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비자원, 65세 이상 고령소비자 300명 설문
​​​​​​​‘호출버튼’등 공공단말기 접근성 가이드라인 신설

고령소비자는 여전히 비대면 직거래 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연합뉴스
고령소비자는 여전히 비대면 직거래 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거래가 활성화되고 있다. 하지만 고령소비자는 전자상거래나 키오스 사용 시 어려움을 겪는다. 그래서 직원을 호출하는 벨을 설치하거나 음성으로 안내하는 등 고령 소비자를 위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소비자원은 최근 1년간 전자상거래나 키오스크(kiosk)를 통한 비대면 거래 경험이 있는 65세 이상 고령소비자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전자상거래와 키오스크를 모두 이용한 고령 소비자는 41.4%(124명)로 절반에 못미쳤으며, 키오스크만 이용한 소비자는 40.3%(121명), 전자상거래만 이용한 소비자는 18.3%(55명)으로 나타났다.

키오스크는 물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점포 또는 공공장소에 설치돼 주문·결제, 정보 제공 등의 기능을 하는 터치스크린 방식의 무인단말기를 말한다.

전자상거래 회원가입·로그인 어려워해

전자상거래 경험이 있는 고령소비자(179명, 중복응답)는 컴퓨터(44.7%, 80명)보다 스마트폰(79.9%, 143명)을 더 많이 이용하고 있었으며, 전자상거래 난이도는 평균 65.3점으로 평가했다.

이용 단계별로 고령소비자가 느끼는 난이도에서 차이를 보였다. 보통 고령소비자는 ‘회원 가입 및 로그인’과 ‘상품찾기’에 어려움을 크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용에서는 58.5점, ‘포인트 적립 및 쿠폰 사용’은 63.5점, ‘결제’ 65.0점, ‘쇼핑사이트·앱 찾기 및 설치’ 66.3점 등의 순으로 평가했다.

‘상품 정보 확인’ 이용에서는 66.6점, ‘본인확인·주소 등 정보입력’ 67.2점, ‘원하는 상품찾기’에서는 70.2점 등으로 타났다.

키오스크 이용 경험이 있는 고령소비자 245명을 대상으로 업종별 키오스크 이용 난이도를 평가한 결과, 평균 75.5점으로 전자상거래보다 조금 더 쉽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유통점포(71.9점)’의 키오스크를 가장 어려워했고, 이어서 ‘병원’(73.9점), ‘외식업’(74.6점), ‘대중교통’(74.7점), ‘문화시설’(78.8점), ‘관공서’(79.5점) 순이었다.

키오스크 이용 중 불편한 점(중복응답)으로는 ‘복잡한 단계’(51.4%, 126명)를 가장 많이 꼽았고, ‘다음 단계 버튼을 찾기 어려움’(51.0%, 125명), ‘뒷사람 눈치가 보임’(49.0%, 120명), ‘그림·글씨가 잘 안 보임’(44.1%, 108명) 등이 뒤를 이었다.

용어 이해, 기기조작 익숙치 않아

키오스크 이용 경험이 없는 65세 이상 고령소비자 10명을 대상으로 버스터미널, 패스트푸드점, 은행의 키오스크 이용 모습을 관찰한 결과, 영문 등 익숙하지 않은 용어나 초성검색 등 조작방식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키오스크 이용 중 시간 지연, 주문 실패 등으로 뒷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것에 대해 심리적인 부담감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버스터미널 키오스크에서는 일부 고령소비자가 용어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해 첫 화면에서 ‘현장 발권’을 선택하지 않고 ‘모바일/인터넷 예매’, ‘사전 예매 발권’을 선택하거나 ‘+, - 기호를 통한 인원수 조정’ 과정을 원활히 수행하지 못했다.

특히 70세 이상 고령소비자 일부(5명 중 3명)는 키오스크 이용 중간에 더 이상 발권을 진행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패스트푸드점 키오스크에서는 과반수의 고령소비자가 영문으로 표기된 메뉴명이나 ‘버거, 세트, 디저트’ 등 익숙하지 않은 메뉴 분류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70세 이상 고령소비자 5명 모두 패스트푸드점 키오스크 이용 도중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해 주문을 완료하지 못했다.

소비자가 개인정보를 직접 입력한 후 은행원과의 화상상담을 통해 진행되는 은행의 비대면 계좌개설 과정에서도 고령소비자들은 영문명, 이메일 주소 등 개인정보 입력을 위한 키보드 조작을 어려워했다.

‘직원 호출벨’ 설치, ‘키오스크 사용법’ 게시 미흡

키오스크 사용이 활발한 교통시설, 대형마트, 극장, 외식 점포 등 4개 업종의 총 30개 매장에 대해 키오스크 운영 상황을 조사한 결과, 대형마트(6개 매장)는 키오스크 전담 직원이 상주하고 키오스크에 ‘직원 호출’ 버튼이 있어 고령소비자의 키오스크 사용을 보조할 수 있는 환경이 잘 갖춰져 있었다.

그러나 나머지 3개 업종의 24개 매장 가운데 키오스크 전담 직원이 상주한 곳은 패스트푸드점 1곳에 불과했고, 직원 호출벨은 교통시설 1곳에만 설치되어 있어 키오스크 사용 중 어려움을 겪을 경우 적절한 도움을 받기 어려웠다.

또한 전체 30곳 중 키오스크 사용법을 게시한 곳은 9곳뿐이었고 음성안내를 제공한 매장은 16곳에 불과했으며, 고령자용 화면을 제공하는 곳은 1곳도 없었다.

한국소비자원은 이번 조사 결과를 사업자에게 제공해 키오스크 운영 개선을 유도할하고 관련 부처에는 ‘공공 단말기 접근성 가이드라인’에 고령자용 화면 제공 조항 신설과 고령소비자가 원활히 조작할 수 있는 충분한 버튼 크기를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할 것 등을 건의할 계획이다.

한국소비자원 박미희 거래조사팀장은 “소비자원은 고령소비자 대상 소비자교육에 비대면 거래 관련 교육을 강화하고, 고령소비자 정보화 교육 관련 기관에 실태조사 결과를 기초자료로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소비자경제신문 노정명 기자

자료 한국소비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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