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총선이 끝났다. 투표율은 28년 만에 최고치인 66.2%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 4월 10일(금)~11일(토) 양일간 진행된 21대 총선 사전투표율은 26.69%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체 유권자 4339만 4274명 중 1174만2677명이 참여한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정당 역시 비례정당만 35개에 달했다.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은 각각 더불어시민당과 미래한국당이라는 위성정당을 만들어 준연동형비례대표제의 허점을 꼼수로 파고들었다.

결과는 180석의 초거대 여당의 탄생과 제1야당의 참패, 그리고 군소 정당의 몰락으로 마무리되었다. 이번 총선의 가장 큰 특징은 지역주의의 등장과 거대 양당제로의 회귀, 그리고 그에 따른 정책선거의 실종이다. 선거연령이 18세로 낮아지고, 준연동형 비례대표가 도입되면서 새로운 정치에 대한 기대가 높았으나, 코로나19로 사회적·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정책조차 실종되버렸다. 총선에 임하는 정당이나, 후보자 모두 유세조차 제대로 못하다 보니 방역통 매고 돌아다니는 것 밖에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핑계를 댈 수는 있겠으나 정책대안 마련은 홍보와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이번 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필자가 몸담고 있는 소비자주권시민회의(약칭 소비자주권)는 주요 정당을 대상으로 총선정책의 개혁성을 평가 했다. 정당 선정은 지지율 3% 이상인 정당을 대상으로 했으며, 총 8개 정당에 질의서를 보냈다. 미래통합당, 더불어시민당, 미래한국당, 열린민주당의 경우 답변을 거부했으나, 비표평가를 위해 미래통합당은 ‘총선 공약집’과 지난 해 말 발간한 ‘정책비전보고서’ 등을 토대로 정책입장을 추렸다.

소비자주권은 이번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이 경기침체와 고용악화, 양극화와 불평등의 심화, 치솟은 집값, 가계부채, 청년실업 등 소비자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해법제시를 기대했지만 각 당의 정책제시는 여전히 부족했다. 국민의 삶의 질과 관련된 소비자 문제는 최근 복잡하고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소비자 권리를 보장하는 제도와 입법에 적극 나서줄 것을 촉구하고 있지만, 여전히 소비자보다는 기업 등의 입장을 대변하는 경우가 많았다.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은 재벌기업, 부자 등 기득권의 입장을 반영하고 있고, 미래통합당이 무분별한 규제완화 등으로 기업과 기득권 보호에 보다 적극적이지만, 더불어민주당도 공정위 전속고발권폐지 반대, 법인세 인하 긍정적 검토, 자동차 하자결함 제조사 입증책임 반대, 가공식품 표시제 강화 유보, 부동산 보유세 강화 반대 등 부분적으로 기업을 대변하는 정책을 보여주고 있다.

전반적으로 정의당이 소비자 권리 확대, 조세 개선, 소비자 안전강화, 정치공공 소비자 문제까지 소비자 입장에서 정책을 구현하고자 하고 있어 높은 점수를 받았으며, 다음으로 민생당과 국민의당이 다소 개혁적인 정책입장을 가지고 있지만, 민생당은 자동차 관련 이슈나 쓰레기 시멘트 문제, 최근 논란이 된 항공마일리지 문제, 의료분쟁 입증책임 문제 등에 대해서 입장을 제시하지 않았다.

이제 선거는 끝났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선거결과가 의미하는 국민의 뜻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다시 확인해야 한다. 민주당의 대승은 민주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코로나19로 초래된 국난에 준하는 위기 극복을 위해 국민들이 힘을 모아준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여기에 대안 야당으로 평가하기 어려울 정도인 미래통합당의 실책의 결과로 반사이익을 얻은 결과이다. 따라서 여당은 국정운영에서 오만한 태도를 버리고 대화와 협력의 국민통합정치로, 기득권적 태도보다는 민생살리기와 개혁정치로 국민적 지지에 보답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코로나19 사태로 비탄에 빠진 자영업자, 소상공인, 일용직 노동자, 계약직 노동자, 서비스업 종사자 등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정책을 우선해야 한다. 이와 함께 장기적으로는 경제적 양극화 해소, 실업문제, 부동산 문제 해결과 같은 서민들을 위한 정책이 절실하다.

이와 함께 이번 선거결과는 우리 정치에 또 다른 숙제를 안게 되었다. 극단적 양당정치의 재현이 바로 그것이다. 소수정당의 의회진출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됐지만, 민주당과 통합당의 꼼수 위성정당의 출현으로 다양한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결국에는 양당정치로 회귀하는 결과를 낳았다. 과거 양당정치는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채 극단적 대립과 갈등의 정치로 우리 정치사에 부정적 폐해를 남긴 바 있다.

다음으로 이번 선거결과는 여, 야 모두 전통적인 영,호남 ‘텃밭’에서 강세를 보이는 지역주의 폐단이 다시 등장했다. 특정 정당에게만 힘을 실어주는 지역주의 정치로는 국민통합도 불가능하고 변화와 쇄신을 통한 국정개혁도 이룰 수 없다. 앞으로 여야는 지역주의를 극복하고, 갈라진 민심을 회복하기 위한 국민통합의 큰 정치에 적극 나서야 한다.

국민이 여당에게 180석의 의석을 주었다는 것은 향후 정국 운영에 있어서 어떠한 핑계도 통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앞으로 어떤 이유로도 책임을 피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의석을 준 만큼 그에 상응한 책임감으로 국정운영에 나서야 한다.

여야는 이번 총선결과에 나타난 민의를 제대로 헤아리고, 희망을 줄 수 있는 비전과 대안을 만들어내기 위한 경쟁에 나서야 한다. 각 정당이 얼마만큼 노력했는가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는 다음 대선에서 분명히 나타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칼럼니스트 박홍수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소비자고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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