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휘센’ VS 삼성전자 ‘하우젠’

‘세계 시장을 평정한 브랜드에겐 뭔가 특별한 게 있다!’
새로 론칭된 브랜드의 성공률이 10%에도 못 미치는 상황에서 단일 브랜드 하나로 60억 인구의 입맛을 사로잡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세계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킨 세계적 브랜드들은 어떤 전략을 갖고 있을까.

한국 에어컨 브랜드들이 세계 시장을 휩쓸고 있다. 2000년부터 세계시장 판매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LG전자의 ‘휘센’과 시스템 에어컨으로 LG전자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삼성전자 ‘하우젠’이 그 주인공.

사실 에어컨 시장이 브랜드가 도입된 것은 불과 11년 전이다. 1994년 만도에서 위니아라는 에어컨브랜드를 처음 도입, 히트를 쳤다. 만도는 사명까지 위니아만도로 바꾸고 브랜드 자산을 축적해나갔다. 그러나 고객들에게 에어컨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는 그리 높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후 LG와 삼성은 에어컨 브랜드를 공식 선포하고 에어컨 브랜드의 차별화를 가져왔다. 이때부터 에어컨 시장에 브랜드 개념이 도입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휘센, 브랜드인지도 향상에 전력


LG전자는 2000년 ‘휘센(WHISEN)’을 선보였다. 휘센이란 ‘회오리바람(Whirlwind)’과 ‘전달하다(sender)’의 합성어로 휘몰아치는 센 바람이란 뜻을 갖고 있다. 브랜드 네이밍 단계부터 에어컨의 기본 속성인 시원함을 내포하고 있어 고객들에게 강력한 브랜드 이미지를 심어줬다.

휘센은 브랜드 론칭 후 3년만에 브랜드 인지도 1위를 달성한데 이어 국내 및 세계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휘센은 현재 5100만대 규모의 세계 에어컨 시장에서 점유율 19.6%(1012만대)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 2000년 410만대 판매, 2001년 480만대, 2002년 670만대, 2003년 800만대 등을 팔아치웠다.

휘센의 이같은 성과에는 기술개발이란 숨은 노력이 깃들어 있다. LG전자는 단순히 신기술을 제품에 접목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철저하게 고객 니즈를 분석하고 시장이 선호하는 제품을 매년 지속적으로 출시했다.

2000년 세계 최초로 3면 입체냉방을 적용한 프리미엄급 휘센을 내놓을 때에도 소비자 조사는 물론 다양한 정량조사를 통해 에어컨에 대한 고객의 근원적인 욕구를 분석했다.

LG전자는 뛰어난 제품력을 기본으로 브랜드 관리전략에도 힘을 기울였다. 대중을 겨냥한 마케팅을 지양하고 타깃 고객의 행동특성을 분석, 고객과 자주 접할 수 있는 장소를 중심으로 마케팅 활동을 벌였다.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온라인 마케팅도 병행했다. 고객 상황에 맞는 에어컨을 추천 주는 맞춤 에어컨, 전기료 계산프로그램 등 차별화된 컨텐츠로 고객들을 만족시켜 나갔다.

이영하 LG전자 DA사업본부장은 “휘센이 5년 연속 세계판매 1위를 달성한 비결은 철저한 시장분석을 통해 내수 위주의 사업구조를 수출 중심으로 돌린 것”이라며 “앞으로 성장가능성이 높은 시스템 에어컨 시장에 주력해 ‘휘센 신화’를 이어나갈 전략”이라고 밝혔다.


하우젠, 철저한 소비자니즈 분석


삼성전자의 ‘하우젠’은 올해 10배의 매출 신장을 기록하며 LG전자의 휘센과 함께 내수시장 1위를 달리고 있다. 고급품에 대한 수요가 늘자 하우젠의 200만원대 이상 고가모델 판매 비중이 양판점에서 경쟁사에 비해 3배 이상 높은 판매 실적을 올리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올초 내수 회복세에 힘입어 대기수요과 교체수요가 프리미엄 제품으로 전환됐다”며 “마케팅 포인트를 프리미엄에 초점을 맞춘 것이 시장상황에 맞아 떨어져 판매가 급증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우젠이 올들어 에어컨 시장에서 급성장한 요인은 신제품 ‘서라운드 에어컨’이 소비자 니즈와 정확히 맞아떨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소비자 조사 결과, 삼성은 일반인들은 바람의 형태 중 산들바람을 가장 선호하며 고급 제품에 대한 욕구가 높아졌다는 트렌드를 포착했다.

이같은 소비자 니즈를 제품에 반영, 하우젠 서라운드 에어컨은 일반인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산들바람을 구현해냈다. 삼성전자 측에 따르면 이 에어컨은 높낮이와 위치가 다른 바람문 5개에서 나오는 바람으로 온몸을 감싸 기분까지 시원하고 쾌적하게 만든다

이 바람의 특징인 건강한 바람, 공기청정기를 통한 깨끗한 바람, 냉방시간을 30% 단축시키는 빠른 바람, 82%의 절전효과를 내는 절전형 바람이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소비자 입맛에 맞게 디자인도 혁신적으로 바꿨다. 기존 에어컨들이 단색에 평범한 문양이었다면 하우젠은 2가지 색상과 명품에서 많이 사용하는 페이즐리 문양을 곡면 유리 안에 코팅한 디자인을 사용했다.


고급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욕구가 높아지면서 제품 성능은 물론 디자인 면에서도 프리미엄급을 원하는 소비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프리미엄급 에어컨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하우젠은 이를 바탕으로 휘센을 따라잡겠다는 복안이다.


올해 에어컨 시장은 LG 휘센의 ‘회오리바람’과 삼성 하우젠의 ‘산들바람’의 대격돌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 브랜드 모두 소비자들이 원하는 바람 형태를 구현해냈고 또 그만한 성과도 거뒀다. 앞으로도 시스템 에어컨 분야에서 한판 대격돌을 펼칠 양 브랜드의 소비자 사로잡기 전략은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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