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하나쯤이야? 방역 성공의 역설
이태원클럽 출입자 어머니 할머니 전염
직장과 군부대 2차감염 사례도 드러나
전국 초중고 유치원 등교개학 연기발표

서울 용산구 보건소 관계자가 11일 이태원 유흥가를 방역하고 있다. 연합뉴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 이태원 술집에서 퍼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 등교가 1주일씩 미뤄졌다. 이태원 클럽을 방문했던 20대 아들과 손자 때문에 코로나19에 걸린 50대 어머니와 80대 할머니도 나타났다. 

중앙방역대책본부와 서울시 등이 조사한 결과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 술집에서 퍼진 코로나19 확진자는 11일 오후 6시 현재 최소 94명이었다. 서울(59명)과 경기(21명), 인천(7명)은 물론이고 충북(5명)과 부산(1명), 제주(1명)에서도 환자가 발생했다. 

이태원發 쇼크 등교 1주 연기

교육부는 11일 오후 등교를 1주일씩 늦춘다고 발표했다. 박백범 차관은 정부세종청사에서 "감염병 통제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크다"면서 "고교 3학년 등교 수업을 13일에서 20일로 연기하고 나머지 학년도 일주일 순연한다"고 발표했다. 고교 3학년은 학교에 나가는 날이 20일로 미뤄졌다. 고2와 중3, 초1~2학년, 유치원생은 27일로 고1과 중2, 초3~4학년은 다음달 3일로 늦춰졌다. 중1과 초5~6학년은 다음달 8일에 등교할 예정이다. 

등교가 늦춰지면서 대학입시 일정에 대한 걱정도 커졌다. 박백범 차관은 "고교 3학년이 5월말까지 등교한다면 대입 일정에 무리가 없다"면서 "추가적인 대입 일정 변경은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12월 3일로 연기된 대학수학능력시험과 각 대학의 수시모집과 정시모집은 일정대로 실시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면 대학입시마저 제때 이뤄질 수 없는 상황이다. 

연합뉴스

클럽發 감염 가족ㆍ직장 확산

5월초 연휴 동안 이태원에서 퍼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가족과 직장에서 2차감염을 일으켰다. 

서울과 인천, 경기에서는 가족간 코로나19 확산이 두드러졌다. 서울 구로구에선 외할머니(84)가 이태원 클럽을 방문했던 외손자(29)에게서 코로나19에 감염되었다. 20대 아들에게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옮은 50대 어머니는 서울에 이어 부천에서도 나타났다. 부천시는 20대 아들이 3일 클럽을 방문했고 부천에 있는 백화점 음식점에 근무했었다고 밝혔다. 

직장 안 감염도 드러났다. 서울 동작구 30대 남성은 이태원 클럽 방문자인 직장 동료와 접촉했다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수원에 거주하는 20대 여성은 서울 강남에 있는 회사에서 직장 동료에게서 감염됐다. 국방부 사이버사령부 등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했다.  

이태원 또다른 클럽 전파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20대 남성은 이태원 클럽 메이드에 2일 방문했다가 11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서대문 보건소는 역학조사 결과 확진자가 이태원발 코로나19  진원지로 알려진 킹, 트렁크, 퀸, 힘, 소호에 방문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메이드는 킹 등과 약 200미터 떨어진 데다 4차선 도로인 이태원로를 사이에 두고 있다. 확진자가 밤새 여러 술집을 다녔다는 사실로 미루어 볼 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여러 클럽을 거쳐 충북과 부산, 제주에까지 퍼졌다. 

해외 언론은 이태원 사태를 집중보도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방역에 성공한 나라에 코로나19가 재확산돼 봉쇄를 완화하려던 국가들이 다시 규제를 강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태원 사태를 소개한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코로나19 사태 이전으로 돌아가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사례다"고 설명했다. 

방역 성공의 역설?

한국은 코로나19 방역에 성공한 나라로 손꼽힌다. 그러나 극단적인 상황을 피했다는 인식은 이태원 사태로 이어졌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서울시 박원순 시장은 11일 기자회견에서 익명성을 보장할 테니 이태원 클럽 방문자는 반드시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라고 호소했다. 서울시는 검사를 받지 않은 방문자에게 벌금을 부과할 방침이다. 그러나 이태원 클럽 방문자 명단 가운데 3천명 이상이 연락되지 않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수사관 2,162명을 동원해 이태원 클럽 출입자를 찾고 있다. 경찰은 방역당국과 협조해 휴대전화 위치추적과 신용카드 사용내역, 폐쇄회로(CC)TV를 조사해 숨은 출입자를 반드시 찾아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방역당국은 클럽 출입자를 2~3일 안에 찾아서 검사 및 격리하지 않으면 대구에서 벌어진 신천지 사태처럼 코로나19 유행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소비자경제신문 이상준 기자

10일 인천시 부평구 어느 아파트에 붙은 이태원클럽 사태 비난 벽보.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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