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사이에 홍삼 바람이 불어 웬만한 집에는 홍삼제조기를 갖추고 있는가 하면, 동네방네 홍삼 달여 주는 가게가 성업 중이라고 한다. 사정이 이러하다보니 홍삼을 복용하고 부작용을 호소하는 사람도 늘었고, 예전보다는 인삼 값이 많이 올라 인삼을 많이 쓰는 한의사들에게는 곤혹스런 상황이 되었다.

인삼은 이천년 전부터 널리 알려진 우리나라의 특산물이다. 대만의 한약방에 가보면 큼직한 우리나라 수삼이 인기리에 팔리는 것을 볼 수 있다. 중국이나 북아메리카에도 인삼이 자라기는 하지만 기후와 토양이 다른 탓인지, 약효가 우리나라 인삼보다 강력하지 못하고 약성(藥性)도 열성(熱性)을 띈 우리 것과는 달리 평(平)한 성질을 지녔다. 우리나라는 조선 선조 때 세계 최초로 인삼의 인공재배를 시작하였는가 하면, 최근에는 산삼의 대량 인공배양도 성공하여 인삼 종주국으로서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인삼은 재배가 까다로운 식물이다.
반음반양(半陰半陽)의 배수가 잘되는 토양에서 4~6년을 정성껏 키워야 겨우 약용으로 쓸 수가 있다. 요즘은 산삼 씨를 깊은 산중에 심어 키운 재배 산삼이 유통되기도 한다.

흔히 바로 캔 것을 수삼(水蔘)이라 하고, 그냥 말린 것을 인삼(人蔘)이라 한다. 여러 차례 쪄서 말려 검붉은 색이 나도록 가공한 것을 홍삼(紅蔘)이라 하고, 더 검게 가공한 것을 흑삼(黑蔘)이라고 하기도 한다. 보통 한의원에서는 주로 인삼을 약용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인삼의 껍질을 벗기지 않고 저온에서 말린 것이 약효가 좋다고 하여 선호도가 높다.

인삼은 기력을 보하는 작용이 있어 일반적으로 보기약(補氣藥)의 대표로 쓰인다. 주로 비장과 폐를 보하므로, 위장이 약하거나 잔기침을 하는 증세에 좋고 보혈(補血)시키는 처방에도 행혈(行血)의 목적으로 같이 처방하는 경우가 많다. 찬 것을 먹은 후에 배가 아프거나, 허약증으로 땀을 많이 흘릴 때, 여름철 더위로 인해 기운이 빠진 경우, 음주 후에 주독을 푸는 데도 도움이 된다.

약리학적으로는 항피로 작용과 아울러 뛰어난 면역기능 강화작용과 항암작용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으며,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의 증가를 억제하고 혈당치도 내림이 확인되었다.

그러나 인삼이 누구에게나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보통 기력이 약하고 몸이 찬 사람에게 적합하고, 열이 많은 사람에게는 별다른 효과가 없거나 두통이나 머리가 맑지 않은 증세가 나타나기도 한다. 혹은 발진(發疹), 가려움증, 얼굴이나 등의 상열감(上熱感), 심장박동이 빨라지는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이런 증세를 민간에서는 흔히 ‘인삼독(人蔘毒)’이라고 하기도 하고, 중국에서도 이런 몇 가지 인삼의 부작용 증세에 주목하여 ‘인삼종합증후군(人蔘綜合症候群)’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기도 한다.

이때는 껍질을 까지 않은 녹두나 무를 대량으로 달여 먹으면 위에서 언급한 인삼의 부작용 증세를 완화시킬 수 있다. 질병치료가 아닌 일반적인 건강증진의 목적에서는 성인의 경우, 1일 2g 정도의 인삼을 복용하는 것이 추천된다.

인삼은 인체의 항상성(homeostasis)을 유지시켜주는 작용이 있어 저혈압환자의 혈압을 올리기도 하고, 고혈압환자의 혈압을 내려주기도 하지만, 최고혈압이 180mmHg 이상인 사람들은 복용에 조심해야 한다. 특히 손발이 저리거나 말을 더듬는 등의 중풍 전조증(前兆症)이 있거나 중풍의 재발이 예상되는 분이나 심한 스트레스로 심열(心熱)이 많은 사람은 적합지 않다.

체질적으로는 소음인에게 해당되는 약재라고 하지만, 나머지 체질에도 증세에 상응할 경우는 쓸 수는 있다. 여름에는 난방을 하지 않지만 장마철에는 가끔 군불을 때어 주듯이 말이다.

흔히 홍삼은 인삼과 달리 부작용이 없어 체질 불문하고 누구에게나 좋다고 하여 많이 복용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인삼의 근본 성질이 가공된 홍삼이라 하여 변하는 것이 아니며, 부작용만 일부 완화될 뿐이다. 세상에 만병통치약이란 없다. 상인들은 인진쑥이나 오가피, 홍삼을 만병에 다 듣는 것처럼 선전하지만, 단지 그 증세에 적합한 사람에게만 효과를 발휘할 뿐이다. 일시적인 복용은 몰라도 장기적인 복용은 화를 부르는 지름길이다.

장수한의원 윤성중 원장(강남구 일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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