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를 맞아 각종 기부금이 봇물처럼 쏟아져 주위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하지만 아쉬움이 많은 기부다. 기부금이 특정시기에 쏠리고 있다.

기부금의 이러한 쏠림현상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보기 좋은 현상은 아닌 게 분명하다. 기부 형태도 기업이나 단체에 편중되고 일회성 기부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또 개인기부가 적은 반면 기업의 기부는 많이 늘었지만 여전히 전시기부의 성격이 강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각종 기부금의 연말연시 쏠림현상은 점차적으로 개선되고 있지만 기부금의 편중화 현상과 일회성 위주의 기부 관행이 여전한 게 문제다. 이러한 기부 편중현상은 미국 등 기부문화 선진국과 비교해 보면 확연히 차이가 드러난다.

세계 평균 개인 기부율은 통상적으로 80%인데 반해 우리나라의 개인 기부율은 20%로 크게 못 미치고 있다. 또한 선진국의 경우 기업과 개인의 기부비율이 2대 8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정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연말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모금 결과를 봐도 기부문화 후진국임을 알 수 있다.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개인 기부는 98년 79억원에서 276억원으로 4배 가까이 늘었지만 전체 모금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상대적으로 99년 37%에서 점차적으로 감소해 20%에 머물고 있다.

이에 반해 기업 기부는 그동안 17배 가까이 성장했으며 비율도 99년 24%에서 지난해 61%로 세배 가까이 크게 늘었다. 기업이 더이상 영리만을 추구하는 시대는 끝났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개인 위주의 선진형 기부문화 정착을 앞당겨야 한다.

경제의 주체이자 국가사회의 일원으로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자처해온 기업이 사회공헌 사업에 발 벗고 나서야 한다. 개인 또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 운운하며 기업이 사회 환원의 주체가 돼야 한다고 주장하기에 앞서 개인 스스로 십시일반(十匙一飯)의 의미를 되새기며 바람직한 기부문화 정착의 주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정부도 개인 위주의 선진형 기부문화가 하루빨리 정착될 수 있도록 세제혜택 등 정책적 뒷받침에 힘써야 할 것이다.

바람직한 기부문화 정착이 하루빨리 정착되길 바란다. 전문가들은 바람직한 기부문화의 정착은 기업보다는 기업인이, 단체보다는 개인에서부터 비롯된다고 입을 모은다.

기업이나 단체의 편중 기부와 일회성 기부문화에서 벗어나 온국민의 따뜻한 손길이 골고루 이어지는 진정한 나눔문화의 선진국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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