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대중화 시대 ‘활짝’

수입차의 대중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올들어 수입차업체들은 가격 인하와 모델의 다양화 등을 통해 한국시장을 빠르게 잠식해나가고 있다.

수입차 업계 CEO들은 수입차 시장의 점유율을 최대 10%대까지 보고 있다. 지금같은 성장세라면 향후 5년내 목표치를 달성할 것이라고 장담한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수입차 점유율은 2006년 4월 현재 4.26%로, 조만간 5%대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2002년 1% 벽을 깨뜨린 데 이어 불과 4년만의 성과라 할 수 있다. 판매량 면에서도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수입차 시장개방 19년간 최고 실적인 3만901대(2005년 기준)가 팔려나갔고 2006년 4월까지 1만2950대가 판매됐다.

이같은 성장세는 일반 직장인과 여성 고객들이 늘어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 관계자는 “최근들어 눈에 띄게 젊은 층, 그리고 성별로는 여성 고개들이 상당히 늘어나고 있어 이런 부분이 수입차 이용 확대에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2∼3천만원대 수입차 늘어

수입차의 고객층이 대폭 넓어진 이유는 가격이 국산차 수준으로 내려갔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산차의 2∼3배에 달하던 수입차 가격은 올들어 2000만원선까지 대폭 하락하면서 국산차와의 가격경쟁을 벌이게 됐다.

수입차 대중화를 리드하고 있는 업체는 일본의 혼다, 유럽의 폭스바겐, 미국의 포드 등 3사가 대표적이다. 포드는 수입차 가운데 가장 저렴한 ‘뉴몬데오’를 2660만원에 국내에 출시했으며 혼다는 ‘CR-V’를 3000만원선에 내놓았다. 폭스바겐은 지난 4월 ‘제타2.5 컴포트’를 3090만원에 출시했다.

박동훈 폭스바겐코리아 사장은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 수입차 점유율은 향후 수년내 7∼8%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며 그 전제조건으로 수입차종의 다양화를 꼽았다. 지금과 같은 고가의 프리미엄 차종에 국한될 경우 소비자가 한정된 만큼 시장 성장에 한계가 있으므로 다양한 가격대의 차종을 선보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볼보 역시 올들어 5개 차종을 선보이면서 ‘스포츠 에스테이트 V50’을 3744만원에 내놓는 등 40%이상 저렴하게 책정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볼보자동차코리아 관계자는 “올해부터 본사와 딜러간의 마진을 최소화해 추가적인 가격 프로모션 없이 판매하는 단일가격정책을 통해 고객들에게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볼보는 올초 S60 D5 등 디젤엔진 모델들을 아시아 지역 최초로 한국시장에 선보이면서 스웨덴 본사와의 협이 끝에 가격을 15% 정도 낮게 책정해 소비자들의 보다 손쉽게 볼보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가격대가 낮아지다 보니 스타일과 성능에 따라 과감히 수입차를 구매하는 소비자들도 늘었다. BMW의 준중형 세단인 ‘미니쿠퍼’는 휘발유 1리더로 무려 13km를 달릴 수 있는 경제성을 갖춘 데다 보석처럼 고급스럽게 장식된 디자인으로 개성과 실속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다양한 모델, 소비층 확대

프리미엄급 중심의 수입차 시장구조가 올들어 중저가의 중소형차 중심으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실제로 올들어 3000cc 이하의 중소형차는 수입차 전체 판매의 68%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차종을 확대하는 것은 소비층 확대로 이어지기 때문에 수입차 시장의 안정적 성장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이다. 이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한 수입차 업계 CEO들은 수입차의 대중화를 선언하며 올들어 다양한 모델을 국내에 첫선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어코드’와 ‘CR-V’ 단 2종만을 국내에 판매해왔던 혼다코리아는 올해 베스트셀러 세던 ‘시빅’의 국내 판매를 검토하고 있다. 시빅은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 현대차 소나타, 도요타 캠리 등과 비슷한 가격대로 경쟁을 펼치고 있어 국내에서도 쏘나타와 직접 경쟁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일본에서 올해의 차로 선정된 바 있는 프리미엄 세단 ‘레전드’를 올해 안으로 선보이면서 내년까지 딜러망을 분당, 대전, 인천, 광주로 확충하고 서비스와 인력도 보강할 계획이다.

국내에서 ‘뉴비틀’의 명성에 의존해왔던 폭스바겐은 한국 직영체제로 돌아서면서 1년 만에 주력차종으로 고급 중형세단 ‘파사트’와 최고급 모델 ‘페이톤’, 유럽 인기모델 준중형차 ‘골프’와 ‘제타’ 등 다양한 모델을 선보였다.
폭스바겐은 페이톤 디젤모델의 경우 밀려드는 주문을 대지 못할 정도며 더욱 업그레이드된 디젤모델인 TDI시리즈의 라인업도 강화해 고객들의 선택의 폭을 넓혔다.

볼보는 크로스오버차량과 스포츠형 세단, 컨버터블 등 새롭고 다양한 모델들을 출시할 계획이다. 올 하반기에 하드탑 컨버터블 ALL-NEW C70 등을 선보이며 젊은 소비자층을 유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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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CEO에게 듣는다

박동훈 폭스바겐코리아 사장

“향후 수년내 수입차 점유율은 7∼8%대까지 성장할 것이다. 이를 위해 수입차종의 다양화가 전제돼야 한다. 물론 업계 스스로 인식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프리미엄급 차종이라는 카테고리에서 탈피하지 못하면 향후 안정적 시장 확대는 어렵다. 또 지금과 같은 프리미엄급 중심의 항아리 형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 보다 다양한 가격대의 차종을 선보여 수입차 시장의 구조를 피라미드형태로 전환해야만 시장이 자연스럽게 성장할 수 있다.”


정우영 혼다코리아 대표

“혼다는 수입차 대중화에 기여할 수 있는 모델들을 갖추고 있다. 또 ‘가장 우수한 제품을 가장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한다’는 혼다의 기업철학은 수입차 대중화에 크게 기여했다. 앞으로도 비슷한 가격대의 다양한 수입차들의 출시와 지속적인 경쟁이 불가피할 것이다. 혼다는 직접적인 판매 대수, 순위 경쟁보다는 국내에 적합한 모델을 소개하고 이를 구입한 이들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펼치는데 주력할 것이다.”


김효준 BMW그룹코리아 사장

“수입차시장에 대중화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많이 팔리는 차가 좋은 차라는 개념은 옛말이 돼 버렸다. 이제는 ‘브랜드 차별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응해야 하는 시기다. ‘얼마를 파느냐보다 무엇을 팔고 어떻게 서비스할 것이냐’가 더 중요해졌다. 지난 10년 동안은 양적 성장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렸지만 앞으로는 최고의 제품으로 고객을 만족시키고 사회에 봉사하는 ‘내실경영’으로 프리미엄 브랜드의 성공 스토리를 이어나가겠다.”


한영철 프라임모터 대표이사

“올해 수입차 점유율이 4%대를 돌파하며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기록했다. 저가의 다양한 차종이 출시되면서 수요층도 그만큼 확대됐다. 저가의 유럽차, 디젤차 등이 출시되고 꾸준히 인기를 얻으면서 수입차는 소수만이 누리는 특권이라는 편견이 깨졌다. 그만큼 자동차 시장의 경쟁구도도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다. 과거에는 수입차와 국산 고급차의 경쟁구도로 이뤄졌으나 올해부터는 국가별 경쟁이 아닌 가격대별 경쟁체제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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