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고 귀하신 '그랜드 스타렉스' 차량주인도 골라 준다(?)

▲ 사진=소비자가 대리점을 통해 작성한 구매 계약서(좌)와 대리점으로 부터 받은 문자메세지(우측 위). 일방적인 계약해지를 받은 문자 메세지(우측 아래).
[소비자경제=김수정·정창규 기자] “국내에서 생산되는 승합차는 기아자동차 외에 현대자동차 밖에 없는 거의 독과점으로 운영하고 있으면서 차량구매를 포기하라는 식의 태도에 화가 납니다.”

개인사업자로 의료관광 사업을 하고있는 소비자 김0수(남, 38)씨는 최근 현대자동차 대리점을 방문해 스타렉스 12인승 모델을 2600만원에 계약했다. 며칠후 차량이 출고될 줄 알았지만 현대차에서는 내수용차를 해외로 반출할 가능성이 있다며 계약 철회를 통보했다.

최근 현대자동차가 해외에서 인기 있는 일부 모델이 해외로 반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이유로 해외 판매 브로커로 의심되는 고객을 내사해 계약을 철회하고 있는 것이 본지 취재 후 사실로 드러났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각에서는 자동차 회사들의 일방적인 판단으로 아무런 잘못 없는 소비자들이 피해를 볼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김씨는 지난 5월부터 개인사업자로 등록해 의료관광 사업을 하고 있다. 김씨는 “직업 특성상 승합차가 필요했고, 국내에서 생산되는 승합차는 현대자동차의 그랜드 스타렉스가 유일해 대리점을 통해 계약했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인해 계약파기를 당할 줄 꿈에도 몰랐다”며 본지에 억울함을 호소했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판매자 입장에서도 차량을 팔 때마다 인센티브가 지급되기 때문에 안 팔 이유가 없다”며 “그러나 최근 그랜드 스타렉스 내수용이 해외로 밀수출 되는 경우가 많아 회사 브랜드 이미지에 치명적 타격이 될 수 있어 각 지점에서 의심이 될 경우 계약파기를 해 왔다”고 해명했다.

이어 “계약파기가 됐을 때 대부분 그냥 돌아서지만 김씨의 경우 소비자보호원이나 각종 신문사에 제보를 많이 하는 걸로 봐서 전형적인 브로커의 행동패턴과 일치하기 때문에 사내에서 해외판매업자로 의심을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씨는 “해외 수출을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고 판매하지 않겠다는 계약서를 작성하겠다 해도 소용없었다”며 브로커로 의심 받는 것에 대해 분통을 터뜨렸다. 김씨 외에도 스타렉스 구매자들 중 계약파기를 당한 경우는 많다. 이에 대해  “1%의 아닐 가능성만 믿고 판매하기엔 손해가 너무 크다” 는 것이 현대 차 측의 입장이다.

현재 국내 일부 중고차 매매 브로커들이 일반 고객들의 명의를 빌려 한국에서 스타렉스를 산 뒤 이를 해외로 보내 차익을 얻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국내서 구입 후 등록을 마친 즉시 말소해 중고차로 해외에 수출하고 있는데 그 자체로는 합법적인 행위다.

현대차 입장에서는 내수용 차가 중고로 해외에 반출되면 정식 수출 차량보다 싼 값에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에 해외 시장에서 가격 혼란이 야기될 수 있는 것. 때문에 국내서 다소 잡음이 발생하더라도 계약을 거부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내수용 차량의 해외 밀수출 사례가 많았던 이유는 현재 차량을 밀수출 했을 경우 불법이냐 합법이냐 따지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며 “판단 기준이 명확히 마련되지 않는 이상 신용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도 내부규율에 따라 해외판매업자로 낙인 찍히는 억울한 경우가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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