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0만원 중고차가 1700만원으로 둔갑, 여기에 수리비 1000만원은 웬 말

[소비자경제=신병근 기자] 차량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일부 중고차 매매상들로 인해 소비자 피해가 급증하면서 소비자들은 중고차 구입 전 관련 서류나 차량 내부를 꼼꼼히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경기도 평택에 사는 정모 씨(51·남)는 지난 해 12월 중고차 전문 쇼핑몰 SK엔카를 통해 승합차 한 대를 골라두었다.

정 씨는 적당한 가격대와 2011년 연식에 만족했다. 무엇보다 차량 결함 상태 사진, 즉 차량 뒷부분에 경미한 파손 및 사고흔적을 제외한 말끔한 외관이 마음에 들었다. 정 씨는 곧장 중고차매매업체와 계약했고, 익일에 차를 배송 받았다.

문제는 계약 과정에서부터 발생했다. 당시 중고차 딜러였던 이모 씨(여)는 "이 차량은 무보험차량이기 때문에 시운전을 할 수 없다"며 자신이 직접 차를 몰아 회사 옥상으로 정 씨를 태우고 움직였다. 정 씨는 시운전을 못한 것에 의문이 들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차를 양도 받고 나서 정 씨는 차량 전체적으로 심각한 결함이 있음을 확인했다. 오디오는 주파수가 전혀 안 잡혀 먹통이고, 시속 100km 이상 주행 시 차량이 심각하게 흔들렸다. 차 내부 역시 엉망이었다. 바닥 일부분이 녹슬어 균열 되어 있었고, 시트와 바닥 연결 부위가 파손되어 있었으며, 트렁크 안쪽은 떨어져 나와 덜렁거렸다. 게다가 세차를 시키기 위해 물을 뿌렸더니 차량 옆 쪽 문을 틈타 누수 현상까지 있었다. 눈이 많이 내린 이달에는 차량 안쪽으로 계속 물이 새고 있었다.

정 씨는 차량 수리를 위해 정비소를 찾았다. 1700만원을 주고 산 중고차 수리 견적이 1000만원이나 나온 것에 경악한 정 씨. 인근의 정비소 두 곳을 더 찾아가 봤지만 견적은 비슷하게 나왔다. 정 씨는 중고차 매매상 이모 씨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나 몰라라 발뺌하며 말 바꾸기에 여념 없던 그에게 분통을 터뜨렸다.

이대로 당하고만 있을 수 없어 정 씨는 직접 보험개발원에 차량 조회를 의뢰했고, 자신이 구입한 중고차가 '전손차량'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손차량이란 차량의 파손·훼손 상태 또는 그 정도가 폐차 수준의 70%에 도달했을 때를 말한다. 전문가들은 전손차량의 경우 시중에서 반값 이하로 매매되는 것이 일반적이라 입을 모았다.

정 씨는 "보험개발원과 LIG손해보험을 통해 세 차례에 걸쳐 이 차의 차주가 바뀌었음을 확인했다"며, "(사)한국자동차기술인협회에서 공시하는 '중고자동차성능·상태점검기록부'를 자동차 딜러였던 이 씨가 은폐했기 때문에 전손차량임을 알 수 없었다"고 했다.

당시 '중고자동차성능·상태점검기록부'를 작성했던 점검자 오모 씨는 "차량 파손·훼손에 대해 빠짐없이 기록했고, 전손차량임을 통보하는 것은 기록부의 고지자인 이 씨의 책임이다"며 "우리 공업사가 책임져야 하는 범위 내에서는 확실히 수리 및 보상하겠다"고 했다.

정작 중고차를 소개하고 판매를 주도한 이 씨는 전손차량임을 정 씨에게 분명히 고지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정 씨는 "전손차량임을 알았더라면 이 차를 샀겠냐"며, "설령 전손차량이라 해도 수리가 완벽히 이루어진 차량이라면 아무 문제가 없겠지만, 베테랑 수리공도 한 눈에 알 수 없는 전손차량을 우리 같은 일반 소비자가 어떻게 알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결국, 중고차 매매상 이씨는 지난 1월 30일 17시경 피해자 정씨에게 전화를 해 1700만원 전액을 환불해주겠다고 말하고 차량을 회수해갔으며, “다음번에는 이러한 시행착오가 없도록 주의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중고차 피해 사례를 보면 지난 2009년 250여 건에서 지난해 510여 건으로 해마다 꾸준히 늘고 있는 실정이다. 피해 유형별로는 성능 불량이 많았고, 사고 차량이라는 사실을 숨기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우려되는 부분은 결함 있는 중고차들이 주행 중에 고장을 일으킬 경우,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김형윤 한국소비자원 자동차팀장은 "공정거래위원회 고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의하면 '중고자동차성능·상태점검기록부'에 기재된 내용과 자동차 실제 성능·상태가 다를 경우 또는 '중고자동차성능·상태점검기록부'를 교부하지 않은 상태에서 하자가 발생할 경우 무상수리 또는 수리비보상이 이루어진다"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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