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합병하면서 유럽과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노선 중 주 69회의 항공편을 타 항공사에 넘겨주어야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국내 항공사 중에는 해당 노선을 운항할 수 있는 여력이 부족해 대부분의 노선을 외국 항공사가 차지할 것으로 관측됐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은 6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이후 장거리 노선 대체 필요 항공 편수를 분석한 결과를 공개하면서, 양사가 운항하는 유럽·호주·미주 노선의 운항 편수 주 183회(2019년 기준) 중 69회를 타 항공사가 대신 운항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는 양사의 합병이후 각국 규제당국의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하기 위한 것으로, 노선 점유율을 일반적인 독과점 기준인 50% 이하로 낮춰야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유럽과의 대표적인 노선인 인천-파리간 노선은 양사가 주 12회 운항하고 있어 점유율이 60%에 달하며, 이외에도 인천-프랑크프루트 노선 68%· 인천-로마 노선 75%, 인천-런던 66%, 인천-바르셀로나 노선은 100%에 달해 각각의 노선에서 최소 3~4회까지는 타 항공사에 양도하게 됐다. 

미국과의 노선 역시 많은 항공편을 타 항공사에 양도해야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우선 인천-뉴욕 노선은 점유율이 100%로, 주 11회의 노선을 양보해야하고 이외에도 인천-시애틀 노선(64%)은 2회, 인천-로스앤젤레스(LA) 노선(100%)은 14회, 인천-샌프란시스코(69%) 노선은 7회, 인천-호놀룰루(83%) 노선은 10회를 양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인천-시드니 노선과 인천-LA 노선의 경우 국내 항공사인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가 취항함에 따라 일부는 국적 항공사의 운항을 유지할 수 있게 됐지만 나머지 노선에서는 외국 항공사가 이를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인천-런던 노선에 경우 대한항공이 영국 항공사인 버진애틀랜틱의 운항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인천-LA 노선의 경우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 외에도 베트남 항공사가 운항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만약 베트남 항공사가 해당 노선을 운항하게 된다면 우리 정부와 베트남 정부간 회담을 통해 이원권을 배분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국가 항공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으며, 국내 항공사를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는 공정거래위원회가 통합 항공사의 경쟁 제한을 해소하기 위해 회수하는 운수권과 슬롯(시간당 가능한 비행기 이착륙 횟수)을 기업결합일로부터 10년 내 이전하면 된다고 결론을 냈기 때문에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가 충분히 대체 항공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향후 10년간 이뤄질 항공산업 재편 과정에서 더 많은 국내 항공사들이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지원해 항공산업 경쟁력 강화의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면서 “국정감사를 통해 정책당국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하고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소비자경제신문 권찬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