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병원에서 거부로 한국행
포상기태로 흡입소파술 진행
환자는 퇴원하여 통원 치료중

서울 명지병원 음압수술실. 사진=연합뉴스
서울 명지병원 음압수술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미국에서 수술을 받지 못했던 재미교포 여성(38)이 한국에서 수술을 받았다는 소식이 뒤늦게 알려졌다.  

명지병원은 25일 흡입소파수술을 받은 환자가 산부인과에서 외래 진료를 받았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수술을 거절당했던 환자는 자가격리 기간이었던 12일 명지병원 음압수술실에서 수술을 받고 퇴원했다. 

미국에서 거주하는 환자는 최근 포상기태(Hydatidiform Mole) 판정을 받았다. 자궁 종양 일종인 포상기태는 악성 종양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의료진은 흡입소파수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수술할 수 없는 입장이었다. 환자는 뉴저지주 카운티주립대 병원을 비롯한 여러 병원을 방문했지만 수술을 거절당했다. 미국 정부가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하여 모든 수술 일정을 재검토해 연기하거나 취소하라고 병원에 권고했기 때문이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이 25일 집계한 미국 코로나19 확진자수는 163만 9870명(사망자 9만 7599명)이었다. 

미국에서 치료를 받을 수 없게 되자 환자는 10일 서둘러 한국으로 돌아왔다. 코로나19가 유행하는 미국에서 들어온 터라서 2주간 자가격리를 지켜야만 했다. 한국에서도 코로나19로 자가격리중인 환자를 선뜻 수술하겠다는 병원은 없었다. 1차 RT-PCR 검사 결과 음성판정을 받았더라도 언제 코로나 바이러스가 발현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환자 부모는 코로나19 사태를 지켜보면서 국가지정 감염병치료기관이었던 명지병원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연락했다. 명지병원 산부인과는 중환자 치료를 위해 음압수술실을 마련했기 때문에 자가격리중인 환자에게도 수술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주치의였던 박병준 교수는 수술복 위에 규정된 보호장구를 착용한 채 음압수술실에서 흡입소파수술을 실시했다.

박병준 교수는 "음ㆍ양압 듀얼 수술장과 음ㆍ양압듀얼 혈관조영실을 갖추고 있던 상황이라서 악성 종양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는 흡입소파수술을 실시할 수 있었다"면서 "코로나19로 수술을 받지 못하고 있던 환자를 무사히 수술해 심리적인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소비자경제신문 권찬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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