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평 기준 평균 전세가격 3500만원 올라
매매 수요가 청약 대기수요로 변경돼
기준금리 인하로 인한 집값 자극 가능성

강남구 아파트단지 일대. 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아파트단지 일대. 연합뉴스

"평균 8억원대였던 84㎡(25평) 아파트 전셋값이 2년 만에 3억원이 넘게 올라 11억원대다." 서울 송파구 공인중개사 구○○씨는 요즘 전세 문의를 많이 받는다고 귀띔했다. 전세값이 치솟자 적당한 가격의 전셋집을 찾기 때문이다. 보증금 인상분 중 일부를 월세로 요구하는 반전세가 많아져 고충 상담도 늘었다.  

서울지역 전셋값이 지난해 7월부터 48주 연속 올랐다. 한국감정원은 2일 전국 주택 가격동향조사를 발표했는데, 서울지역 전셋값은 1년 만에 평균 2414만원(5.2%) 올랐다. 초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강남구 전셋값은 평균 8171만원이나 상승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고 역대 최저였던 기준금리가 지난달 또 내리자 전세보다 반전세나 월세를 선호하는 현상도 전세금 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구씨는 “현재 강남구에 나온 쓸만한 전세 매물은 최소한 10억원대이고 대중교통 접근성이 편리한 매물은 찾기 힘들다”면서 “전세 매물이 부족하고 전셋값 상승을 견디지 못한 세입자가 청약으로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전세가율이 1년 4개월 만에 상승으로 바뀌어 매매가와 전세금 차이가 줄어든 만큼 매매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덧붙였다. 

전셋값이 오르자 세입자 부담도 커졌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금은 4억 8656만원으로 작년 5월(4억 6241만원)보다 2414만원(5.2%) 상승했다. 평균 전세금은 2년 전과 비교하면 3647만원이나 올라 2년 전 계약한 세입자가 계약을 연장할 경우 평균 3500만원 넘는 돈이 필요한 셈이다. 지난 2월 인크루트 조사 결과에서 나온 대학교 졸업자의 첫해 평균연봉이 3382만원인 사실을 생각하면 한 해 동안 번 돈을 고스란히 모아야 오른 전세금을 간신히 댈 수 있다. 

전셋값이 가장 비싼 지역은 강남구로 전용 84㎡짜리 전세 아파트를 얻는데 평균 7억 8574만원이 필요했다. 이어 서초구가 7억 3003만원으로 뒤를 바짝 따랐다.  그 뒤로 송파구(5억 4495만원), 중구(5억 4212만원) 용산구(5억 3921만원) 광진구(5억 2572만원) 그리고 성동구(5억 2227만원)가 뒤를 이었다.

한국감정원은 "강북에서 마포구는 정주여건이 양호한 도화동과 창전동을 중심으로 전셋값이 올랐고 용산구도 이촌동과 서빙고동 위주로 상승했지만 노원구는 중계동과 하계동 노후주택 수요 감소로 전셋값이 약간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방에서는 세종과 대전, 울산 전셋값이 올랐으나 제주도 전셋값은 떨어졌다. 

소비자경제신문 권찬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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