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블로그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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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유난히도 기업을 평가하는 다양한 시상과 지표가 존재한다. ‘○○○○ 선정 브랜드평가 대상’·‘○○○가 선정한 고객서비스 평가 기업 1위’·‘○○이 선정한 100대 프랜차이즈’ 등으로 언급되며 시상식이 쏟아지고 있다.

소비자 설문을 바탕으로 한 평가, 전문가의 선정이유, 언론사의 평판 등이 열거되면서 시상의 당위성을 호소한다. 이제는 다들 알겠지만, 그 수많은 시상과 브랜드 평가 자체에 객관성을 인정받기는 쉽지 않은 모양새다. ‘그 밥에 그 반찬 느낌이랄까?’ 지난해 선정된 업체가 또 있고, 대기업은 대부분 다 포함된 것 같고…. 그래도 1등이 좋다고 뭐라도 받기만 하면 기업들은 홍보하느라 여념이 없다.

이와 같은 관행적 경향에 이제는 새로운 기준이 기업들을 평가하는 잣대가 되고 있다. 대세가 된 ‘ESG 경영’이 바로 그것. ESG는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든 용어로, 기업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기 위해 고려해야 할 비재무적 요소를 뜻하는데, 이제 전 세계적으로 이 기준에서 자유로운 기업은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기업의 책임과 도덕성을 강조하는 이런 세계적 흐름, 그 자체에 원론적으로 이견을 달 사람은 많지 않을게다. 최근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처럼 “ESG는 사기”라며 과도한 ESG 광풍을 우려해 그 개념과 허상, 전망을 꼬집는 이들도 있지만 ‘착한기업’ ‘가치소비’ 등을 염두한 마케팅 전략과 ESG 개념을 바탕으로 기업의 생존전략이 거스를 수 없는 선택이 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대한민국 시장에선 ‘참 기업하기 힘들다’는 불만들이 많다. 규제도 많고 평가와 순위, 엄격한 시선도 많아서다. 냉혹한 경쟁 시장에서 집단 이윤도 추구해야 하고, 도덕적 책임도 다해야 한다고 하니, 기업 입장에서는 곳곳이 넘어야 할 산들로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이만큼 기업하기 좋은 나라도 없다. 수많은 허상의 순위 매기기와 이상적이며 세계적인 시대적 흐름(ESG)을 따르라는 관념적 분위기만 있을 뿐, 그다지 실체적 압박이라고 느낄 만한 것은 없으니 말이다.

오너 리스크가 터지든 제품이나 상품 하자에 따른 사회적 파장을 불러올 정도의 사고가 터져도, 우리 기업들은 재발 방지에 대한 형식적 입장 표명과 일시적 주가 하락의 심리적 파동만 견뎌낼 정신력만 갖고 있다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영업을 이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다 해결해 줄 것’이라는 오래된 경험철학이 뼛속 깊게 자리하고 있어 ‘나쁜’ 기업의 생존력과 맷집은 나날이 강해지고 있다. 

이런 의식 앞에서 ‘ESG’나 ‘신뢰’, ‘착한’이라는 수사적 표현이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 때론 궁금해진다. 물론 오늘도 도덕 경영을 위해 애쓰는 대부분의 기업들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지금 불고 있는 이상적 시장을 향한 사회적 책임 압박의 주체는 누구여야 하는지도 이제는 물어야 할 때다.

지금까지 기업의 신뢰도와 도덕 경영의 촉구는 시민사회단체나 전문가 집단, 언론사들이 담당해 왔다. 어느 누구도 그들의 도덕성과 자격의 합리성을 진단하거나 파악하려 들지 않고 그들이 내놓는 결과물에 고개를 끄덕이거나 고개를 가로저을 뿐이다.

기업 평가는 더욱 더 냉혹해져야 한다. 그리고 그 평가 주체는 절대적으로 소비자여야 한다. 수많은 기업 순위와 브랜드 평가는 온전히 소비자가 선택할 몫이어야 한다는 얘기다. 소비자를 설득하고 이해시키려는 ‘1위 기업’이 아니라 소비자가 선호하고 기대하게 하는 ‘신뢰받는 기업’이 기준이 돼야 한다.

소비자경제신문 노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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