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45일간의 전쟁 선포

[소비자경제=방미선 기자] 정부가 불법사금융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피해신고센터를 가동한지 12일째. 그동안 봇물처럼 쏟아진 피해신고만 6000건, 피해금액 67억이 넘는다.

#여대생 A씨는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불법 사채업자로부터 300만원을 빌렸지만 갚지 못했다. 사채업자는 A씨를 한 유흥업소 종업원으로 강제로 취업시키고, 수시로 협박하며 1800만원 상당의 돈을 갈취했다. 사실을 안 A씨의 아버지는 딸을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 2009년 보도되며 보는 이를 충격으로 몰아넣은 사건이다. 2010년 포항지역 유흥업소 여종업원들은 연이율 130%~2900% 사채 등의 이유로 연쇄자살을 선택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는 불법사금융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대대적인 작업에 착수했다. 17일 총1만1500명 규모의 인력을 투입하는 범정부 불법사금융 철결방안을 확정한 이후, 금감원과 경찰청, 각 지자체에서는 내달 말까지 피해신고를 받기로 했다. 이에 운영중이던 ‘서민금융종합지원센터’를 한시적 확대 개편해 ‘불법사금융 피해신고센터’(이하 피해신고센터)를 설치했다.

  
▲ 서울본원 76명

  
▲ 4개 지원 26명
피해신고센터가 개소된 18일 하루 동안 접수된 불법사금융 신고건수는 무려 1573건, 신고금액 총 14억6000만원에 달했다. 기존 서민금융 종합지원센터에 접수된 하루평균 신고 건수보다 10배가 넘는 수준이라는 게 감독당국의 설명이다.

이렇게 접수된 피해신고 사례는 수사기관에 제공해 불법사금융업자 단속에 활용된다. 미등록대부업자·중개업자, 불법 추심업체 등을 주요 대상으로 하고, 등록 대부업체의 불법행위도 단속대상에 포함된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불법사금융 단속을 진행, 닷새 동안 126명을 적발하고 이중 4명을 구속했다.

정부는 피해자들이 보다 편리하게 신고할 수 있도록 불법사금융 수요가 많은 전국 주요 재래시장과 고시촌 등에도 현장 상담반을 운영하기로 했다. 또한 신고접수 시간을 평일 오전9시부터 자정까지, 주말 오전9시부터 오후6시까지 3시간 연장하기로 했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4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를 비롯한 KB국민은행 등을 찾았다. '불법사금융 피해신고센터 현장상담반'이 제대로 운영되는지 점검하고 피해구제 현황과 서민금융지원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현장을 방문한 권 원장은 “불법사금융 피해신고센터에 신고 접수한 서민들은 그동안 고통을 겪으면서 이번에 어렵게 도움을 신청했다. 서민금융지원기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서민들이 재기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김황식 국무총리는 “불법사금융 근절을 위해선 무엇보다 국민들의 적극적인 신고가 중요하다”며 “이번 대책으로 서민 금융시장이 위축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적기에 취하고, 더 나아가 서민들이 더 이상 사금융에 의존하지 않도록 근본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관계부처에 지시했다.

불법사금융 근절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현재, 일각에선 “1회성 단속으로는 불법사금융을 뿌리 채 뽑을 수 없다. 일시적인 효과에 그칠 것. 지속적인 관리와 단속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보인다.

한편 금감원은 45일간의 센터 운영 후에도 신고번호 및 인터넷을 통한 신고접수 등은 지속 추진해 피해자 지원을 돕는다는 방침이다. 피해자들은 이 기간 동안 고금리대출, 불법채권추심, 대출사기, 보이스피싱 등 피해사례를 신고하면 된다.

방미선 기자 npce@daily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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