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투자·소비·고용·금리’ 5대 keyword

2005년 상반기 한국경제는 수출 둔화로 인해 전반적 경기는 하강세를 지속한 반면 내수는 부진을 털고 서서히 회복국면으로 들어섰다. 3월 중 도소매판매 증가율이 지난해 6월 이후 처음으로 플러스로 전환됐고 내수현황을 극명히 드러내는 서비스업도 9개월만에 가장 높은 1.6%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반면 대외여건은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두바이 유가가 배럴당 45달러 내외에 이르며 원화 환율이 1000원 미만으로 하락했다. 이로 인해 중소기업들은 수출길이 막히는 등 대다수 수출기업들의 채산성이 악화됐다. 4월중 경상수지도 2년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고 또 향후 경기상황을 가늠할 수 있는 경기선행지표가 4개월만에 하락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30일 ‘4월 중 국제수지동향’에서 4월 경상수지가 3월 1억1000만달러 흑자에서 9억1000만달러 적자로 돌아섰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올 상반기 목표치인 3%대 성장률은 어려워 보인다.

2005년 하반기 한국경제를 바라보는 시각도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주요 은행장들은 최근 월례조회를 통해 경기회복이 지연될 것이라는 견해를 드러냈다.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연초만 해도 경기회복 기대심리가 빠르게 호전됐으나 시간이 갈수록 경기회복세 정체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강권석 기업은행장은 “1/4분기에는 환율 불안에 따른 수출 증가세로 3% 미만의 성장률을 보였고 2/4분기에도 본격적인 경기회복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신상훈 신한은행장은 더딘 경기회복 때문에 강점이던 경비 효율성마저 우려할 정도로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기업들은 지속적인 경기침체에 대비해 리스크 관리에 힘써야 한다. 삼성경제연구소는 하반기 주요 이슈로 ▶적정 환율과 수출 ▶서비스 부문 투자 재개 ▶소비심리 회복과 실제소비 혼조 ▶노동시장의 일자리 창출 ▶국제금리 인상으로 인한 시장금리 인상 등 5가지를 꼽았다.


이슈1. 환율과 수출증가율 둔화


하반기 경제는 환율과 이에 따른 수출변화에 의해 크게 좌우될 전망이다. 그러나 환율과 수출에 대한 전망은 그리 밝지만은 않아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원화 가치는 2004년 이후 주요 교역국 통화에 대해 절상되는 추세다. 2004년 1월부터 2005년 4월까지 달러화, 유로화, 엔화에 대해 14% 이상 절상되고 있다. 미국의 달러화 약세 정책이 지속되고 달러화의 국내 유입이 증가됐기 때문. 이에 따라 수출증가율도 점차 둔화되고 있다. 2005년 1/4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12.8%까지 하락했다.

환율이 계속 하락할 경우 수출은 더욱 어려워지게 된다. 현재의 1000원대의 환율이 유지되면 많은 기업들은 적자 수출을 면치 못하게 된다. 또 1000원 이하로 하락하면 경상수지 적자 반전과 잠재성장률 이하의 경제성장이 예상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세계 IT 경기와 세계 경제가 둔화된다면 수출증가율을 더욱 하락할 전망이다. 실제로 EU집행위원회는 유럽 12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2%에서 1.6%로 하향 조정했고 미국은 올 1/4분기 경제성장률이 당초 예상치(3.5∼3.6%)보다 낮은 3.1%를 기록하는 등 선진국 경기가 둔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슈2. 서비스 부문 투자 재개


서비스 부문에 대한 투자는 순환적 측면으로 볼 때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본격적인 투자회복은 이루지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투자 사이클은 2004년 4/4분기를 저점으로 회복하고 있다. 특히 올해 설비투자는 국산보다 수입 자본재가 주도할 전망이다. 수입자본재의 설비투자 비중은 2002년 2/4분기 이후 20%내외의 증가세를 기록한 반면 국산 자본재는 2003년 1/4분기 이후 10%내외의 감소세를 지속했다. 이 추세라면 올해 수입자본재의 투자비중은 50%대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들어 부진했던 비제조업체의 투자심리가 크게 개선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5월 비제조업 업황 전망 BSI(전망치)는 88로, 지난해 12월에 비해 19p 상승했다고 밝혔다. 제조업체의 2005년 설비투자 계획치가 전년(43.2%)에 비해 29.3%p 하락한 13.9%를 기록한 반면, 비제조업체는 전년(8.5%)보다 6.9%p 확대된 15.4%다.

이와 함께 내수 회복에 대한 기대감, 노후화된 기존 시설의 대체수요 발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 비조제업체의 투자심리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이슈3. 소비심리 회복과 실제소비 혼조


올해 들어 소비심리 지표들이 호전되고 있다. 소비자태도지수(현재 및 미래의 생활형편, 경기, 내구재구입 등에 관한 소비자들의 판단을 종합적으로 반영하는 심리지표)가 2/4분기에 전분기 대비 9.8p 상승한 53.1을 기록, 1/4분기에 이어 2분기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유통업체들의 현장 체감경기도 회복세로 돌아섰다. 올해 2/4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가 전년 동기 이후 1년만에 상승세로 돌아서 38p 상승한 106을 기록했다. 그러나 실제소비는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소매업태별로는 할인점이, 소비재별로는 내구재가 호조세를 보인 반면 도매와 백화점, 비내구재는 부진을 지속하고 있다.

이러한 소비심리와 실제소비 간의 차이는 소비를 자극, 향후 소비수준은 내구재를 중심으로 회복될 전망이다.


이슈4. 신규 일자리 소폭 창출


올 하반기 노동시장은 비정규직 위주의 구조조정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1/4분기 실업자는 91만2000명으로 2001년 1/4분기 이후 4년만에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 특히 올 들어 신규실업자가 감소하고 있는데 이는 채용형태가 신입 위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자리 창출은 지난해 수준을 크게 밑돌 전망이다. 올해 1/4분기에 새로 창출된 일자리는 14만2000여개로 지난해 동기(47만2000개)의 1/4의 수준에 머물렀다. 게다가 신규 창출 일자리마저도 주로 정부의 일자리 창출노력의 결과로, 기업들의 채용의사는 적은 것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올해 일자리 창출은 소폭에 그칠 전망이다.


이슈5. 국제금리와 시장금리 인상


현재 시장금리는 올해 초 큰 폭의 상승을 겪은 후 조정상태에 머물고 있다. 이는 국내경기와 채권 수급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월 이후 발표된 경기관련 지표들이 경기회복과 부진을 동시에 나타내고 있어 시장금리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또 달러 환율 불안에도 불구하고 재경부가 국고채 추가발행을 자제하는 등 저금리 정책을 지속하고 있다.

그러나 올 하반기에는 국제금리가 인상됨에 따라 시장금리도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 2003년말 이후 영국, 호주 등 주요국들이 정책금리를 인상하고 있고 이에 따라 각국 시장금리도 서서히 높아지는 추세다. 중국도 그동안 금리를 꾸준히 낮춰 왔으나 지난해 10월28일 대출금리를 5.31%에서 5.58%로 0.27%p 인상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국내금리가 미국금리보다 낮아지는 국내외 금리 역전 가능성과 하반기 국고채와 회사채를 중심으로 한 채권공급 확대 등이 시장금리를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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