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가 줄자 학생들은 좋아지고 교사들은 힘들어지고
급작스런 교육 변화, 이제는 학교보다 가르치는 사람이 중요 
사교육 시장도 살아남기 발버둥…전면 개편으로 변화?

지난 3월 대구시 달서구 대구교육대학교 부설초등학교에서 교사들이 늦춰진 개학에 맞춰 학생들에게 전달할 온라인과제물을 제작하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지난 3월 대구시 달서구 대구교육대학교 부설초등학교에서 교사들이 늦춰진 개학에 맞춰 학생들에게 전달할 온라인과제물을 제작하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고등학교 교사 박○○(62)씨는 최근 비대면으로 수업을 진행하면서 달라진 교육환경에 대한 체감이 크다. 교직에 30년 이상 일해온 박 씨는 해가 다르게 학생들이 줄어도 교육은 학생과 마주 앉아 가르치는 것으로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해보니 어렵긴 해도 서서히 적응하는 자신을 마주하고 있다.

2020년 4월은 우리나라 교육 역사의 중요한 전환점으로 여겨질 예정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온라인개학이라는 이전에 경험해볼 수 없었던 새로운 방식의 교육 틀을 접하면서 교육 패러다임의 전환이 가장 익숙한 방식으로 교사와 학생들이 활용할 수 있었던 교육도구의 강제적 전환은 교사는 물론 학생들에게도 극복해야 할 새로운 도전과제였다.

그러나 수십 년에 걸쳐왔던 우리나라의 교육역량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우리는 전세계에 모범이 되고 있다. 온라인 개학에서 서로 어려운 임무를 부여받았던 교원들과 학부모들은 그 역할을 잘 해내었고 전 교육과정의 온라인화라는 급격한 변화와 인구감소와 사교육 시장등 기존 요소들도 존재한 채로 이번 상반기가 마무리되었다. 이번에는 통계자료와 변화하는 시스템을 포함해 교육에 대해서 다뤄본다.

 

교실당 학생수 줄자 교사채용도 줄어

교육 환경은 인구 감소의 영향을 체감할수 있는 영역이다. 지난해 학급당 학생 수는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학급당 학생 수는 각각 17명, 22.2명, 25.1명, 24.5명으로 2010년 학급당 학생 수인 21명, 26.6명, 33.8명, 33.7명에서 현저히 감소한 수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 통계청이 실시한 장래인구특별추계 결과에서 오는 2030년 초등학생 수는 172만명으로 226만명이리라 예측했던 2016년 추계보다 약 54만명 감소해 학령인구 감소의 속도가 당초예상보다 6~7년 정도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교육의 측면에서 이는 나쁜 것이 아니다. 교원 1명당 담당하는 학생 수가 늘어날수록 학생과 선생의 밀접교육이 늘어나고 학생이 받을 수 있는 교육의 질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지난해 교원 1인당 학생 수는 유치원 11.9명, 초등학교 14.6명, 중학교 11.7명, 고등학교 10.6명으로 지난 2010년 대비 3~7명 정도 줄어들었다.

그 말을 증명하듯 2020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초·중·고등학교 학생들 중 76.5%가 정규교육 과정이 즐겁다고 대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더해 초·중·고등학생 중 93.3%는 학교 친구들이 나를 존중하고 배려해준다고 느끼며 92.7%는 선생님이 학생들을 존중한다고 느낀다고 답했다.

특히 지난해 12월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인해 교육환경이 비대면으로 급변하면서 각 시·도 교육청과 학교들은 비대면 교육의 개성화와 차별화를 두면서 학생들 사이에서는 새로운 교육환경에 대한 기대가 52.1%로 절반이 넘게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교사들의 상황은 오히려 좋지않다. 학령인구 감소세가 가속되면서 정부가 공립 초등교사 신규채용 규모를 기존 계획보다 큰 폭으로 줄였기 때문이다.

오는 2024학년도 공립 초등교사 신규채용은 3000명 내 규모로 지난해 임용시험이 치러진 2020학년도 채용 인원 3916명보다 1000명이나 줄어들었다. 현재 임용 대기중인 초등교사의 수는 지난해 10월 기준 약 2602명로 초등학교 교사의 임용문제는 앞으로도 교육부에 있어 큰 숙제다.

반면 교육부는 중·고등학교를 맡는 중등교사 채용 규모는 기존 계획을 당분간 유지하기로 했다. 2년 전 예측과 비교했을 때 학령인구 감소폭의 변화가 크지 않다는 판단으로 2021학년도 중등교사 신규채용은 4448명으로 예정되어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감소되어 2023학년도부터는 4000명 내외 인원이 각각 채용될 전망이다.

그런데도 교육대학 입학정원은 지난 10년간 단 한 차례 감축되었다.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서비스에 따르면 서울교대, 경인교대, 공주교대 등 10개 국립 교육대학의 총 입학정원은 2011학년도 4053명에서 2012학년도 3583명으로 줄어든 뒤 줄곧 이 수준에서 30~40명 안팎의 인원을 유지했다.

교육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 연말까지 사범대학 평가 결과가 나오면 그 결과를 반영해서 C등급 이하 학과와 사범대에 대해선 정원을 줄인다”며 “초등교원 임용시험 경쟁률은 평균 2대1이 되지 않는다. 추후 교원 수급계획이 확정되면 2023학년도 정원 계획에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7월 23일 서울 마포구 종로학원 강북본원 입구에 설치된 열화상 카메라의 모습.  연합뉴스
지난 7월 23일 서울 마포구 종로학원 강북본원 입구에 설치된 열화상 카메라의 모습. 연합뉴스

비대면 시대, 실력 없으면 눈에 띈다 

기존 비대면 교육은 비대면 교육 자체가 대면 교육보다 질이 낮다는 인식이 있었다. 보통은 학원이나 방학기간을 통한 숙제용 강의 영상으로서 EBS강의등의 보조용도로 사용했다. 대형학원 이투스 등에서도 대부분 대면 교육을 중시하고 비대면 교육인 영상 강의 등은 학생들의 숙제나 미처 강의에 참석하지 못한 학생들을 위해 활용됐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일어나자 강제적인 변화가 찾아왔다.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로 사람들이 모일 경우 대량 감염이 우려되어 방치할 경우 상반기 교육을 완전히 건너뛰게 되어 교육현장의 혼란과 2020년 재학 및 신입생들의 학업이 붕괴할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교육부는 4월부터 학교마다 온라인 개학으로 실시간 비대면 교육을 진행하도록 했다. 이에 더해 상황이 조금 나아졌다고 판단한 6월 말에는 학년별로 순차적 개학했다. 대학교들도 미리 시험적으로 비대면 교육을 진행하던 카이스트와 배재대학교등 일부 학교를 제외하고 전부 실시간 비대면 교육 시스템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비대면 교육의 장점은 장소의 문제로 많은 사람들이 들을 수 없는 대면 교육과 달리  한번에 적게는 수백명, 많게는 수만명의 학생들이 수강 가능하고 기록이 남아 다시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서울대학교 대나무숲 커뮤니티에 글을 올린 3학년 학생은 “몇년 전부터 강의평가 등으로 교수들의 강의 질이 올라간 느낌이 있었는데 비대면으로 확실히 전환되면서 이제는 학교보다 가르치는 사람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히면서 가르치는 실력이 없는 사람들은 실시간으로 입소문이 퍼지기 때문에 실력주의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견을 내었다.

공신닷컴 CEO이자 교육 전문가인 강성호는 5월 개인 스트리밍 방송에서 “지나친 비약이긴 하지만 나중에 가면 학교라는 장소 자체가 사라질지도 모르겠다”며 교육방식이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강성태는 같은 달 유튜브 영상 ‘현재 고3 진학 지도가 거의 불가능한 이유’를 통해 “올해 고등학교 3학년은 정말 힘든 기로에 놓였다”면서 “원래 5월이면 학생들이 수시 전형을 어떻게 할지 선생님과 상담이 끝난 상태여야 하는데 코로나 장기화로 진학지도와 수시를 위한 스펙쌓기(공모전, 백일장) 등 모든 것이 힘들어졌다. 올해 재수하겠다는 고등학교 3학년이 많은데 힘들겠지만 절대 그래서는 안된다. 올해 3학년들이 재수할 경우 재수 자체가 불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노원구 중계근린공원에서 15일 오전  열린 2020 노원구 일자리박람회를 찾은 사람들이 지원서를 작성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노원구 중계근린공원에서 15일 오전 열린 2020 노원구 일자리박람회를 찾은 사람들이 지원서를 작성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교육 시장, 부익부 빈익빈

사교육의 참여율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2016년 사교육 참여율은 67.8%에서 지난해 74.8%로 증가했다. 국어, 영어와 같은 일반교과 사교육 참여율은 56.7%, 예체능·취미·교양 사교육 참여율은 44%다. 일반교과 사교육 참여율은 2016년까지 감소하다가 그 이후 다시 증가하고 있으며, 예체능·취미·교양 사교육 참여율은 2012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 장기화는 사교육 시장의 중심이 학원 같은 집합교육에서 과외·스터디카페 등 개인교육으로 사교육 시장의 지형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특히 여름방학에 들어가며 개인교습소와 무등록 과외업체가 다시 성업 중인데 특히 스터디카페는 그룹과외를 중심으로 뜻밖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서울 강남권은 물론이고 지방 도시까지 스터디카페는 코로나19의 여파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많은 이용자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스터디카페에는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소규모 강의실에서 열띤 학업을 이어갔다.

이런 현상에는 학원 휴업으로 일자리를 잃은 강사가 유입된 영향도 있다. 동탄 신도시에서 과외를 하는 30대 남성은 “과외요청이 많이 들어온다. 특히 친구들 중에는 학원에서 강의하다가 휴업으로 해고된 뒤 과외로 전향하는 애들도 있는데 비슷하게 버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교육시장도 학령인구 감소의 영향을 받고 있는 모양새다. 제일 중요한 대입 사교육 시장의 2020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응시자 수는 48만 4737명으로 사상 처음으로 50만명 아래가 되었다.  이에 학원가는 살아남기 위해 여름방학 학생 모집에 사활을 걸고 있다. 대형 학원들은 재미있고 잘 가르치는 강사들로 추가 영입 및 교체하고 같은 과목도 방식과 생각의 변화를 주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특히 하이브리드 강의가 학원가의 대안이 되고 있다. 하이브리드 강의는 현장강의와 인터넷 강의를 혼용해 진행하는 방식인데 수강생 확보와 강의실의 회전율이 늘어나 많은 학생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양질의 인터넷 강의가 가능한 인프라가 필수여서 비용과 능력을 감당 못하는 학원들이 있으며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로 학원들의 ‘솎아내기’가 진행되는 한편 기존 학원의 새로운 교육방식 전환이나 새로운 기업형 학원의 등장도 예상하고 있다. 

부모들 사이에서는 사교육 비용이 문제가 되고 있다. 학생당 월평균 사교육 비용는 2018년 25만 6000원에서 지난해 32만 1000원으로 증가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아이를 키우는데 있어  부모가 직접 가르치려고 해도 전문가가 아니기에 수능 등 교육 시스템을 따라잡기에는 한계가 있어 사교육비를 안 쓸 수 없다는 인식이 있다. 사교육비가 생활을 잡아먹을 정도로 부담되는 수준이기 때문에 아이를 안 낳지 않겠다고 말하게 되는 원인 중 하나가 되고 있다. 

소비자경제신문 권찬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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