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한 주류 시장 견인 위해 경쟁력 강화 지원
7월부터 음식값보다 저렴하면 ‘술 배달’ 가능
2021년부터는 주류 ‘위탁제조’도 허용

맥주가 진열된 모습/ 사진=연합뉴스
맥주가 진열된 모습/ 사진=연합뉴스

오는 7월부터 음식값보다 저렴한 한도 내에서 술 배달이 허용되는 등 국내 주류 시장에 큰 변화가 찾아올 전망이다. 급성장 중인 수입산에 밀려 시장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는 국산품의 경쟁력을 견인하기 위해 정부가 제조, 유통, 판매 등 주류산업 전반의 규제를 대폭 완화하기로 했다.

지난 19일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에 따르면 오는 2021년부터 주류 제조면허를 가지고 있는 업체는 타사 시설을 이용해 캔맥주 등을 위탁제조(OEM)할 수 있다. 또 오는 7월부터는 음식값보다 저렴한 범위 내에서 주류 배달도 가능해진다. 소주와 맥주는 가정용과 마트용 구분이 없어지고 가정용으로 통일될 예정이다.

기재부와 국세청은 이와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주류 규제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차례로 시행할 것을 밝혔다. 앞서 정부는 지난 2월 4차례에 걸쳐 국내 주류업체와 간담회를 하고 애로사항에 대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했다. 

기획재정부는 “과거 주류 행정의 기본 방향이 주세의 관리·징수에 있었다면 이제는 주류산업의 경쟁력 강화 지원도 중시할 필요가 있다”고 제도 개선 배경에 관해 설명했다.

최근 몇 년간 국내 주류 시장의 성장은 정체된 것으로 집계됐었다. 기재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4~2018년) 주류 출고량이 국내산은 380만 8000ℓ에서 343만 6000ℓ로 연평균 2.5%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수입산은 동기간 20만 7000ℓ에서 49만 5000ℓ로 24.4% 올랐다. 

기재부는 주세법상 제조 시설을 갖춰 특정 주류의 제조면허를 보유한 사업자에 한정해 동종 주류를 생산하는 사업자에게 위탁생산하는 것을 허용할 방침이다. 기존에는 제조면허가 제조장별로 발급되기에 다른 제조장을 이용한 주류 생산이 불가능했다.

이러한 정부 방침에 따라 앞으로는 동네 맛집에서 제조한 수제 맥주가 캔맥주로 대량 생산이 돼 전국 곳곳에서 판매될 수 있게 됐다. 즉 시설투자비가 부담스러워 해외에 아웃소싱을 맡기려던 수제 맥주 제조업체들의 국내 리턴 사례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기재부는 “제조 시설의 효율적인 활용을 통한 원가 절감, 해외 생산 물량의 국내 전환, 시설투자 부담 완화, 신속한 제품 출시 등의 효과가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또 정부는 맥주 첨가재료에서 제외됐던 질소가스를 허용해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확대했다.

유통 분야 제도 역시 개선된다는 방침이다. 주류제조업자, 수입업자 등이 물류 업체 차량을 이용해 주류 운반을 하더라도 기존의 운반 차량 검인 스티커 표시 의무를 면제토록 했고 성인인증 통신판매의 경우 주류통신판매 기록부상 구매자 주민등록번호 기록을 제외하도록 했다.

더불어 기재부는 오는 7월부터 주류값이 음식 가격보다 저렴한 경우에 한정해 주문·배달 판매를 허용할 방침이다. 그간은 음식에 부수하는 주류의 경우에만 배달할 수 있었는데 ‘부수’의 의미가 명확하지 않아 현장에선 혼란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올해 하반기부터는 소주와 맥주의 가정용과 대형매장용 등의 구분이 사라지고 가정용으로 통일된다. 이런 구분이 없어지는 것은 지난 2002년 이후 18년 만의 일이다. 이에 따라 동일한 제품임에도 슈퍼마켓, 편의점, 주류백화점에서 판매되는 가정용과 그 외 대형마트용을 구분하기 위해 발생하던 재고관리 비용이 감소하게 됐다.

이외에도 전통주 판매장에서의 시음행사가 허용될 예정이다. 그간 주류 시음행사는 주류 제조자와 수입업자만 가능했지만, 앞으론 소매업 면허를 보유한 전통주 홍보관에서도 시음할 수 있게 됐다.

기재부는 주류 규제개선을 위해 규제적 성격이 강한 주류 행정 관련 규정을 주세법으로 분리해 ‘주류 면허 관리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할 방침이다. 더불어 주류 관련 18개 국세청 고시 중 사업자의 영업활동, 진입 등을 규제하는 고시사항을 중심으로 상향 입법 등 정비를 추진한다.

소비자경제신문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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