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과 성능 표준화, 디자인으로 제품 결정

시쳇말로 디자인이 ‘대세’다. 감성과 창의성이 대두됨에 따라 디자인의 비중은 더욱 커지고 소비자들 역시 이제는 제품 선택시 성능이나 가격보다는 디자인을 우위에 두고 있다. 수많은 종류가 쏟아져 나오는 양적인 경쟁에서부터 성능의 자웅을 겨루는 질적 경쟁까지. 성능과 품질이 표준화, 평균화 되어갈수록 디자인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고 디자인만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세계적으로는 애플, 모토로라, P&G가 일찌감치 디자인을 경쟁 무기로 삼아 시장을 선도했고, 국내에서는 삼성과 LG 등 가전업체들을 중심으로 디자인경영이 확산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에는 레인콤이 ‘아이리버’로 국내 mp3 시장에서 따라올 자가 없을 정도로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소비자들에게 사랑을 받은 바 있다.
그렇다고 해서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이들 브랜드들이 디자인만을 내세우고 있는 것은 아니다. 결코 디자인에 뒤지지 않는 성능, 성능을 간과하지 않는 디자인이 경쟁력인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디자인을 생산해내고 있는 애플과 뱅앤올룹슨, 그리고 국내의 삼성전자는 어떠한 디자인 경쟁력을 무기로 시장을 점유하고 있을까.

간결하고 친근한 디자인

우선, 해외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소비자들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애플社.
애플의 최대 강점은 간결하면서도 친근한 디자인이다. 군더더기의 디자인들을 과감히 생략하고 때때로 그것이 기계라는 것마저 인식하지 못하게 하는 디자인이 애플만의 매력이다. 애플의 아이북(iBook)이 그러했고, 아이팟(iPod) 역시 전혀 기계적이지 않은 디자인이다. 기계가 지니는 차갑고 딱딱한 이미지를 애플은 부드럽고 친근하게 표현해내고 있다.
애플은 “기능이 디자인을 이끈다. 하지만 디자인이 기능을 이끌 때도 있고, 디자인이 기능과 동등한 역할을 할 때도 있다”, “제품이 본질적으로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대상이라면, 제품이 더 친근해보이도록 디자인하라” 등의 디자인경영 방침으로 소비자들에게 보다 친근하게 다가서고 있다.

상상력을 동반한 독창성

덴마크의 명품 오디오 브랜드 뱅앤올룹슨은 디자인 뿐 아니라 명품으로 인정받을 만큼 탁월한 성능을 자랑하고 있다. 거기에 독창적인 디자인까지 가미됐으니 그야말로 금상첨화.
뱅앤올룹슨은 절대로 유행을 좇지 않는다. 그들만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디자인하며, 디자인과 성능을 접목시킨다. “왜 꼭 이런 모양으로 만들어야 하며, 이런 재질이 필요한가”라는 본질적인 물음을 시작으로 대화를 나누고 끊임없이 토론하고 비판하는 것이 상상력을 발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인간의 모든 감각을 즐겁게 해주는 제품,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제품을 목표로 한다”는 뱅앤올룹슨은 오디오라고 해서 단순히 듣는 것으로 만족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시각적이고, 감각적인 면까지 놓치지 않는다.
오디오가 분리된 가구로 치부돼 조화를 이루지 못하던 과거의 타 업체 제품들과 달리 뱅앤울룹슨은 그것만으로도 하나의 근사한 인테리어 소품 같은 제품, 집안의 가구들과 조화롭게 어울리는 제품을 만들어낸다는 생각을 이어오고 있다.
톨번 소렌스 회장은 “디자인을 먼저 결정하고 기술을 접목한다”고 말할 정도로 뱅앤올룹슨은 디자인을 최우선으로 한다. 또한, 전속 디자이너를 두지 않고 아웃소싱을 한다는 것도 특징이다. 디자이너가 기업에 묶이면 창조적인 디자인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 뱅앤울룹슨의 주장이다.
이런 뱅앤올룹슨의 디자인이 삼성과 손잡아 미국에서 세린(serene)이라는 휴대폰을 출시하고 국내에서는 헤드셋 WEP420을 출시했다.

삼성의 디자인 혁명

삼성 역시 일찍이 디자인 경영을 추구해왔다. 이건희 회장이 1996년 ‘디자인 혁명’을 선언하며, 지난 10여 년간 디자인 혁신에 총력을 다해왔다. 그 선봉에 선 것이 휴대폰.
이건희폰이라 불렸던 T100폰은 인체공학적인 디자인으로 전 세계 휴대폰 시장에 삼성을 알렸다. 그리고 이어 LCD TV가 삼성의 디자인 혁명을 이어가고 있다. 보르도 TV는 와인 소비자가 급증함에 따라 와인잔에서 모양을 딴 디자인으로 현재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에는 제2의 디자인 혁명으로 트렌드를 선도할 디자인을 창조한다는 차별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 속에 국내 기업들은 보다 경쟁력 있는 제품들을 생산해내기 위해 디자인연구소, 디자인리서치팀 등을 운영하고 있으며, 유명 디자이너들과의 공동 프로젝트들을 진행하고 있다. 기존의 인지도와 제품 신뢰도에 디자이너들의 감각을 입히겠다는 의미다. 오늘날 소비자들은 천편일률적인 디자인에는 이미 식상해하고 있다. 굳이 로고를 보지 않아도 알아챌 수 있는 브랜드 저마다의 독창성만이 소비자를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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