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w VS 3G+

스포츠에서건 영화 속 결투에서건 전세가 뒤바뀌는 상황은 늘 흥미진진한 구경거리다. 최근 이동통신 시장에도 이러한 구경거리가 생겨 화제다.

“세상에 없던 세상이 기다리는 쇼를 하라”는 KTF와 “쇼를 위한 쇼는 싫다”며 대응한 SKT. KTF가 3세대(3G) 이동통신서비스 시장을 통해 업계 1위를 달리던 SKT를 잡겠다고 나섰다.

3G서비스에 대한 치중으로 음성통화만 가능한 2G서비스 가입자들의 불만이 있음에도 “마냥 2등일 수는 없다. 3G 이동통신을 통해 1위로 등극하겠다”며 SHOW에 올인한 KTF의 전략과 “3G 고객만이 전부는 아니다. 통화품질과 브랜드로 승부한다”며 한 발짝 물러서 있는 SKT의 전략이 맞붙은 것.

3G WCDMA 서비스는 기존의 2G CDMA 서비스에 비해 무선인터넷 속도가 14배나 빨라 영상통화가 가능하다는 것이 특징이며, 단말기 가격도 훨씬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어 양사의 광고와 더불어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KTF의 전국망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냉랭하던 SKT도 3G+ 전국망 구축과 함께 대대적인 3G+ 광고에 돌입, KTF의 공격적인 마케팅에 고객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각오다. 하지만 이미 3G 시장에선 KTF의 누적 가입자 수가 18일 현재 30만명을 돌파, 20만명을 조금 넘는 수준인 SKT를 앞지른 상황이다.

기존 2G CDMA 방식에서 SKT는 800Mhz대역, KTF는 1.8Ghz대역에서 사업을 했기 때문에 SKT가 적은 투자로 득을 봤지만, 3세대(3G) WCDMA의 데이터 통신을 고속화한 HSDPA(High Speed Downlink Packet Access, 고속하향패킷접속)에서는 양사가 모두 2Ghz대역의 동일한 조건이기 때문에 경쟁할 만하다는 것이 KTF의 입장이다.

SKT는 KTF가 3G 서비스에 집중하는 것을 역공, 기존 가입자들 챙기기에 나서고 있다. 영상통화를 하기 위해선 당사자 모두 영상통화서비스가 가능한 단말기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증가하는데 큰 반향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인가에 의문을 갖는 것. 실제로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4월 초에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 51%가 영상통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며, 28.9%만이 필요성을 제시하여 3G서비스 시작으로 KTF가 SKT를 앞지르긴 했지만, 아직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이 1위를 선점할 기회’라는 KTF와 ‘3G는 추가서비스 중 하나일 뿐’이라면서도 3G 서비스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SKT의 마케팅 신경전을 통해 1위가 취하는 수성(守城) 전략, 경쟁의 룰을 바꾸려는 2위의 전형적인 전략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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