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연인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중국 교포 유동수가 5일 오전 경기도 용인동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옛 연인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중국 교포 유동수가 5일 오전 경기도 용인동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송파에 거주하는 대학생 이미정씨는 요즘 집 밖을 나서기가 무섭다. 용인 토막살인 사건 피의자 유동수(49)가 체포되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2012년 오원춘의 토막살인부터 지난해 고유정의 전 남편 살인사건까지 끔찍한 사건이 끊이질 않는다. 딸이 강력범죄에 대한 공포를 이야기하자 어머니는 사기도 조심해야 한다면서 경제범죄에 대한 두려움을 토로했다. 어머니는 딸에게 보이스 피싱을 조심해야 한다고 주의시켰다. 아파트 부녀회 회원이 실제로 피해를 봤기 때문이다.

최근 10년간 살인, 강도 등 강력 범죄가 대폭 줄어들었다. 경찰이 강조해온 강력한 치안정책과 보안기술의 발달이 효과를 발휘하면서 강력 범죄는 찾아보기 힘들어지고 늦은시간 밖에 돌아다녀도 별 문제가 없는 사회가 되었다. 그러나 반대로 경제가 점점 어려워지면서 돈과 관련한 범죄, 사기와 횡령등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줄어든 강력 범죄…보안 환경 향상이 큰역할

강력 범죄율은 계속해서 감소 추세에 있다. 2018년 인구 10만명 당 강력 범죄 발생 건수는 3368건으로 10년 전인 2008년(4463건)에 비해 24.5% 감소했다. 특히 강도는 10만명당 9.8건(2008년)에서 1.6건(2018년)으로 대폭 줄었고 절도도 455.1건(2008년)에서 344.9건(2018년)으로 유의미한 감소를 보였다.

자료-통계청 [2019 한국의 사회지표] 제공
자료-통계청 [2019 한국의 사회지표] 제공
자료=통계청 [2019 한국의 사회지표] 제공
자료=통계청 [2019 한국의 사회지표] 제공

귀갓길이 안전하다고 느끼는 한국인은 59.2%(2008년)에서 63.5%(2018년)로 꾸준히 늘어났다. 이는 CCTV나 도어락 등 보안장치의 발달과 경찰의 감시 범위 증가 때문이다. 경찰은 범죄를 사전에 방지하는 대책의 하나로 2015년부터 설치되어 최근까지 설치가 늘어나고 있는 범죄예방환경설계(셉테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있다.

경찰청이 올해 1월 발표한 범죄 치안 정책 분석에서는 현관에 도어락이 설치된 건물은 범죄가 43%나 적게 발생해 도어락이 가장 큰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명과 CCTV가 설치된 장소에서는 야간 강도 등 5대 범죄가 각각 16%, 11% 줄었다.

경찰청 생활안전국은 강력 범죄 용의자들이 이런 보안을 우회하기 위해 치밀해지고 있다면서 “지자체와 24시간 CCTV 모니터링, 치안환경 개선, 순찰 등을 강화해 (범죄에 대해) 더욱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다. 시민들의 밤길 안전을 위해 불편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꾸준히 늘어나는 횡령과 사기

사기와 횡령 등 경제 범죄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18년 발생한 사기범죄는 총 31만 3524건으로 2017년(24만 864건)보다 30.2% 급증했다. 같은 기간 횡령도 5만 2250건에서 6만 718건으로 16.2% 크게 늘었다.

자료=금융감독원
자료=금융감독원

특히 사기 범죄의 증가는 정보통신기술(IT)의 발달로 범죄수법이 점차 지능화된 것도 한몫한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7월 발표한 2017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3년간 보이스피싱 피해자 13만 5000명에 대한 피해자 속성 빅데이타 분석을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인터넷 등을 통한 각종 피싱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등 타인을 쉽게 속일 수 있는 수단이 마련돼 사기범죄가 늘었다는 분석이다. 특히 전체 보이스피싱 피해자 중 ‘대출빙자형’ 피해자가 10만 4000명(76.7%)으로 가장 많았으며 ‘인물 사칭형’은 3만 1000명으로 23.3%를 차지했다. 사칭형의 일종인 ‘메신저 피싱’은 2018년 이후 증가하는 모습이 두드러지며 계절적으로 4분기에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기범에게 속아서 급전을 주로 마련하는 곳은 과거 대부업체 중심에서 최근에는 카드사·캐피탈로 전환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 금융사기도 증가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라임 펀드 환매 중단 사태, 올해 옵티머스 펀드 환매 중단 사태 등 사모펀드와 관련된 대형 사기 사건이 발생하면서 금융상품 사기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라임 펀드(피해액 약 1조 6000억원)와 옵티머스 펀드 사태(피해액 5151억원)는 판매사들이 판매 시점에 이미 최대 98%가량 손해가 난 상품을 판매하였기에 문제가 크다.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는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중 하나인 TF-1 펀드에 대해서 전액배상 판결을 내렸지만 나머지 펀드들의 피해자들이 보상받을 길은 아직 요원하다.

금융감독원 자산운용감독국은 “일부 자산운용사들이 운용한 사모펀드의 환매중단 사태로 인해 많은 분들이 피해를 입으셔서 안타까운 마음이다. 금융감독원은 사모펀드의 건전한 운용 및 시장질서 확립을 위해 판매사‧수탁기관의 운용사 감시‧견제 기능을 강화하고 펀드의 운용‧판매 관련 불건전 영업행위를 철저히 감독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6월 체포된 성착취물 'n번방' 운영자 '갓갓' 김현태. n번방-박사방은 상반기 성범죄 관련 가장 큰 이슈였으며, 특별법 제정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연합뉴스
지난 6월 체포된 성착취물 'n번방' 운영자 '갓갓' 김현태. n번방-박사방은 상반기 성범죄 관련 가장 큰 이슈였으며, 특별법 제정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연합뉴스

증가하는 성범죄…성착취물까지 등장

최근 몇년간 성범죄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성범죄 사건 수는 10만명 당 30.8건(2008년 )에서 62.2건(2018년 )으로 2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특히 미래통합당 박완수 의원이 올해 7월에 발표한 직장 내 성범죄 통계발표에 따르면 직장내 성범죄는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총 6959건이 발생해 40%나 급증했다. 직장내 성범죄 유형은 2018년 기준으로 동료에 의한 피해(1076건)가 가장 많았으며 피고용자에 의한 피해( 244건)는 39% 증가했다.

자료=여성가족부 제공
자료=여성가족부 

특히 올해는 N번방 사건이라고 불리는 텔레그램 성착취 방 사건이 화제였다. 용의자 조주빈(24)·문형욱(24)을 포함한 공범들은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의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해 성착취물 상당수가 SNS 등에서 몰래 거래되어 2차 피해를 낳았다.

불법 성착취물 영상들은 딥웹을 통해 내용물에 따라 5만원에서 수십만원대까지 가격에 유통됐다. 판매자들은 자신들이 소장한 불법 음란물에 가격표까지 붙여놓고 구매자들을 끌어모았는데 이들이 제시한 영상물 대다수는 미성년자가 등장하거나 상대방 동의 없이 촬영된 것이다. 수사기관 추적을 피하고자 타인 명의 대포통장 사용은 일반적인 일에 가까웠다.

그러나 성착취물 구매자들은 점점 더 음지로 숨어들고 있다. 종전에 운영하던 대화방을 삭제하고 대피소라 불리는 별도 대화방으로 옮겨가거나 단속에 대비해 ‘자료를 가지고 있다면 잘 처리하라’, ‘접속만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고 한다’ 등의 정보를 공유하기도 했다.

그러나 성범죄 처벌은 솜방망이에 불과하다는 여론이 크다. 특히 올해 7월 6일 국제 성착취물 사이트 웰컴투비디오의 운영자 손정우가 미국 송환이 불허되고 석방되면서 이러한 비판에 불이 붙었다. 당시 손정우의 석방 소식이 알려지자 네이버 뉴스 댓글란에서는 “이미 사법부가 손정우에게 아동포르노 건에 관한 재판으로 고작 징역 1년 6개월이라는 납득하기 힘든 형량을 선고했고 추가 수사를 이유로 붙잡는다 한들 제대로 수사하여 제대로 된 형벌을 내릴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애초에 사법부가 제대로 처벌할 수 있을 거란 믿음이라도 있었다면 여론이 미국에 범죄자를 인도하는 것을 환영하는 분위기까진 아니었을거다”고 비판했다. 

n번방 수사에서 주범 중 하나인 문형욱을 체포했던 경상북도 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경찰은 n번방의 범인들을 검거한 이후에도 사이버성범죄에 대한 수사를 계속 진행해 오고 있으며 앞으로도 적극적인 수사를 통해 사이버 성범죄예방 및 안전한 사이버 공간을 만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소비자경제신문 권찬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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