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영 블루아카이브 시나리오 디렉터 [사진=넥슨]
양주영 블루아카이브 시나리오 디렉터 [사진=넥슨]

최근 게임업계에서 스토리의 중요성은 게임의 완성도를 좌지우지하는 하나의 척도가 되고 있다. 특히 수많은 캐릭터가 등장하는 수집형 RPG(역할놀이게임)에서의 스토리는 게임 내 콘텐츠를 설계하는데 방향을 잡아주고, 충성고객을 확보하고 매출을 높이기 위해서도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다. 

이 중 넥슨의 블루아카이브는 모바일 수집형 RPG 장르에서 그야말로 신나게 질주하는 혜성이다. 넥슨의 개발 스튜디오인 넷게임즈에서 개발한 블루아카이브는 학원도시 키보토스에 부임한 선생님(게임 유저)이 각 학원의 사건을 해결하고 학생들을 돕는 것이 기본 스토리다. 글로벌 유저들은 이 과정에서 개성있는 캐릭터가 엮어가는 학창시절을 잘 표현함과 동시에 밝고 청량감이 느껴지는 분위기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업데이트된 3부 에덴조약에서는 이면에 숨겨진 어두운 이야기도 상당부분 등장해 분위기가 일변했다. 앙숙인 트리니티 종합학원(트리니티)와 게헨나 학원(게헨나) 사이의 분쟁을 종식하기 위한 평화조약 체결을 앞두고 트리니티 보충수업부의 선생님으로서 부임한 유저는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학원 이면의 비밀들을 접하고 사건들과 맞서게 된다.

소비자경제는 이에 따라 이사쿠상(Isakusan)이라는 이름으로 블루아카이브의 스토리를 담당하고 있는 양주영 블루아카이브 시나리오 디렉터와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양주영 팀장은 “무엇보다 게임의 시나리오에 대한 내용이 핵심이 되는 인터뷰라서 라이터로서 감회가 새롭다”면서 인터뷰에 응답했다. 

본 인터뷰는 블루아카이브 스토리 관련 스포일러를 다수 포함하고 있으니 주의 바란다.

3부 에덴조약편의 주역인 트리니티 종합학원 보충수업부. 왼쪽부터 우라와 하나코, 시모에 코하루, 시라즈 아즈사, 아지타니 히후미. 이들은 모종의 이유로 보충수업부에 들어오게 된다.  [사진=블루아카이브 게임화면 캡쳐]
3부 에덴조약편의 주역인 트리니티 종합학원 보충수업부. 왼쪽부터 우라와 하나코, 시모에 코하루, 시라즈 아즈사, 아지타니 히후미. 이들은 모종의 이유로 보충수업부에 들어오게 된다.  [사진=블루아카이브 게임화면 캡쳐]

Q. 3부 에덴조약 편에서는 이전과는 다른 분위기 급변과 함께 하드코어한 묘사에 놀란 사람도 많았고, 학원과 캐릭터들에 대한 암시와 떡밥도 다수 등장해 유저들 사이에서 많은 해석이 나왔습니다. 그만큼 전체적인 스토리 라인에서 에덴조약편이 가지는 위치가 크다는 의미 텐데요. 3부가 이전과 분위기가 달라진 이유는 무엇이고, 이에 담긴 의미가 궁금합니다. 

A. 블루아카이브는 처음부터 전체적인 무드를 밝고 청량한 학원 청춘물을 목표로 했습니다. 그리고 그 무드가 어느정도 자리가 잡히면 이후 하드보일드하고 강력한 갈등을 보여줘서 우리 세계관이 다룰 수 있는 전체 스펙트럼을 확장하는 것이 의도였습니다.

이런 세계관 무드의 확장과정은 이전 홈페이지와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공개된 두편의 PV(프로모션 비디오)에서 확인하실 수 있는데, 에덴조약은 이러한 의도를 기반으로 게임에서 강렬한 갈등과 사건을 보여주기 위해 준비된 이야기입니다. 다만 이것이 완결될 때까지 이렇게 많은 분량이 필요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스포일러니까 함부로 말씀을 드리기는 어렵지만 게임의 무드가 확장되더라도 중심은 여전히 학원 청춘물이어야 하고, 그런 중심이 잡히지 않으면 길을 잃게 될 수 있으니 그런 부분을 신경 쓰며 작업 했습니다.

Q. 에덴조약편은 학원과 캐릭터, 스토리 라인 곳곳에 성경과 서기 3세기 로마의 니케아 공의회 등과 같은 그리스도교 관련 내용이 많았습니다. 이러한 모티브를 스토리에 사용하신 이유가 무엇이며, 어떤 점을 중심으로 구상을 쌓아 나가신 것인지 궁금합니다. 

A. 세계관의 핵심 소재가 고대 기독교를 베이스로 하고 있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그 소재를 이야기의 주제로 삼으려고 했던 것은 아닙니다. 마침 에덴조약 편의 중심 배경이 트리니티 종합학원(트리니티)이기도 하고, 트리니티가 가진 문제나 갈등 등을 풀기 위해서 세팅한 것이라고 이해해주시면 될 듯합니다.

블루아카이브는 꽤 복잡하고 형이상학적인 설정들이 세팅된 세계관이지만 이런 소재들이 이야기의 주제로 드러나기 보다는 학생들이 일상적인 분위기에서 겪는 갈등이나 문제 등이 주제가 되기를 의도하고 있습니다. 

아리우스 분교는 에덴조약에 맞춰 트리니티 종합학원과 게헨나 학원 양쪽을 무너뜨리기 위해 암약했다. [사진=블루아카이브 인게임 캡쳐]
아리우스 분교는 에덴조약에 맞춰 트리니티 종합학원과 게헨나 학원 양쪽을 무너뜨리기 위해 암약했다. [사진=블루아카이브 인게임 캡쳐]

Q. 3부의 메인 빌런인 아리우스 분교는 오랫동안 가졌던 차별과 박해로 인한 증오로서 ‘허무와 증오의 교의’를 만들고 존재를 등장인물들과 독자들에게 각인시켰습니다. 다만 쫓겨났던 아리우스가 어떻게 오랜 세월을 스스로 존속시킬 수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엔딩에 나온 것과 같이 또다른 악역인 게마트리아가 관여했을까요? 

A. 이 질문의 대답은 어떻게 해도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서, 앞으로 전개될 시나리오에서 확인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리우스 분교의 계율 수호자인 아츠코는 엔딩에서 도망자의 길을 선택했다. [사진=블루아카이브 인게임 캡쳐]
아리우스 분교의 계율 수호자인 아츠코는 엔딩에서 도망자의 길을 선택했다. [사진=블루아카이브 인게임 캡쳐]

Q. 아츠코는 계율 수호자로서 아리우스 분교 내에서도 공주나 로열 블러드로 불리면서 굉장히 중요한 인물이라는 점을 암시했습니다. 마지막 3부의 주인공 중 하나인 아즈사를 인정하고 스쿼드와 함께 죽을 위험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도망자로서의 여정에 오르는데요. 이는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까? 

A. 트리니티와 같이 아리우스가 가진 종교적 소재는 이야기를 이끌어가기 위한 도구이고, 주제는 아닙니다. 게임의 전체 스토리가 종교적 테마가 될 수는 없으니까요.

의도하고 싶었던 것은 두 가지였습니다. 먼저 ‘모든 것이 헛되다’ 라는 고대로부터 이어져 온 허무에 대한 담론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니힐리즘에 관심이 많습니다. 과거 제가 담당했던 작품이었던 ‘큐라레: 마법 도서관(큐라레)’에서도 ‘검은 개의 마담’ 이라는 악역이 나온 적이 있었는습니다. 큐라레를 해보셨다면 기억하시겠지만 마담의 정체는 버지니아 울프였고, 검은 개는 처칠이 만들어낸 우울을 상징하는 표현이죠.

“우리들이 이런 허무주의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아즈사는 이 질문에 “그럼에도 노력해야 한다”고 심플한 대답을 도출했습니다. 아리우스 스쿼드는 그 질문에 자신들의 대답이 아닌 대답을 내고 있었던 것이죠. 이들이 도망치는 것은 그 질문과 제대로 마주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타인의 대답에서 벗어나야 진짜 질문이 시작될 수 있는 것이니까요. 

또 하나는 증오입니다. ‘증오와 혐오’는 어떻게 보면 지금의 시대정신에 가까울 정도로 거대한 담론이 되어버린 것 같기도 합니다. 보통 이런 감정들이 어떻게, 왜 생기며 ‘우리는 어째서 타자를 증오하는가?’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 싶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다양한 캐릭터들이 자신들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굉장히 개인적으로도 흥미로운 부분이라 이런 이야기를 자주 하게 되는 것 같네요. 그러면서도 유저들의 흥미를 놓치지 않게, 다시 말해 대중성을 담보한 채 이야기를 전개하는 것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습니다.

트리니티 종합학원 학생회 '티파티'의 일각인 파테르 분파의 대표. 미소노 미카 [사진=블루아카이브 인게임 캡쳐]
트리니티 종합학원 학생회 '티파티'의 일각인 파테르 분파의 대표. 미소노 미카 [사진=블루아카이브 인게임 캡쳐]

Q. 트리니티 학생회의 호스트 중 하나인 미카는 손꼽히는 강자인데도 게헨나 학원으로의 선전포고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자신의 분파에게 집단으로 구타당하게 되는데요. 미카가 자신의 분파를 그동안 어떻게 통제했을까요? 그들이 에덴조약 체결 이전 시점에도 문제를 일으키고 있었나요? 또 미카 자신이 가진 게헨나에 대한 증오가 형성된 이유도 궁금합니다. 

A. 스포일러를 제외하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세계관을 세팅할 때부터 트리니티가 선, 게헨나가 악으로 보이지 않게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선과 악은 쉽게 정의할 수 없고, 특히 집단을 그렇게 규정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미카의 경우는... 아직 그녀의 이야기가 끝이 난 것이 아니니까 지금 단계에서 뭐라고 코멘트를 하는 것은 미카에게 실례가 될 것 같습니다. 그녀의 이야기가 마무리가 되었을 때 다시 코멘트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게헨나 학원 학생회 '만마전(판데모니움 소사이어티)'의 학생회장. 하누마 마코토(중앙) [사진=블루아카이브 PV 캡쳐]
게헨나 학원 학생회 '만마전(판데모니움 소사이어티)'의 학생회장. 하누마 마코토(중앙) [사진=블루아카이브 PV 캡쳐]

Q. 게헨나 학원의 학생회장인 마코토는 3부에서 첫 등장했는데요. 수많은 활약을 보인 히나에 비해 왜 학생회장에 있는지 모르겠다는 의견이 나올 정도로 취급이 좋지 않았습니다. 마코토의 모습은 본연의 성격에서 나온 것일까요? 만약 아니라면 이후 스토리와 이벤트 등을 통해 이미지를 만회할 기회가 있을까요?

A. 아아, 마코토 쨩 귀엽죠. 저도 좋아합니다. 마코토는 원래 그런 캐릭터입니다. 그 이미지가 과연 회복될 일이 있을지 지켜봐주시면 좋겠습니다. 마코토는 다양한 형태로 앞으로도 계속 얼굴을 비칠 예정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4부의 무대로서 다루어질 예정이라고 예상되는 SRT특수학원. [사진=블루아카이브 PV캡쳐]
4부의 무대로서 다루어질 예정이라고 예상되는 SRT특수학원. [사진=블루아카이브 PV캡쳐]

Q. 메인스토리 4부 ‘카르바노그의 토끼’ 편은 SRT 특수학원을 중심으로 진행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해당 학원은 키보토스에서 어떠한 역할을 담당하는 학원이며, 어떤 학생들이 등장하게 되나요? 또 어떤 이야기가 전개되는지 알고 싶습니다. 

A. 아직 제가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는 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 부분도 나중에 게임에서 직접 확인해주시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Q. 레드윈터와 산해경 등의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학원들은 이벤트 스토리로만 등장했는데요. 앞으로 메인 스토리라인에 등장할 것인지 궁금합니다. 

A. 메인 스토리는 다양한 주제와 소재로 진행이 될 예정입니다. 다양한 학원들에서 벌이는 메인스토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메인 스토리 자체가 굉장히 공수가 많이 드는 컨텐츠라 오픈 시점에 대해서는 쉽게 말씀드리기가 힘들 것 같습니다. 

블루아카이브의 주요 콘텐츠인 총력전의 보스 예로니무스. 게마트리아가 만든 인공천사이며 메인스토리에 최초로 등장한 보스기도 하다. [사진=블루아카이브 게임화면 캡쳐]
블루아카이브의 주요 콘텐츠인 총력전의 보스 예로니무스. 게마트리아가 만든 인공천사이며 메인스토리에 최초로 등장한 보스기도 하다. [사진=블루아카이브 게임화면 캡쳐]

Q. 총력전 보스인 예로니무스가 3부에서 직접 등장하면서, 1부의 악역인 카이저 코퍼레이션과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비나라던가, 2부의 중심 캐릭터인 아리스와 연관 있는 헤세드 등 다른 보스들도 스토리에 직접 등장하기를 바라는 사람도 많습니다. 만약 아비도스 대책위원회와 밀레니엄 게임개발부의 스토리가 다시 전개된다면 등장할 가능성이 있을까요? 

A. 일단 총력전 자체는 블루아카이브의 이야기와 약간은 분리되어 있습니다. 총력전의 보스를 제작하는 것은 시간과 노력이 오래 걸리는 일이기도 하고 다양한 개발자들이 연관된 부분이라서 시나리오에 유기적으로 연결할 수록 개발의 난이도가 상승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총력전은 어느정도 스토리와 선형적으로 구성되지 않게 분리해 두었습니다. 하지만 이들 역시 블루아카이브 세계관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으니, 최대한 시나리오에서 설명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결론은 최대한 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정도일까요.

에덴조약편은 '분쟁 중인 학원간의 평화조약을 맺는다'는 스토리를 중심으로 기독교적인 요소와 정치 스릴러 요소가 다소 섞였다. 다만 그럼에도 학원물로서의 중심에서 벗어나지 않고, 밝은 분위기와 의의를 전해주고 있어 호평받고 있다. [사진=블루아카이브 PV 캡쳐]
에덴조약편은 '분쟁 중인 학원간의 평화조약을 맺는다'는 스토리를 중심으로 기독교적인 요소와 정치 스릴러 요소가 다소 섞였다. 다만 그럼에도 학원물로서의 중심에서 벗어나지 않고, 밝은 분위기와 의의를 전해주고 있어 호평받고 있다. [사진=블루아카이브 PV 캡쳐]

Q. 이번 에덴조약편 이후 일본 등에서 나스 키노코와는 스타일이 다르지만 충분히 비견할만한 스토리 작가라는 평을 듣고 계십니다. 평소 나스 키노코 작가를 롤모델로 두고 계셨는데 이러한 평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듣고 싶습니다. 

A. 아... 감사하고 부끄럽고 작가님께 폐가 될까봐 걱정됩니다. 괜히 인터뷰에서 말해서... 개인적으로는 당연히 영광이지만 아직 부족한 게 많기 때문에 저뿐만 아니라 시나리오 팀원분들의 부담도 강해져버렸네요. 저와 시나리오팀 모두가 좋은 말씀들을 통해 긴장을 풀지 않고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Q. 마지막으로 블루아카이브를 사랑해주시는 유저들에게 전달하거나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자유롭게 부탁드리겠습니다.

A. 먼저 이렇게 디테일하고 날카로운 시나리오의 질문을 주신 기자님께 감사드립니다. 블루아카이브를 사랑해 주시는 한국· 일본· 전 세계의 유저분들, 제가 개발팀을 대표할 수 있는 입장은 당연히 아니지만 그래도 개발자의 한 명으로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시나리오에 대한 관심과 응원 역시 감사합니다. 다만 아직 라이브 서비스 초창기고 부족한 부분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이런 부분은 계속 개선해 나가려고 노력하겠습니다.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소비자경제신문 권찬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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