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보증금반환보증 사고액 4년전 대비 ‘117배’ 늘어
“시세 오르면 내몫, 내리면 니몫” 특약으로 방어
대항력효력발생 시점 악용…‘전세권 설정이 답’
등기부 등본 확인으로 신탁 사기 방지 가능
전세보증보험 가입, 주택시세·등기부등본 확인 등 필수

서울에 한 빌라촌 [사진=연합뉴스]
서울에 한 빌라촌 [사진=연합뉴스]

# 작년 갭 투자로 빌라 500채를 깡통전세로 만들어 전세사기로 구속된 세 모녀, 2019년 화곡동 일대 100채 넘는 빌라를 소유해 세간의 주목을 모았던 강씨, 1200채 넘는 빌라를 가지고 각종 세금 72억원 체납한 ‘빌라의 신’ 권씨. 

전세사기 피해가 끊이지 않는다. 사회에 충격파가 컸던 전세사기 사건은 머릿속에 남아 있고 현재도 진행 중이다. 서민을 나락으로 빠지게 하는 전세사기를  없앨 수 있는 예방책은 없는걸까?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서일준 국민의힘 의원이 주택도시보증공사(이하 HUG)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집중관리 다주택 채무자(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준 사례가 3건 이상이면서 그 액수가 2억원 이상이거나 연락 두절 등으로 상환 의지가 없는 임대인)’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사고 금액은 지난해 3513억원으로 2018년 30억원 대비 117배로 늘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소비자경제신문이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HUG, 주택금융공사, SGI서울보증 3곳이 올해 1~7월 세입자에게 대신 돌려준 전세보증금(대위변제) 액수는 5549억원에 달했다. 그만큼 전세사기가 급증했다는 반증이다. 임대인이 사기치고 도망가면 정부기관이 보증금을 갚아준 셈이다. 

더이상 서민이 울지 않도록 전세사기에 대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정부에서는 전세 피해지원센터 시범센터를 28일 강서구에 개소하고 내년 1월 자가진단 안심전세 앱을 출시한다고 하나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 지 지켜볼 일이다. 경찰에서도 대대적인 전세사기범 색출에 나서고 있다. 

이에 소비자경제신문은 몇 년 전부터 자주 일어났던 빌라 전세 사기 사건 사례를 유형별로 살펴보고 적극적인 방비책을 알아보고자 한다.

첫 번째 유형은 대항력효력 발생 시점 악용이다

전세 사기 유형은 크게 ▲대항력효력발생 시점 악용(확정일자 받고 다음 날) ▲신탁 사기 ▲갭투자 사기로 유형이 나뉜다. 

첫번째 유형은 대항력효력 발생 시점을 악용하는 것이다. 대항력효력발생 시점 악용 전세사기는 근저당이 없는 깨끗한 집에 전세 계약을 해도 문제가 되는 경우를 말한다. 이사 당일에 전입 신고를 마치고 확정일자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확정일자는 대항력이 갖춰진 후부터 효력이 발생하고 대항력은 전입 신고를 한 다음 날 00시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업계 관계자는 “전입신고 하는 건 등기부등본에 드러나지 않기에 세입자가 대출을 받기 전 누군가 갑자기 전입오면 예기치 못한 선순위 권리가 생기는 부작용이 있다”며 “그래서인지 다음날 00시부터 효력이 발생한다는 법조항이 유지되고 있는 거 같다”고 귀띔했다. 

다만, 세입자가 전세 계약을 한 후부터 다음날 00시까지 대항력과 우선 변제권이 없는 무방비 상태에 놓이는 순간이 있다. 그래서 이 점을 악용해서 전세계약 잔금을 받는 날 빌라 소유권 변경을 한 뒤 곧바로 집 담보 대출을 받아 근저당을 설정, 대출금을 들고 잠적하는 사기꾼도 있다.

이러면 집이 경매에 넘어가게 됐을 때 투자 대항력과 우선 변제권이 생기는 은행의 근저당 설정 시점이 더 빠르기 때문에 거의 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를 테면 집 시세가 2억원이라고 가정해보자. 집주인은 전세대출 계약일 날 집 담보 대출이 가능한 ‘바지사장’을 섭외해 전세계약 하기 전 미리 집 소유권을 바지사장에게 넘긴다.

세입자가 전입신고를 하고 확정일자를 받은 날 바지사장이 집을 담보로 걸고 대출로 집값의 70%인 1억 4000만원을 받아 집주인에게 넘긴다. 그 대가로 바지사장은 300~500만원가량 대가를 받는다. 전세기간이 만료되고 난 뒤 바지사장은 대출금을 갚을 능력이 되지 않아 집이 경매에 넘어간다.

이렇게 되면 등기부등본엔 바지사장의 대출로 인한 근저당이 세입자보다 우선 순위로 올라간다. 현재 법령은 전입신고를 한 다음날부터 세입자 대항력이 생긴다고 못 밖아 놓았기 때문이다. 경매에서 집이 1억 4000만원 미만에 낙찰되면 세입자는 보증금을 단 한 푼도 되돌려 받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빌라를 수백 에서 천 채 이상 가지고 있는 일명 ‘빌라왕’도 바로 이 대항력효력 발생 시점 악용 기법을 주로 사용해 왔다.

빌라왕들은 자기자본금보다는 대부분 세입자들 돈을 차입투자(빚 내서 돈 벌기)해서 빌라를 사들여 빌라 시세가 오르면 ‘내 몫’, 빌라 시세가 내려가면 세입자 ‘니 몫’이라고 책임전가를 한다.

수도권 빌라 1277채를 보유한 속칭 ‘빌라의 신’ 권씨는 건축주가 피해자와 전세계약을 하는 날 그보다 먼저 해당 빌라를 건축주로부터 명의 이전 받는다. 권씨는 피해 세입자에게 자신도 집값이 내려가서 피해자라고 항변한다. 권씨는 온갖 세금이 약 72억원 체납되어 이 빌라는 경매로 넘어가게 되며 세입자는 후순위라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확률이 높게 된다. 권씨는 건축주로부터 그가 구매해간 빌라에 대한 리베이트(뒷돈)를 받아서 생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사기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계약 후 잔금을 지급한 다음 날까지 임차주택 저당권과 같은 권리를 설정하지 않겠다. 이를 위반하면 임대차 계약은 무효가 되고 임차인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특약을 꼭 부동산 중개인에게 해달라고 해야 한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전세권 설정을 하는 방법도 있다. 전세권 설정은 확정일자와 다르게 대항력이 갖춰지지 않았더라도 바로 효력이 생기기 때문에 전세 계약과 동시에 전세권 설정을 하면 대참사를 막을 수 있다.

두 번째 유형은 신탁 사기다

신탁 사기는 부동산 신탁 회사 명의로 건물∙부동산을 소유한 집주인이 신탁회사와 세입자간 계약이 아닌 ‘집주인’과 세입자간 전세 계약을 맺고 전세보증금을 가지고 도주하는 사례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대출 받아 건물을 지으려고 한다. 개인 명의로 대출 받으면 신용이 낮아 건물을 지을 만큼 대출금이 안 나왔다. 그래서 이런 경우 건물을 짓기 전 지어질 건물 소유권을 신탁회사에 넘기고 신탁회사를 통해 거액의 은행 대출을 받고 건물을 짓는 방법이 있다.

이때 건물주와 신탁회사 사이 간 ‘신탁 원부’를 작성한다. 신탁 원부 내용은 건물주가 부동산에 대한 전월세 계약을 체결하고자 할 때 반드시 신탁회사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실질적인 건물 소유주는 신탁 회사이니 말이다.

건물주가 신탁회사 동의를 받지 않은 채로 전세 세입자들을 구하면 해당 계약서는 신탁회사 동의 없이 작성되어 효력이 없다. 세입자가 건물주에게 해당 계약서를 바탕으로 전세보증금을 보내주면 임대차보호법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된다. 이런 식으로 건물주가 세입자 다수를 모아 신탁회사에 대한 언급 없이 일반적인 전세계약을 체결한 후 전세보증금을 갈취하고 잠적하는 게 신탁 사기다.

신탁 사기를 피하기 위해서는 계약 전 등기부 등본 갑구에 신탁등기가 있는 지 확인해야 한다.

등기가 기재돼 있으면 반드시 등기소를 방문해서 신탁 원부를 발급받고 대금 지급자를 확인한 뒤 그 대금 지급자에게 임대차 계약에 대한 모든 동의서를 받아야 임대차 보호법이 적용되는 전세계약을 할 수 있다. 신탁 등기가 등기부등본에 등재된 집인데 이 과정을 빼먹고 건물주와 일반 전세 계약을 하면 단 한 푼도 받지 못하고 집에서 쫓겨나게 되니 주의해야 한다.

세번째  유형은 갭 투자 사기다

갭투자는 부동산을 매입하기 전 전세 세입자를 먼저 구하고 보증금을 받은 뒤에 남은 차익만큼만 대출을 받아 부동산을 매입하는 투자 유형이다.

예를 들면 전세가가 5억원 시세인 부동산이 있다면 전세 세입자를 먼저 구해 전세보증금으로 5억원을 받고 나머지 1억원은 대출 받아 부동산을 매입하면 내 돈 1억으로 6억짜리 부동산을 매입하는 거다.

갭 투자는 집 값이 오르면 성공할 수도 있다. 문제는 집값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렇게 되면 전세 세입자에게 돌려줄 5억원이 없으니까 집이 경매에 넘어가게 된다. 그러면 부동산 가격이 떨어졌으니까 경매 낙찰가는 처참하게 낮아질 수밖에 없고 그마저도 은행 근저당이 세입자보다 선 순위에 있기 때문에 얼마 안 되는 낙찰가는 은행으로 먼저 지급된다. 그러니 전세 계약을 하기 전 등기부 등본에 있는 근저당 내용을 확인하고 갭 투자와 같은 깡통 전세는 반드시 피해야 한다. 

또한 여기서 중요한 건 신축 빌라는 거래가 거의 없고 분양 대행업자가 건물주 사기꾼과 한 통속일 여지도 있다는 점이다.

이를 테면 분양대행업체가 신축 빌라를 2억원 분양 – 1억 5000만원 전세 내준다는 현수막 광고를 하면 잠재적 피해자∙세입자는 이 빌라 시세를 2억원으로 인지한다. 그러나 건물주(건축주) 사기꾼은 분양대행업체와 해당 빌라를 싸구려 자재로 지어서 1억 4000만원에 ‘실질적으로’ 매매를 했다. 건물주사기꾼과 분양대행업체가 2억원으로 매매하고 뒤로 리베이트 7000만원을 돌려주면 실제 가격은 1억 3000만원인데 등기부등본에는 2억원이 찍혀 있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세입자 입장에서는 해당 집이 마음에 들면 들수록 속을 확률이 높아지게 된다.

갭투자 사기는 대항력효력발생 시점 악용 사기나 신탁사기 등 다른 사기와 결합해 종종 발생한다.

방비책은 무엇인가

이렇게 치밀하고 다양한 전세사기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HUG는 우선, 전세 계약하기 전 해당 빌라가 전세보증금반환보증 가입이 가능한 지 확인하고 가능 시 반드시 가입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은 임대인이 전세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하는 경우를 대비하여 임차인이 가입하는 보험이다. 보험사에서 문제가 있는 집이라고 판단해 전세보증보험 가입이 안되는 집이라고 진단 시 가급적 사기 당할 위험이 덜 한 빌라, 즉 전세보증보험이 되는 집을 골라 계약을 추진하는 게 더 안전하다.

둘째, 주택시세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주택 가격 대비 보증금과 임차료 수준이 적정한지 확인해야 한다는 얘기다. 위의 전세사기 사례에서 보듯이 주택 가격 차이가 심하면 의심해볼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HUG는 보증금과 근저당 설정 금액이 주택가격 80%를 초과하지 않는 주택을 추천한다. 1~8월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통계 시스템에서 서울 빌라 매매-전세 거래가 동시에 이뤄진 빌라 총 4011곳 분석 결과 깡통전세(매매가≤전세가)는 626곳으로 전체의 15.6%, 빌라 여섯 채 중 하나 일 정도로 깡통전세가 흔하니 세입자는 이 점을 반드시 유의해야 한다.

HUG 관계자는 “계약체결 전 등기부등본을 확인해 압류, 강제경매 등 권리침해사항이 없는 지 확인해야 하고 공인중개사 사무소가 정상적으로 영업 중인지 한국공인중개사협회 홈페이지에서 검색해야 한다”면서  “이와 함께 전세 계약체결 후,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대항력·우선변제권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전세계약 체결 직후 확정일자를 반드시 확보하고 전세계약 시작 즉시 전입신고를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관계자는 “전세사기를 사전에 조기 차단하는 방법 중 하나는 전세 계약서 특약에 ‘전세 기간 동안 소유자 변경을 금지하고 위반 시에는 계약을 해지하기로 하며 새로운 임대인이 보증금을 미 반환 시에는 기존 임대인이 보증금 및 임차인의 손해를 배상한다’와 같은 내용을 써 달라고 임대인에게 요청해야 한다”면서  “특히 전세권 설정은 대항력이 갖춰지지 않았어도 효력이 생긴다는 장점이 있으니 전세 계약과 동시에 전세권 설정을 특약에 넣으면 안전장치가 되어준다”고 당부했다. 

[자료=서일준 국회의원실]
[자료=서일준 국회의원실]

소비자경제신문 문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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