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근본적 대책 강구 필요”

[소비자경제=김수정 기자] ‘빵회장’, ‘라면상무’, ‘욕우유’ 등 1% ‘갑’에 대한 99% ‘을’의 반란이 예사롭지 않다. 특히 최근 남양유업 사태는 ‘갑의 착취’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으며, ‘을’의 목소리는 업계 전반에 영향을 주고 있다.

밀어내기, 떡값 요구 등으로 남양유업 대리점주들과 사측의 갈등은 본사 영업사원이 대리점주에게 폭언을 퍼붙는 음성파일이 공개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고, 급기야 공식입장을 밝혀오지 않았던 남양유업 측은 부랴부랴 본사 대표의 ‘대국민사과 기자회견’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그러나 “진정성 없는 사과”라는 비난을 받으며, 대리점주 측이 추가 고소를 제기하는 등 수습하려 할수록 역풍만 맞는 꼴이 됐다.

남양유업 사태로 인해 유통업계에서 관행처럼 이뤄져왔던 ‘밀어내기’가 집중 조명됐다. 남양유업 같은 경우 상식 선을 넘어선 밀어내기로 주목을 받았으나, 보통 주문한 물량의 10∼20% 정도를 더 밀거나 신제품이 나왔을 경우 프로모션 차원에서 더 얹어주는 식으로 행해진다. 또한 ‘푸시’라는 마케팅 전략으로 통하기도 한다.

업계 관계자는 “신제품이 나오면 자리를 잡아야 하기 때문에 마트에서 1+1행사를 하듯이 10박스에 1∼2박스를 더 얹어주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밀어내기 전말에서 드러난 대리점주 보호 시스템의 부재는 대리점주들이 속수무책 당할 수 밖에 없게한다. 특히 유가공식품같은 경우 유통기한도 짧아 팔지 못한 제품은 ‘삥시장’(대리점들이 팔지 못한 제품을 헐값에 넘기는 시장)에 가지도 못하고 폐기처분된다.

남양유업이 올 7월부터 실시할 계획인 ‘반송 시스템’은 밀어내기 물량을 획기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창구가 된다. 원치 않거나 과다한 물량을 밀어냈을 때 대리점주들이 반송할 수 있는 이 시스템은 대부분의 유통업계가 두고 있지 않는 시스템이다. 유통기한이 짧은 제품일 경우에는 제품 회수나 재활용이 어렵기 때문. 그래서 몇몇 기업들은 대체할 만한 시스템을 두고 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대리점주들은 받은 물량을 소진해야한 한다.

‘갑·을 관계 개선’ 또한 업계에 숙제로 남겨졌다. 현재 산업 전반에 있어서 본사와 하청업체는 ‘갑’과 ‘을’의 관계가되고 이 하청업체는 또다른 2, 3차 하청업체와 ‘갑’과 ‘을’이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을’이 또다른 ‘갑’이 되기 때문에 갑의 위치에서의 을에 대한 착취는 돌고돌게 된다. 또, ‘갑’이기 때문에 ‘을’에게 있어서 절대적 지위를 가지고 있다. 이번 사태의 피해자인 한 남양유업 대리점주는 “본사 직원들 대부분이 이와 같은 착취를 아무렇지 않게 생각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착취는 밀어내기 뿐만 아니라 또 다른 업계에서는 단가후려치기 등으로 나타난다.

그래서 ‘갑’과 ‘을’이 아닌 ‘가족’, ‘고객’이라고 인지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한 음료업계 관계자는 “대리점 사장님들은 을이 아닌 본사의 물건을 사주는 고객과도 같다. 강압적 관계보다는 동료 직원처럼 함께 가야하는 관계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현재 업계는 식지 않는 밀어내기 논란에 발등에 불이 떨어진듯 내부 단속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이건영 빙그레 사장은 사내 인트라넷에 윤리경영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올리는가 하면, 사조그룹은 내부 직원 교육을 강화키로 했다. 한국야쿠르트는 계약 시 본사를 ‘을’로 표기하며, 현대백화점은 협력사와 계약시 ‘갑’, ‘을’이라는 문구를 없앤다.

그러나 왜 항상 이같은 변화는 여론이 들끓은 뒤에야 생기는 것일까. 이와 같은 내부 단속은 씁쓸한 뒷맛만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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