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현장 임직원 氣 살리는 데 주력”

올해 극심한 내수침체 속에서도 완성차 업계가 그나마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수출이 뒤를 받쳐 주었기 때문이다. 달러 약세와 고유가 흐름이 계속될 경우 내년에는 상황이 매우 심각해질 수도 있다는 판단이다. 따라서 기아자동차에서는 물론 심각한 내수침체라는 힘든 외부환경 탓에 큰 호조를 보일 수는 없겠지만 나름대로 지금의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타사와는 차별화된 고객만족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우선 영업현장에서 겪는 직원들의 사기를 적극 끌어 올리는 한편 워크삽을 자주 개최하는 것도 그런 전략의 일환이다.”
지난 7월 기아자동차 국내영업담당의 자리에 오른 김만유 부사장은 기회 있을 때마다 ‘우리의 하나다’라는 말을 즐겨 사용한다. 일선 영업현장을 누비면서 힘들거나 잘될 때 영업맨의 목표는 ‘우리는 하나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갖고 업무에 전념해왔다는 자부심 때문이다. 이는 김 부사장의 독특한 경력을 들여다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김 부사장은 지난 75년 현대자동차에서 출발해 일약 국내영업담당 부사장 자리까지 오른 정통 영업맨이다. 거의 평생을 영업통으로 현장을 뛰어다녔고, 이중 태반을 국내의 대표적인 자동차 메이커인 현대자동차에서 영업분야 전문가로 이름을 날렸다.
지난 95년 현대자동차 이사대우에서 전무로 승진한 김 부사장은 국내영업본부 판촉사업부장을 거쳐 지난 7월 기아자동차 국내영업담당 부사장으로 승진하기까지 30여년 가깝게 시쳇말로 영업물만 먹었다.
김 부사장은 타고난 열정과 사람에 대한 진지함을 무기로 고객 관리에 나서 숱한 신기록을 경신하며 신화적인 인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그동안 재직했던 지점에서 항상 1등을 차지할 정도로 영업의 귀재로 알려지기도 했다. 그의 표현을 빌면 고객들을 만나느라 “하루에 저녁을 두 세 번씩 먹던 때”였다.

지난 7월 기아차 부사장 취임

국산 자동차 메이커들은 지금 내수시장에서 중대한 변화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최근 들어 수입차의 내수시장 판매는 갈수록 늘고 있는 반면 국산차의 내수판매가 침체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장기 내수침체에 고유가와 달러 약세 등이 겹치면서 국내외 경영환경이 급격히 나빠지면서 국내 자동차업체들은 서둘러 ‘긴축경영’에 나서는 추세이다.
이런 가운데 기아자동차가 극심한 내수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전략에 나서면서 주목받고 있다. 기아자동차는 2003년 국내 자동차업계에서 유일의 신차인 OPIRUS와 쎄라토를 앞세워 연간31만 3천대를 내수시장에 판매했다. 승용차 브랜드 이미지 강화를 내새운 대형차 OPIRUS와 준중형 신차 쎄라토는 신차 붐을 일으키며 성공적으로 내수시장에 진입했으며 쏘렌토, 카니발, 카렌스 등 RV는 꾸준한 인기로 강세를 보였다.
그러나 2004년 내수시장에서는 극심찬 소비침체가 가중되면서 기아자동차 역시 내수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아차는 내수시장의 기존 유통구조 및 경쟁사 전략연구를 통한 신유통 전략수립을 통해 확고한 내수시장 지배력을 키워나간다는 계획이다.
김 부사장은 “기아차는 2004년에 출시한 신차들의 성공적인 런칭을 위해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전개해왔따. 우선 신규 차종에 대한 수익성을 극대화하여, 고객이 원하는 여러 가지 패키지 개발을 적극 추진하는 게 바로 그것이다. 또한 브랜드 전략과 연계된 일관된 통합 마케팅 판촉활동을 전개하여 최상의 광고 및 홍보효과를 통해 침체된 내수시장에서 더욱 공격적인 영업전략으로 승부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공격적인 영업전략으로 승부

국내 내수시장을 타켓으로 하는 자동차업계가 새로 기아자동차 영업전략을 진두지휘하는 김 부사장의 행보에 바짝 긴장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같은 남다른 경력과 공격적인 전략을 의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부사장의 발 빠른 움직임은 벌써 기아자동차 일선 영업현장에서 차근차근 실천에 옮겨지고 있다.
우선 기아자동차는 직원들의 이러한 자발적인 워크샵을 통해 중간 관리층인 과장 및 부장급들이 회사의 어려운 실상을 충분히 이해하고 경영환경 악화에 대비한 마음가짐을 다지는 한편 침체된 내수시장의 점유율을 높이는 방법으로 일선 영업 현장 임직원의 기를 살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김 부사장은 일선 영업 지점의 애로사항을 해결하는 데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있으며 직원들과 함께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영업전략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아자동차는 김 부사장의 지시에 따라 이미 ‘우리는 하나다’라는 영업맨 특유의 기치를 내걸고 중간 간부 전원을 대상으로 일종의 정신 재무장 교육을 통해 공격적인 실적확대 캠페인에 나섰다. 특히 이같은 방침에 따라 전 임직원들에게도 개인적인 골프 대신 직원들과의 ‘스킨십’을 더 많이 가져 유사시 조직 역량을 극대화하는데 전력하고 있다. 김 부사장은 이 대목에서 기아자동차는 힘들 때 더욱더 큰 역량을 발휘하는 조직으로 그동안 성장해 왔다고 규정하며 평소의 영업전략을 목소리 높여 강조했다.

영업의 귀재라는 평가받아

“조직이 성장할 수 있는 버팀목은 구성원이 어떤 정신상태인가에 따라 달라진다고 봅니다. 즉 끈기와 도전정신이 얼마나 강한가에 따라 영업성패가 결정되고 실적으로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자동차의 영업 이익도, 대기업의 큰 영업전략도 여기서 출발한다는 것이죠.”라는 게 김 부사장의 설명이다.
그는 또 “문제는 주인의식을 갖는 것인데 지금 하는 일이 바로 내 일 이라는 생각만 가지면 안될 게 없다. 전 직원에게 이런 마음을 갖고 책임지역과 부문에서 반드시 1등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고 덧붙였다.
김 부사장은 “자동차 영업맨은 정년이 따로 있을 수 없다. 고객만족과 기동력, 이 두 가지만 갖추면 된다는 게 지론”이라고 강조했다.
예전부터 그를 알던 지내던 사람들은 김 부사장의 손에 잡히면 절대 빠져 나올 수 없다는 농담까지 내뱉을 정도다. 고객과 한번 인연을 맺으면 한직에 있든, 요직에 있든 끝까지 ‘관리’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일종의 ‘거미손’인 셈이다.
김 부사장은 평생 ‘김 아무개 하면 부지런한 사람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살겠다’는 각오 하나로 살아 왔다고 털어놓았다. 과거 내근부서에 근무할 때도 일만 끝나면 영업현장이나 기업체를 직접 찾아 다니며 현장감각을 익혔을 정도다. 부지런하고 남다른 친화력으로 무장한 김 부사장이 또 어떤 신바람을 몰고 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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