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13일 충남에 있는 삼성SDI 천안사업장에서 차세대 전기차용 배터리인 ‘전고체전지’ 개발 현황을 점검하고 미래 방향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사진은 지난해 1월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그랜드홀에서 열린 ‘기해년 신년회’에서 만난 두 사람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13일 충남에 있는 삼성SDI 천안사업장에서 차세대 전기차용 배터리인 ‘전고체전지’ 개발 현황을 점검하고 미래 방향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사진은 지난해 1월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그랜드홀에서 열린 ‘기해년 신년회’에서 만난 두 사람의 모습.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미래 전기차’ 글로벌 선점을 위해 만났다. 코로나19로 인해 세계경제가 뿌리째 흔들리는 상황에서 한국판 뉴딜이라는 시대적 사명에 부응한 것일까. 이번 만남은 국내 재계 ‘빅2’인 삼성과 현대가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해 협력자로서 첫 출발을 보였다는 의미에서 전 국민이 응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대기아차, ‘삼성 배터리’ 사용할까?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은 13일 이 부회장과 정 수석부회장이 충남에 있는 삼성SDI 천안사업장에서 차세대 전기차용 배터리인 ‘전고체전지’ 개발 현황을 점검하고 미래 방향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받는 전고체전지는 배터리 양극과 음극 사이에 있는 전해질을 액체에서 고체로 대체하는 배터리로 기존 리튬이온전지와 비교해 대용량을 구현하고 안전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이 분야의 선두 업체는 일본 도요타다. 도요타는 2022년 전기차 탑재를 목표로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1조5000억엔(약 17조1621억원)을 쏟아부은 상태다. 이에 맞서 삼성전자도 1회 충전에 800㎞ 주행, 1000회 이상 배터리 재충전이 가능한 전고체전지 원천기술을 개발한 바 있다.

이번 만남은 삼성이 먼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배터리시장은 현재 SK이노베이션, 삼성SDI, LG화학이 점령하고 있다. 현재 현대차 전동화 모델에는 LG화학 배터리가, 기아차 전동화 차량에는 SK이노베이션 배터리가 주로 사용된다.

현대·기아차는 내년 초 양산하는 순수 전기차용 배터리 1차 공급사로 작년 말 SK이노베이션을 선정했다. 5년간 약 50만대 분량으로 10조원 규모다. 현대기아차는 순수 전기차에 탑재할 배터리를 3차례 추가 발주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 회동을 계기로 삼성SDI가 자동차용 배터리 투자를 확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대차는 지금까지 자사 전기차에 삼성SDI 배터리를 사용한 적이 없다. 그러나 현대기아차의 전기차 양산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전고체전지’라는 새로운 배터리를 들고 삼성이 협력의 손을 먼저 내민 것은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그러나 당사자인 삼성과 현대차 양측은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삼성SDI 관계자는 “배터리 공급에 대해 현대차 측과 이야기한 적이 없다. 차세대 기술에 대한 협의 수준으로만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 관계자도 “향후 10년 이후에나 상용화되는 기술이다. 사업이 급물살을 타고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국판 뉴딜’ 구체화하는 계기 되길

전기차는 ‘한국판 뉴딜’로 정부가 육성하는 산업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차 등 3대 신성장 산업을 강력 육성해 미래먹거리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한국판 뉴딜’ 정책으로 마중물을 보내는 데 국내 대표 기업이 적극적으로 호응하는 모습이다.

삼성과 현대는 1세대에서 2세대로 이어온 ‘재계 라이벌 관계’로 경쟁 프레임을 이어왔다. 그러나 현재 코로나19로 국내 경제가 피폐해져가는 상황에서 ‘3세대 총수’인 두 사람이 ‘협력’이라는 혁신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이번 회동은 향후 경제구도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두 기업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성사된 회동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어떤 분야로 협력이 더욱 확대될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소비자경제신문 노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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