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로 국제선 운항이 줄어들고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 면세점이 한산하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여파로 국제선 운항이 줄어들고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 면세점이 한산하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면세점 업계가 끙끙 앓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임대료를 50%까지 줄여주기로 했다. 그러나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은 서울과 부산, 제주 등에서 영업을 포기하고 휴업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 그래서인지 콧대 높은 명품마저 할인판매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눈물의 명품 반값세일

재고 면세품 판매 사이트. 에스아이빌리지 홈페이지 캡처
에스아이빌리지 홈페이지

정부는 코로나19로 경영난에 빠진 면세점 업계를 지원하기 위해 면세점 국내 판매를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면세점은 오는 10월 29일까지 6개월 이상 팔리지 않은 재고 면세점을 판매할 수 있다. 

신세계그룹이 운영하는 쇼핑몰 SSG닷컴은 4일 아침 9시부터 면세점 제품을 판매했다. 신세계면세점은 3일 오전 10시부터 에스아이빌리지 홈페이지를 통해 발렌시아가, 생로랑, 보테가베네타, 발렌티노 제품을 최대 50% 할인된 가격에 팔았다. 명품 반값 할인 소식을 들은 구매자가 몰린 탓에 에스아이빌리지 홈페이지는 1분 만에 접속이 지연됐다.  

롯데면세점은 오는 26일부터 7월 2일까지 할인 행사(대한민국 동행세일)를 실시한다. 롯데는 면세점과 함께 백화점과 아울렛에서도 10개 브랜드 제품을 판매한다. 

신라면세점도 이달 중 재고품 판매에 나선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재고품 판매 여부가 미정이다. 물량 확보가 시급한 데다 업력이 짧아 상대적으로 보유 물량이 적은 만큼 재고 부담도 적기 때문이다.

임대료 감면받았으나…

면세점 3사는 2일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코로나19 극복 및 상호협력 협약을 체결했다. 공항공사는 코로나19로 매출이 급감한 상황을 고려해 임대료를 대폭 내리기로 했다.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여객이 지난해보다 70% 이상 줄어들자 공사는 인천공항 상업시설을 이용하는 대기업과 중견기업에 임대료 50%를 깎아주겠다고 약속했다. 편의점과 서점, 약국 등 소상공인과 급유 및 기내식을 맡은 중기업에는 임대료 75%를 감면한다. 

면세점은 임대료 압박에서 약간 벗어났다. 공사는 논란이 됐던 임대료 할인혜택 포기 조건도 없애고 임대료 납부유예기간도 6개월로 연장했다. 국토교통부는 공항 상업시설 입주기업은 총 4008억원의 임대료를 아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행 수요가 없으면…

임대료 감면은 기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끝나지 않는 이상 면세점의 근심도 깊어지고 있다. 여름 휴가철이 성큼 다가왔지만 해외여행 패키지 예약이 사라졌다. 해외여행이 줄어든 만큼 여행사와 항공사, 면세점은 동병상련을 겪고 있다. 

정부는 전 세계 국경 봉쇄로 해외여행이 어려워 국내 여행 활성화 방안을 마련했지만, 이태원 클럽과 부천 쿠팡 물류센터 사태를 계기로 코로나19가 재확산할 우려가 커져 이마저도 기대감이 꺾이는 상황이다. 여행사 2분기 매출이 70%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최대 여행사인 하나투어와 모두투어는 임직원 무급휴직을 실시했다. 

관광객이 급격히 줄어들자 공항 면세점에 이어 시내 면세점도 영업을 포기하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1일부터 제주시 연동에 있는 제주 시내점 임시 휴업에 들어갔고 신라면세점 제주점도 이날부터 한달간 문을 닫고 향후 연장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신세계면세점도 매주 일요일·월요일 강남점과 부산점을 휴점하기로 했다.

소비자경제신문 노정명 기자

저작권자 © 소비자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