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차별화는 원론 아닌 ‘실체’


패션에 주력하는 기업은 조직의 크기 보다 트렌드를 선도할 수 있는 디자인과 브랜드 파워를 지니고 있느냐에 의해 평가된다. 특히, 군살을 완전히 빼 짧은 시간 안에 최종적 의사결정이 가능한 조직형태가 장점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디자인의 독창성을 인정 받고 있는 이태리를 비롯한 대다수 유럽의 유명 보석업체들은 전세계를 상대로 자사의 제품을 공급하고 있지만, 디자인과 의사결정 등 핵심 단위는 가족에 의해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디자인 유행의 교체주기가 짧고 이에 따라 소비자의 구매욕구가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쥬얼리 기업 ‘Tony & Terry’의 권영남 대표이사(토니 권, 42세) 역시 “패션은 업종의 특성상 경영활동의 성패가 시간과의 싸움에 의해 결정된다”고 전했다.

물론 시장의 흐름에 빠르게 적응하고 트렌드의 변화를 미리 예측해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것은 여타 업종과 다를 바 없지만, 계절이나 사회경제적 환경에 따라 급격하게 변화하는 유행이라는 변수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권 사장의 설명이다.


인력풀 활성화 주력


권 대표이사는 시간과의 전쟁에서 승리하는 프리미엄 브랜드의 요건에 대해 ‘역시 기본은 디자인’이라는 원론을 언급했다. 유행을 선도할 수 있는 최고의 디자인이 있다면 시장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기본여건을 마련한 셈이라는 것.

“트렌드를 창조할 수 있는 인재 확보와 함께 인력풀 확보를 위한 인프라 구축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힌 그는 “‘디자인이 강한 회사’, ‘트렌드를 선도할 수 있는 회사’를 궁극적 목표로 이태리, 미국 등 디자인 선진국에서 인정 받는 인재(디자이너)들을 스카우트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내 우수인력을 키워내기 위한 교육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보석 디자이너와 전문메니지먼트 인력 배양을 목표로 한 쥬얼리 학원(JDMI)을 설립, 상상력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지닌 인재를 양성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이 공식 방문했던 이태리의 유명디자인 대학인 ‘I.E.D’와의 자매결연을 통해 실무능력과 국제적 감각, 교양을 겸비한 전문 디자이너를 배출해 내고 있다.

현재 ‘Tony & Terry’ 무역센터점의 경우 현대백화점에 입점한 동종 업체들 중 월매출이 항상 2~3위의 기록하고 있다. 최고의 프리미엄 쥬얼리 브랜드를 향한 권 대표이사의 인재양성 프로그램이 결실을 맺고 있는 것이다.


감성 마케팅 펼쳐야


아무리 디자인이 출중하다 하더라도 적절한 시기에 적합한 방식의 마케팅을 펼치지 않으면 만족스러운 성과를 달성할 수 없다.

“이 제품을 소비하면 이런 혜택을 준다는 식의 단순한 1+1 Item은 단발효과는 볼 수 있을지라도 장기적 안목에서 바라볼 때 고급 브랜드로서의 인지도 상승에는 별 도움이 안됩니다. 오히려 소비자들의 감성을 적극적으로 자극할 수 있는, 프리미엄 브랜드에 걸맞는 마케팅 방법이 필요합니다. 때문에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idea와의 전쟁이 마케팅 전략 수립시 주안점입니다”

LG그룹 기획실에서 7년간 근무한 이력을 지닌 권 대표이사는 과거와는 다른 형식의 마케팅 활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영화와 드라마 등을 통한 PPL 등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실행한 바 있는 그는 “내가 수립한 마케팅이 과연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해 가장 먼저 고려한다”고 전했다.

지난 12월부터 올 초까지 실시한 FILA Korea와의 공동마케팅은 좋은 예이다.

명동 휠라 매장 앞에 마련한 크리스마스트리에 1억2천여만원 상당의 보석을 매달고, 행인에게 새해 소망이 담긴 카드를 접수 받아 당첨 된 사람들에게 이 보석들을 나누어주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 행사는 1월 중 휠라코리아에서 출시할 최고급 브랜드에 대비한 전초전 성격으로 양사 모두 충분한 효과를 누렸다고 평가하고 있다.


나눠서 커진 브랜드 파워

‘Tony & Terry’는 10년간 23번의 대형 쥬얼리 쇼를 열었다. 쥬얼리 업계에서는 독보적인 횟수다.

과거 쥬얼리 업계 일각에서는 권 대표이사가 거금을 들여 연이은 쇼를 개최하는 것을 두고 ‘필요 이상의 투자’ 혹은 ‘미친 짓’이라 평가하기도 했지만 프리미엄 브랜드를 위한 권 대표이사의 주관은 확고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2003년에는 한국무역협회에서 주최하는 ‘쥬얼리 패어 코리아’의 공식주관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간 쇼를 개최할 때마다 수익금 전액을 불우한 이웃을 돕기 위해 기부해 왔는데 공익을 위한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브랜드 파워까지 상승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나눔의 미덕을 실천하는 권 대표이사지만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가격정책은 확고하다.

“상징적 컨셉의 프리미엄 브랜드는 품질에 자신이 있기 때문에 논 타깃(non target)에 대한 디마케팅(de marketing)전략을 구사합니다. 구매의 문턱을 높여 소수의 사람들만 소유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에 다수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으로 남는 것이죠”

단기적인 매출에 연연해 섣부른 대중화 정책을 편다면 소비자에게 중저가 브랜드(상품)로 인식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프리미엄 브랜드의 중저가 시장 공략은 그간 쌓아올린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이미지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기업이 공정하게 경쟁·협력하면 전체 파이가 커지고 개별 품질도 좋아질 수밖에 없다”며 시장에 대한 믿음을 표시하는 권 대표이사가 2005년 새롭게 선보일 브랜드 전략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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