자들이 기업지배구조원의 주총안건분석권고사항에 대해 어느 정도 참고하고 있는지요?

저희 기관이 주총안건분석 서비스를 시작한지는 얼마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상당부분 전문성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국내기업에 투자하는 외국인들의 경우 미국의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의 자회사)나 글래스루이스앤코와 같은 기관들의 주총안건분석자료를 참고하며 일부 국내 기관투자자들도 이들의 서비스를 받고 있습니다. 물론 그들이 전 세계적으로 많은 기업들에 대한 안건분석을 해온 경험은 풍부하지만 한국기업에 대한 정보나 제도의 특수성에 대한 이해는 저희가 훨씬 뛰어나다고 자부 합니다.

현재 저희의 주총안건분석권고자료는 국내 모든 기관투자자들에게 제공되고 있습니다. 특히 중요한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에도 자체적인 안건분석팀도 있으나, 안건분석팀이 활용할 수 있도록 저희가 분석자료를 제공하고 있으며 여타 기관투자자들-자산운용사, 금융기관, 생보사들 등-에게도 저희의 자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저희와 업무협력을 맺어 저희의 안건찬성반대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서 투자를 하는 기관투자자들이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기업들이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평가를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이는 기업 스스로를 위해서도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건전한 지배구조를 유지하거나 사회적 책임을 성실히 수행하는 기업일수록 지속가능 경영성이 높다는 것은 이미 많은 연구결과들이 증명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기업과 관련해 일어나는 작은 이슈들이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에 치명적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으로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그것이 기업의 주가나 손익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만큼 기업이 가져야할 사회적 책임 또는 기업이 해야 될 적정한 일이 무엇인지에 대한 개념이 급속히 바뀌어 가고 있는 것이죠.

그래서 저희가 기업지배구조(G) 뿐 아니라 사회책임경영(S)과 환경경영(E)을 포괄하여 ESG평가를 하는 것이 다른 누구를 위해서가 아닌, 바로 우리 기업들의 장기적인 경영역량과 성장가능성을 높이는데 도움을 주기 위함입니다. 그러나 다수의 기업들이 저희의 평가결과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그것을 반영해 개선하려는 노력을 하는 반면, 안타깝게도 우리의 평가를 귀찮아하고 싫어하는 기업들도 있습니다. 기업의 지배주주(오너) 또는 경영자의 입장에서는 감시나 견제로 받아들이고 내가 경영하며 즐겨왔던 ‘경영권 혜택(사적이익)’을 자꾸 빼앗기는 느낌을 갖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기업이 투명해지고 책임성도 강화되면 과거의 잘못된 관행들(비자금을 조성해서 사적으로 쓰는 행위 등), 그런 잘못된 관행들은 점점 어려워지는 것이거든요 그런걸 귀찮아하는 기업·기업인들도 계시는 것 같은데 저는 잘못된 생각이라는 입장입니다.

 

기업의 사회적책임(CSR)을 강조하는 최근의 사회적 분위기에 맞춰 기업경영에 있어 중점을 두어야 할 사항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과거 50년간의 경제발전은 소수의 기업가들에 국가의 여러 자원을 몰아주는 방향이었고 그것이 경제성장에 큰 밑거름이 된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97~98년 아시아 경제위기와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를 거치면서 더 이상 그러한 대규모기업집단시기의 성장모델이 적합하지 않다는 경고음이 작동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경제의 외생환경이 너무 복잡다단화 되어서 한 두 사람의 관료나 기업인이 정하기는 어려운 시기거든요. 그런 점에서 보다 다양한 사회적 기회가 다양한 개인들에게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새 정부가 말하는 창조경제의 개념과도 부합할 것입니다.

기존의 우리나라 기업집단이나 대기업이 대부분 독과점적 위치를 갖고 있습니다. 새로운 사업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들이 그 독과점적의 그늘 밑에서 먹고살지 않으면 커갈 수 없는 한계에 부딪치고 있는 것이죠. 저는 이게 결국 사회문화, 기업인이 갖는 사회적 책임-노블리스오블리제-에 인식의 변화가 필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최근 급속한 인터넷의 발달과 스마트기기의 활성화로 정보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공유되는 사회가 오면서 기업의 작은 이슈들도 급속하게 오너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과거 기업인들에 호혜적 판결을 내리던 사법계도 민주화 과정을 거친 젊은 세대의 판사들이 등장하며 상당히 공정화된 사례들을 많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회가 변하고 있다는 것이죠. 그래서 오히려 저는 기업들이 본인들이 갖고있던 지금까지의 기득권이나 권위의식을 버리지 않으면 급속히 사회에서 외면받는 그런 시대가 오고있지 않나 하는, 기업으로 하여금 그들이 갖고 있는 철학이나 경영관을 바꾸게 만들도록 압력이 늘어나고 있다고 봅니다. 저희는 거기에 약간의 촉매 역할을 해서 기업들이 더 늦기 전에 ESG 또는 사회적 참여에 대한 인식을 깨쳐 나가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박경서 원장은 향후 한국의 기업지배구조 키워드로 ‘투명성’과 ‘책임성’을 지목하며 인터뷰를 마무리 했다. 사회의 각 이해관계자들이 자기가 가진 권한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 기업은 투명한 경영을, 그리고 투자자는 기업경영의 준엄한 감시자의 역할을 성실히 수행해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자본주의의 꽃’이라 할 수 있는 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그리고 한국의 경제와 사회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박경서 호’의 순항을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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