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연맹 “보험사 자문의사제 악용 보험금액 깎았다”
보험사 입장 표명 없이 “의사 비공개는 매뉴얼대로 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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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를 제대로 보지 않은 채 자문의 소견서로 보험금 지급거부를 지속하고 있는 보험업계 실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시민단체는 보험사들이 이른바 ‘유령 의사’를 내세워 잘못된 관행을 일삼고 있다고 소비자들의 주의를 요구하고 나섰다.

특히 보험가입자가 선임한 손해사정사의 손해사정서를 거부하고 환자를 치료한 의사의 진단서 자체를 부인한 것으로 확인된 롯데손해보험이 질타의 대상에 올랐다. 하지만 현재 보험사는 어떠한 입장도 표명하지 않고 있다.

금융소비자연맹(이하 금소연)은 3일 롯데손해보험(이하 롯데손보) 등 손해보험사들이 환자를 직접 치료한 주치의의 진단서를 부인하고 환자를 보지도 않은 유령 의사의 소견을 내세워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는 악행을 지속한다고 주장하며 보험 소비자에게 주의를 요청했다. 

금소연이 공개한 사례에 따르면 지난 2007년과 2009년에 롯데손보 보험에 가입한 43세 남성 김모씨는 2018년 경북 경주시에서 운전 도중 교통사고로 의식이 혼미할 정도로 뇌출혈 등의 중상을 당해 4개월간 영남대학병원 등에서 입원, 수술, 재활 치료를 받았다. 이 때문에 김씨는 지난해 8월 후유장해 장해율 56%로 장해보험금을 청구하였으나 롯데손보 측은 장해율 16%라는 자사 자문의 진단으로 보험금액을 깎아 지급했다.

이후 해당 남성은 3차 병원인 영남대학교 병원에서 장해율 40%의 결과를 받고 다시 보험금을 신청했지만 회사는 아무 근거 없이 소비자가 선임한 손해사정사의 손해사정서를 부인한 채 장해율 16% 진단을 주장하며 보험급 지급을 재차 거부했다.

이에 대해 금소연은 “전형적 보험금 부지급 횡포다”면서 “금감원은 보험사들이 보험금을 깎고 줄이기 위해 손해사정사의 손해사정서를 합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지 못하게 하고 자문의사제도를 악용하지 못하게 하겠다고 발표해 국민들을 안심시키고 있지만 정작 보험사들은 아랑곳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롯데손보는 해당 사례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롯데손보 관계자는 <소비자경제>와의 전화 통화에서 “회사 입장은 표명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유령 의사’ 소견서라는 비판에는 “몇 년 전 자문의 결과에 대해 앙심을 품은 환자가 자문의를 칼로 살해한 사례가 있었다”면서 “자문의에 대한 정보는 비공개로 하라는 게 보험업계의 매뉴얼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것은 전 보험사가 동일하다. (자문의 정보 비공개는)메뉴얼을 따랐을 뿐 업무를 진행함에 있어 누락을 하거나 인위적으로 빼려고 했던 게 아니다”고 해명했다.

정치권에선 이미 의료자문 실명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은 지난해 9월 의료자문 실명제 도입을 골자로 한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었다. 보험사로부터 자문료를 받는 자문의의 익명성이 보장된다는 이유로 자문소견에 대한 객관성과 공정성에 대한 문제가 지속해서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현재 롯데손보 이외 대다수 보험사 역시 의사 이름과 병원명 없는 자문소견서로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고 있다는 게 금소연 지적이다. 금소연은 소비자들이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하면 회유해 민원철회를 요구하거나 보험사기 혐의로 경찰서에 형사 고발하는 등 소비자를 압박하고 또 채무부존재 소송을 제기해 소 제기 후 의도대로 삭감 협상을 하거나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금융소비자연맹이 공개한 보험금 부지급 안내문
금융소비자연맹이 공개한 보험금 부지급 안내문

소비자경제신문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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