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

이번 폭우로 인해 침수차 1만 2000여대, 1570억원 이상의 피해금액이 발생했다. 보험료가 인상되는 것이 아닌지 국민들이 걱정할 정도다. 1만대가 넘는 침수차로 인해 중고차 시장에서 2차 피해가 속출할까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침수차의 정확한 정의는 무엇일까? 그런데 참 애매하다. 몇 해 전 울산지역 폭우로 현대자동차의 신차 출고 야적장 일부가 물에 잠긴 적이 있다. 야적장이 경사지다보니 타이어의 3분의 1만 잠긴 차량부터 바퀴 전체가 잠긴 차량까지 정말 여러 단계의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전문가 입장에서 정확히 표현하면 주행도 안했고, 바퀴 절반만 잠긴 차량은 세척해서 판매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확신할 수 있다.

그런데 실제로 그 경계가 애매하다. 타이어 3분의 1이 잠긴 차량이 아무 문제가 없다면, 그것보다 5cm 더 잠긴 차량은? 아니 1~2cm 더 잠긴 차량은?이라는 문제가 제기된다. 야적장이 경사진 상황이다보니 경계를 딱 구분짓기 애매한 상황이었다. 결국 전체 차량을 폐차 처분하기로 결정이 났다. 필자는 현대자동차 지인을 통해 연구기관에 기증하면 얼마나 고마워하겠냐고 의견을 전달했고, 결국 대덕대학은 차량 4대를 기증받는 성과(?)를 얻었다.

침수 범위에 따른 피해를 살펴보도록 하자. 우선 주차된 상태로 타이어를 기준으로 절반 미만, 조금 넉넉히 표현하면 3분의 2 미만으로 차가 물에 잠겼다면, 깨끗이 세차 후 운행해도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물론 3분의 2만 잠긴 차량도 일정 속도 이상으로 주행하게 되면, 범퍼를 타고 물이 위로 넘쳐 엔진룸에 침수피해가 발생하게 된다. 70cm, 즉 타이어 전체 높이만큼 잠긴 차량은 수리금액을 차량 잔존가치와 비교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뉴스에서 본 영상과 같이 이번 서울 강남지역의 운전자 어깨 높이 이상 차량이 물에 잠긴 경우는 무조건 폐차시켜야 한다.

경기도 과천시 서울대공원 침수차 임시 적치장에서 관계자들이 침수차들을 지게차와 견인차를 이용해 옮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기도 과천시 서울대공원 침수차 임시 적치장에서 관계자들이 침수차들을 지게차와 견인차를 이용해 옮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단계로 구분하면, 타이어 절반은 무관하지만 차량 내부를 기준으로 바닥 매트가 젖은 단계를 1단계 침수라 표현할 수 있다. 운전자 매뉴얼을 잘 살펴보면, 제조사들은 차량 내부에 물이 고여서 매트가 젖어 있을 경우에는 시동을 걸면 안 된다고 명시했다. 시트 하부에는 전 세계 공통으로 노란색 전자장치가 들어 있는데, 에어백을 제어하는 장치이다. 그런데 운전자 매뉴얼에서 이 컨트롤러가 물에 잠길 경우 오작동의 위험이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에어백이 오작동으로 터지면서 운전자가 큰 충격을 받고 사고가 유발될 수도 있는 것이다.

침수 2단계는 시트 엉덩이 부분까지 물에 잠긴 경우로, 타이어 전체 높이 정도 된다. 이 상황에서는 차량이 전진하게 되면 거의 99% 앞 범퍼로 물이 밀고 올라오면서 엔진룸으로 들어가게 된다. 엔진룸은 차를 만들 때 방수처리가 돼 있어서 평소 고압세척기로 세척해도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지만, 라디에이터 상부쯤에 엔진으로 통하는 공기흡입구가 있다. 이 공기흡입구는 55~80cm 정도 높이에 위치하는데 차종별로 다른 구조를 하고 있다. 범퍼를 타고 넘어온 물이 공기흡입구를 거쳐, 엔진으로 들어가게 되면 커넥팅 로드가 부러지거나 휠 수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물은 압축되지 않게 되기 때문에 엔진이 꺼지게 된다. 이런 사고가 발생하게 되면 엔진 전체를 분해해서 세척해야 할 뿐만 아니라 부품 교환 또는 조립을 다시 해야 정상 운행이 가능하다. 물론 침수 2단계가 되면 이미 퓨즈 박스나 자동차 제어 장치(ECU) 및 자동차 통신 장비(TCU) 등도 물에 잠기게 되므로, 배선과 커넥터 전체를 분해·세척·건조 등의 처리를 해야 한다.

침수 3단계는 차량 실내 창문 높이까지 물이 차오른 것을 말한다. 엔진룸에 있는 퓨즈 박스를 비롯한, 운전석 좌측 아래에 위치한 운행기록 자기진단장치(OBD) 단자도 물에 잠기게 된다. 무조건 폐차해야 하는 수준이다. 장마나 태풍으로 인한 침수피해가 무서운 것은, 침투된 물이 깨끗하지 않다는 데 있다. 모래와 진흙 등이 잔뜩 섞여 있어서 아무리 잘 말리고 닦아내도 불순물이 남게 된다. 결국 금속 재질은 부식으로 인해 강도가 약해지고, 각종 전자부품의 오작동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운행 중 시동이 갑자기 꺼지거나 엔진 떨림, 급발진이나 에어백 전개 등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침수차에 대한 질문 중에는 전기차의 감전 위험성에 대한 것도 있다. 전기차 배터리는 개발 단계에서부터 침수를 고려해 설계했다. 충분한 침수 테스트를 거쳐 고전압 케이블, 차단기, 제어 시스템 등을 만들었다. 고압 배터리팩은 1m 깊이의 물에서 1시간을 견디도록 설계됐으며, 엔진룸의 모터 등 각종 부품도 최소 30분은 견디게 돼 있다. 결국 엔진으로 구동되는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침수에 더 강하다고 할 수 있지만, 실내로 물이 들어오는 경우 위험성과 피해는 내연기관차와 동일하다. 침수 피해가 발생하게 되면, 운전자와 탑승자는 안전한 곳으로 우선 대피한 후 소방서나 제작사 직영센터, 보험사에 연락해 조치를 취하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

중고차를 구입할 때 침수차인지 아닌지 알아볼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이 있다. 보험개발원이 무료로 제공하는 카 히스토리를 통해 침수차량을 조회할 수 있다. 물론 자차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이 보험처리 하지 않을 경우 차량은 조회되지 않는다. 이에 대비해 창문을 모두 닫고 에어컨이나 히터를 조작해 차량 내부의 악취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또 엔진룸 내에 먼지가 아닌 진흙, 녹, 부식의 흔적이 있는지도 확인하자.

전 좌석 안전벨트를 끝까지 당겨 진흙, 오물, 곰팡이의 흔적 확인하는 방법도 있는데, 이 방법은 많이 알려져서 부품 전체를 교환하는 경우도 있다. 한가지 팁은 안전벨트 제조연월일을 확인하는 것이다. 차량은 몇 년 전에 출고한 것인데, 안전벨트가 지난달 제조일자로 돼 있으면 일단 의심해야 한다. 물론 측면 충돌로 수리하면서 안전벨트를 교체할 수도 있다. 그런데, 전 좌석 안전벨트가 모두 신품이면 의심이 아니라 확신이 들 것이다.

또 잘 마르지 않는 시트 아랫부분 곰팡이, 얼룩 등을 확인하는 방법이 있다. 도어 고무 몰딩이나 브라켓을 뜯어 물기나 녹의 유무도 체크해야 한다. 트렁크를 열고 스페어타이어가 위치한 가장 낮은 부분을 살펴서 모래나 진흙 유무도 살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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